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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입맛을 바꾸다

차에서 내린 권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되도록이면 민도준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도준 형.”

민승현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텅 빈 주차장에서 더욱 잔잔하게 들렸다.

민도준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민승현을 바라봤다.

“승현아, 제수씨 데려다주고 다시 일하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 왜 게으름 피우고 그래?”

역시나 아직 너무 어린 탓인지 민승현은 땡땡이를 걸리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그, 그게 권하윤이 글쎄 배가 고프다며 나더러 밥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

민도준의 시선은 당연하다는 듯 권하윤에게로 돌려졌다.

“그래? 제수씨?”

권하윤은 뭐라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권하윤을 바라보는 민도준의 눈에 의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걸 민승현도 눈치챘다. 심지어 자기를 바라볼 때보다도 더욱 의심하고 있다는 것마저.

하지만 세 사람의 분위기가 점차 이상해지자 민지운은 할 수없이 그 사이에 끼어들며 분위기를 풀었다.

“주차장 공기가 탁한 것 같은데 우리 올라가서 얘기해.”

그렇게 서로 다른 꿍꿍이를 품은 네 명은 차례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들 중 유일하게 여유만만해 보이는 민도준이 맨 앞에서 걸어가 엘리베이터 안쪽에 서자 민지훈이 그 뒤를 따라 그의 옆에 섰고 권하윤과 민승현은 나중에 오라 타 두 사람 앞에 자리 잡았다.

뒤의 상황이 보이지 않고 그저 심문을 받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자 권하윤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눈은 그저 점점 올라가는 숫자만 쳐다보며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권하윤은 도망치 듯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룸으로 들어갈 때 마침내 냉정을 되찾았다.

현재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권하윤은 그제야 깨달았다.

민씨 가문에서 나고 자란 민승현이 이제 그녀가 자기를 배신했다는 걸 알았기에 당연히 그녀를 약혼녀로 받아들일 리 없다.

하지만 그가 파혼을 하는 순간 권씨 집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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