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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내가 네 언니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

민도준의 칭찬을 듣자 권희연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 이윽고 목소리마저 더욱 부드러워졌다.

“고마워요.”

하지만 그때 옆에서 괴상야릇한 음성이 들려왔다.

“권씨 집안 사람인데 사람 시중드는 건 당연히 잘할 거 아니에요.”

여실히 드러낸 민승현의 경멸에 찬 눈빛에 권희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난처한 기색이 가득했다.

“이런 건 저도 잘해요. 제 접시에 있는 음식은 권희연 씨가 드세요.”

민지훈은 미소 지으며 이미 썰어 둔 음식을 권희연에게 넘겼다.

그제야 권희연은 표정을 살짝 풀며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민지훈 씨.”

“우리 나이도 미슷한데 성은 붙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요.”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가자 그제야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민승현은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마구이로 잘게 썰어놓고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권하윤은 그가 권씨 집안을 들먹이면서 그녀를 모욕하려던 것이 실패해 화내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민지훈이 분위기 메이커 역을 자초한 덕에 식사 분위기는 어색해지지 않았다.

게다가 식사 내내 권희연은 민도준의 옆에서 이것저것 시중을 들었고 민도준도 지난번처럼 그녀를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라 그나마 체면을 세워주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권하윤과는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가벼웠던 권하윤의 마음은 점차 이상해졌다.

‘설마 정말로 입맛을 바꾸고 싶은 건가? 하긴, 나랑 관계를 오래 유지해 왔으니 질릴 때도 됐겠지.’

권희연은 물처럼 부드러운 성격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속삭일 때 목소리는 여자인 그녀가 들어도 뼈가 나른해질 지경이다.

그러니 민도준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먹고 나자 무미건조했던 점심 식사도 겨우 끝났다.

하지만 민도준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그 누구도 먼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자고.”

민도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권희연만 계속 우물쭈물거리며 망설였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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