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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진퇴양“남”

잠시 후.

권하윤은 조수석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나더러 네 형의 주의를 돌리라고? 네가 서류 훔칠 수 있게?”

“훔치다니! 나 민씨 집안 다섯째야. 그런 내가 뭘 훔치는 그런 일을 할 것 같아?”

버럭 화를 내던 민승현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가 형이 적절한 파트너를 선택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셔. 이건 형을 관심해 주는 거라고.”

할아버지 앞에서 어필할 기회가 많지 않은 민승현에게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였다. 게다가 이건 할아버지가 그에게 내려준 임무였기에 그는 반드시 멋지게 완수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1차 입찰 명단은 민도준의 금고에 있기 때문에 그는 사람을 시켜 민도준의 주의를 돌리고 그 사이 훔쳐볼 계획을 세운 거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권하윤이 된 거고.

권하윤은 그의 계획을 들은 순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자신만만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네 형이 무슨 내가 손가락 까닥거리면 나한테 올 줄 알아?”

“당연히 아니지. 그러니까 할 말 있다고 불러내거나……”

민승현은 스스로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면, 음, 아! 아니면 형한테 물이라도 뿌려.”

그 말을 들은 순간 권하윤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민승현, 너 정말 경영학과 졸업한 거 맞아?”

그녀의 비아냥거림에 민승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나만 이런 거에 신경 써야 하는데? 너도 생각 좀 하면 안 돼? 남들은 아내가 있으면 내조해 준다는데 내가 이제 너하고 결혼하면 뭔 소용 있겠나 싶다!”

권하윤은 더 이상 민승현과 말도 섞기 싫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민도준이 물론 민승현의 이 유치한 속임수에 넘어갈 리 없겠지만 내가 옆에서 도왔다는 걸 안다면…….’

여기까지 생각한 권하윤은 바로 핸드폰을 찾았다. 이 상황은 반드시 민도준한테 미리 말해야 했다. 적어도 강요당한 거라는 말이라도.

민승현을 배신한 건 솔직히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

첫째는 이 일 자체가 원래 민승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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