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1402 챕터
제71화 스토킹 당했다
한민혁이 말한 상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까닭에 몇 분 안 되어 도착했다.가는 내내 한민혁은 백미러를 쳐다보며 수시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권하윤이 주차를 하려고 할 때 한민혁은 먼저 차에서 내려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주차를 마치자 휴대전화를 집어넣었다.“우리는 LV에 가는 거예요, 아니면 샤넬에 가는 거예요? 그것도 아니면 당신이 좋아하는 미니어처 커스터마이징 브랜드가 따로 있나요?”회전문으로 들어가니 백화점 특유의 향기가 ‘어서 오세요'라는 글자와 함께 불쑥 다가왔다.하윤은 직원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한민혁을 바라봤다.“이곳이 익숙한 것을 보니 민 사장님 여자 친구들을 데리고 자주 오시나 보죠?”한민혁은 그녀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웃었다.“아닙니다. 제 어린 여자 친구에게 배운 거예요. 우리 도준 형은 아무리 주변에서 유혹해도 순결을 지키는 분이시죠.”하윤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믿지 않았다.민도준은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남자였다. 명문가 딸 중에서도 민도준의 이야기는 많이 떠돌고 있었다.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의 소식을 알아보곤 하는 것이었다.이야기 속의 그는 결코 일편단심인 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것 같았다.하지만 하윤에게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신분과 지위의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은 단지 하룻밤의 인연을 맺을 운명밖에는 되지 않았다.좋게 말하면,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기 위해서 만난 것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민도준이 권하윤의 몸에 관심이 있는 틈을 타 얻고자 하는 것을 교환하는 수준의 관계였다. 하지만 최근 그와의 거래를 들여다보면 왠지 밑지는 장사 같았다. 심지어 매우 위험하기도 했다.조심하지 않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랐다.매장에 들어간 그녀는 치마 한 벌을 골랐다. 하지만 한민혁의 강력한 권유로 한 벌의 슈트를 더 추가했다.본래 그녀는 활동적인 캐주얼 스타일이 잘 어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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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나와 함께 있어 준다면 고려해 볼게요
르네시떼.이곳은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보물 가게’였다. 대형 경매회사의 고가의 예술품이나 골동품 등은 대부분 이곳에서 흘러나갔다.권하윤은 이곳에 처음 방문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헌책방 같은 레트로 분위기였다.가게 입구에는 사람 키 반 정도 높이의 카운터가 있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졸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사장님 계세요?”하윤이 여러 번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코 고는 소리뿐이었다.‘이런!’그녀는 좀 더 큰 소리로 불렀다.“할아버지!”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무 계단 뒤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무리 불러도 소용없어요. 그는 귀가 어둡거든요.”가게의 낡은 나무틀을 돌자 발밑 마루에서 ‘끼익’ 소리가 났다.계단 뒤에는 베란다가 있었다.꽃무늬 옷을 입은 남자가 흔들의자에 앉아 얼굴을 책으로 덮고 손에 든 부채를 제멋대로 흔들고 있었다.골동품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남자가 들고 있는 부채와 그가 얼굴에 덮어둔 책 모두 확실한 골동품이기 때문이었다.심지어 모두 가보가 될 만한 수준의 것들이었다.그러나 남자는 그것들을 그냥 평범한 물건과 다를 바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책을 치우자 지나치게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남자는 하품을 하며 권하윤을 흘겨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팔 겁니까, 살 겁니까?”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권하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사장님께 보여드릴 물건이 있는데 보시고 견적 좀 부탁드려요.”그녀는 핸드폰에서 ‘한매도’의 사진을 찾아 남자에게 내밀었다. 그는 비스듬히 보더니 3초 만에 대답했다.“정상 가격은 260억이고, 암거래 가격은 160억입니다.”권하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정상 가격과 암거래 가격은 또 뭐예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찻주전자를 들고 입에 부었다.그는 권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당신은 권씨 집안 넷째 아가씨지요?”그녀는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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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제수씨를 부르는 말투가 너무 오글거려
민도준은 최수인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런 뜻이 있긴 했지.”최수인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그러고도 네가 내 친구야? 말을 그렇게 해야겠어?”“어떤 친구? 만화 캐릭터에 빠진 친구? 난 그런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아.”“만화 캐릭터라니! 동정이지!”“여자에게 세일러문으로 분장하라고 하고, 너랑 같이 자게 해도?”최수인은 짜증이 났다.“됐어, 그만 얘기해. 어차피 내일 권씨 집안 아가씨가 나와 함께 갈 거니까. 너 한 명 빠져도 상관없어.”“권씨 집안?”“그래.” 최수인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가풍이 엄격한 권씨 집안 말이야. 넌 생각지도 못했지?”“권씨 집안의 누구?”최수인은 민도준의 말투에서 서늘한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랑을 계속했다.“알려주지. 넌 절대 생각하지도 못할…….”“권하윤?”최수인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아니 네가 어떻게 한번에 정확하게 맞췄지?”“내 어린 제수씨였구나?”최수인은 그의 말투에 소름이 돋았다.“너 말투가 왜 이렇게 메스꺼워?”민도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든 라이터를 가지고 놀면서 불을 켰다 껐다 했다. “그녀가 너와 함께 자겠다고 약속했어?”최수인은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기세를 꺾이기 싫어 일부러 뜸을 들였다.“말하면 재미없잖아.”“그렇구나.”손에 든 불꽃이 튀며 민도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즐겁게 놀기를 바랍니다.”최수인은 그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내기에서 져서 기분이 안 좋은 것으로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난 수인은 판소리를 흥얼거리며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여기 아무도 안 계십니까?”……‘권하윤이 ‘한매도’를 판다고?'소식을 들은 강민정은 매우 놀랐다.‘권하윤도 어쨌든 명문가 아가씨이니 돈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어떻게 할아버지가 직접 주신 ‘한매도’를 팔 생각을 했지?’‘할아버지가 주신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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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미니 마우스의 뽀글뽀글 꼬리
오후 두 시. 태양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시간, 운전석에 앉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눈을 가늘게 떠야 했다.“이미 그녀에게 그림의 가격을 말했어요. 살지 안 살지는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만.”“네, 알았어요.”권하윤은 차창 밖의 시들시들하게 마른 나무를 바라보았다.“제가 사장님과 갈 곳이 어디죠?”최수인은 확실한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작은 파티인데, 도착하면 바로 알게 될 거예요.”하윤은 그가 모호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에게 최악의 사건은 지난번 블랙썬에서의 일이었다. 하지만 최수인이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권하윤은 그가 말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각종 만화 캐릭터로 분장한 남녀가 로비를 누비는 것을 보자 안 좋은 예감이 몰려왔다.그녀가 충격을 받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수인은 매우 흡족한 얼굴로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가요! 우리도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까.”그가 섬뜩하고 교활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것을 본 권하윤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후회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그녀가 미니 마우스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 후회는 최고조에 달했다.분홍색 가슴을 덧댄 점프 팬츠와 흰색 장갑 그리고 검은색 스타킹과 목에 묶은 리본 등 모든 것이 절반은 작은 사이즈였다. 게다가 미키 마우스의 귀까지 더해져서 그녀는 죽을 맛이었다.그나마 참을 만했던 것은 그녀의 얼굴에 유채로 그려진 선 몇 개와 일부러 부탁한 진한 눈 화장이었다. 그나마 부끄러운 마음을 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화장하는 동안 그녀는 민도준에게서 문자를 받았다.아주 짧은 한마디였다.[어디야?]‘지금 당장 날 만나자는 것은 아니겠지?’‘너무 부지런하다니까.’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당연히 그에게 말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그림을 팔아 돈을 모으는 것과 같은 일들이 들통날 수 있었다.그녀는 고민 끝에 답장했다.[권씨 집안에 있어요, 몇 시간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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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이 꼬리가 그렇게 좋다면 제가 뜯어서라도 드리죠
“그만 해요.”권하윤은 그러잖아도 옷차림 때문에 매우 수치스러웠는데, 민도준이 이렇게 도발 하듯 말하니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눈빛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곧 그의 강경한 말이 들려왔다. “말 안 해? 넌 오늘 이렇게 입고 남자한테 당하기를 기다리는 거잖아, 이미 했는데 말할 용기가 없는 건가?”그에게서 몇 번이나 굴욕을 당한 하윤은 화가 나서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건 그냥 만화 캐릭터로 분장하고 즐기는 파티라고요. 어딜 봐서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추잡하게 해요?”“허.”민도준은 그녀의 꼬리를 들고는 ‘짝’ 하고 엉덩이를 후려쳤다.“최수인이 너를 이 모양으로 꾸미라고 한 이유가 단지 너와 함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해? 그놈은 암쥐로 분장한 너를 잡아서 먹으려고 하는 거야.”하윤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가 최수인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렀기 때문이었다.‘이 사람은 내가 최수인과 함께 온 것을 어떻게 알았지?’‘아니, 그보다는 이 사람이 최수인을 어떻게 알아?’‘설마 최수인이 나를 팔아먹은 건 아니겠지!’품속의 여자가 조용해지자 민도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는 꼬리털에 손바닥이 가려워지자 힘을 주어 잡고는 잡아당겼다.“왜 말이 없어?”권하윤은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넉넉하지 않은 자신의 삶이 더 나빠질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는 먼저 그를 안정시키기로 마음먹었다.그녀는 팔을 들어 민도준의 목을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키 차이로 인해 그녀가 마치 그의 몸에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권하윤은 턱을 그의 튼튼한 가슴에 얹고 고개를 들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거짓말로 당신을 속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요.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해 여기까지 달려와서는 더 안 됐고요.”지난날 권하윤은 늘 우아한 숙녀 차림이었다. 검은 머리를 풀거나 뒤로 묶어 얌전하고 차분한 여인의 이미지를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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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너와 우리 어린 제수씨는 서로 어떻게 알게 되었니
“제수씨?”민도준의 웃음이 의미심장했다.“최수인이 나와 몇 년 동안 알고 지냈는지 아니?”“어디 한번 계산해볼까, 벌써 10년째인데.”권하윤의 몸이 뻣뻣해졌다. 그녀는 민도준과 최수인이 서로 그냥 알고 지내는 재벌 집안의 아들인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래된 친구일 줄은 몰랐다.민도준은 한가로이 그녀 얼굴의 표정 변화를 보고 있었다.“그래서, 너는 수인이 너 때문에 나를 속일 것이라고 생각해?”하윤은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댔다.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마음 내키는 대로 찾은 곳이 뜻밖에도 민도준과 이렇게 깊은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본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그녀의 작은 귀를 조몰락조몰락 만지작거렸다.“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최수인이 들어오기 전에 이 일에 대해 똑똑히 설명해. 만약 네가 말한 것이 이따가 최수인이 말한 것과 다르면…….”그는 말을 멈췄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권하윤은 마음이 뒤숭숭했다.만약 그녀가 사실대로 고백한다면, 이후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연 최수인이 자신을 도와 십년지기 친구에게 거짓말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똑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다.“권하윤 씨? 옷 다 갈아입었어요?”문밖에서 최수인은 시계를 보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해도 화장이 다 끝났을 시간이었다. 이런 곳이 처음인 그녀가 나오는 것이 쑥스러울까 봐 그는 문을 사이에 두고 권하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하윤 씨,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어요.”“일단 내가 먼저 들어갈 수 있게 해 줄래요? 나는 경험이 풍부하니, 당신을 도와 옷차림을 좀 바꿔 줄 수 있어요.”“꼬마 미니야! 얌전히 문 열어줘.”최수인이 문짝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희롱하기 시작할 때 문이 갑자기 열렸다.문에 기대있던 그는 하마터면 허리를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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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시아주버님이라고 불러봐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권하윤의 귀에 들어오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테이블 밑의 공간이 너무 좁아서 다리가 절여서 마비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꼼짝도 못 한 채 민도준에게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최수인의 말처럼 그녀의 분장한 모습은 확실히 사람을 홀리게 했다. 지금 그녀는 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핫팬츠 밑으로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드러났다. 요염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의 매혹적인 요정 같았다. 공간이 제한되어 있던 까닭에 상체가 매우 낮게 눌려있어서 핑크색 튜브톱 사이로 가슴이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민도준은 욕망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여전히 투덜대고 있는 최수인의 말을 끊었다.“꾸물거리지 말고 나가. 그렇지 않으면 너는 오늘 여자 하나도 꼬실 수 없을 거니까.”그는 자신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말했다.“내 말이, 빨리 나가야겠어. 아까 본 헬로키티가 괜찮았는데. 뺏앗기면 안 돼!”문 앞에 다다른 그가 갑자기 멈춰 섰다.“민 사장님? 나에게서 뺏어간 여자, 시간 되면 돌려줘.”그는 민도준에게 윙크하고 방을 나갔다.“최 사장님이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이에요? 설마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권하윤은 최수인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나와.”목소리만으로는 민도준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네.”그녀는 짧게 대답하고 테이블 밑에서 빠져나왔다. 너무 오래 쭈그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상체가 빠져나오자마자 다리가 절여서 넘어지고 말았다.그녀의 머리가 민도준의 다리에 부딪혔다.“아얏! 미안해요.”민도준은 다리에 붙어있는 작은 머리를 보고 씩 웃었다.“너는 좀 더 미안해도 된다.”권하윤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가 아이를 드는 것처럼 그녀를 들어 올렸다.그는 권하윤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 그 앞에 섰다.그녀는 이런 자세가 왠지 당황스러워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도준 씨, 당신은…….”민도준은 그녀의 손에 있는 흰 장갑을 보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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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겁도 많고 꾀도 많아
민도준은 그런 권하윤의 모습을 보면서 우스웠다.“스스로 고개를 돌릴래, 아니면 내가 도와줄까?”그녀는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강한 힘으로 그녀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돌려놓았다.“그만해, 응?”그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고개를 휙 돌려 창밖만 바라보았다.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래, 그럼 네가 거짓말한 일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아까 문자메시지에서 네가…….”그러자 그녀는 화를 내며 말했다.“말하지 말아요. 내가 방금 다 갚았잖아요!”민도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너는 나에게 딱 한 번 갚은 거고, 네가 오늘 한 거짓말이 한 개는 아닌 거로 아는데.”이 말을 들은 권하윤은 순식간에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문자메시지에서 딱 한 번 속였잖아요. 다른 거짓말이 뭐가 있죠?”민도준은 웃으며 그녀의 이마를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톡 찌르더니 더 이상 말이 없었다.차를 몰고 한참이나 달렸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결국, 그녀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민도준을 몰래 쳐다봤다.‘내가 오늘 그를 한 번 이상 속였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혹시 최수인에 관한 일을 가리키는 것인가?’‘설마, 그가 최수인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겠지?'‘만약 믿지 않는다면 왜 나에게 더는 묻지 않지?’민도준은 별장에 가려다가 중간에 전화를 받고 길을 바꾸어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차가 멈추자 하윤은 아주 빠르게 말했다.“민 사장님께서 친히 저를 데려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녀가 막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민도준에게 다시 잡혔다.뜨거운 키스가 머리 위에서 내려왔고 그녀는 호흡곤란으로 얼굴이 붉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풀려났다.“잘 들어가.”그의 허락을 받은 하윤은 빠르게 달려갔다.그 모습을 민도준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어린 애가. 겁도 많은 게 꾀도 많아.’차에 시동을 걸며 그는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이 받지 않자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일고여덟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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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민도준이랑 헤어지고 나한테 와
최수인은 권하윤이 그 자리에서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물어봤다.“그때 내가 도준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당신도 거기 있었죠?”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얼굴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무시한 채 태연한 척 말했다. “최 사장님께서 비밀을 지켜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전에 말했듯이, 나는 직업윤리를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최수인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돈이 필요하면 도준한테 주라고 하면 되지 않나? 이백억은 그에게 전혀 큰돈이 아니에요.”“설마 도준이 안 주는 건 아니겠죠?”하윤은 미소를 지었다.“민 사장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서요.”최수인이 입을 삐죽거리는 것은 분명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는 하윤을 쳐다보더니 두 눈이 점점 커졌다.“그럼, 당신이 나한테 와요. 나는 도준보다 대범하니까!”“확실해요?”민도준의 여자를 뺏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최수인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둘은 어차피 길게 만날 수 없으니까 어쨌든 내가 먼저 줄을 설게요.”하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귀에 거슬렸다.그녀는 남은 차를 다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만 가볼게요.”최수인은 흔들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접시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찻주전자를 들고 책상에 놓인 족자 상자를 훑었다.“당신도 참 신중하네요.”“연기하려면 반드시 진짜처럼 해야 해요.”하품을 하자 최수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래요. 소식이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요.”하윤이 일어나자마자 그가 한마디 더 했다.“만약 생각이 바뀌어 나한테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그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생각해 볼게요.”그녀가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해서 최수인은 오히려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떠난 뒤, 그는 감탄했다.“어쩐지 도준이 흥미를 느끼더라니, 확실히 재미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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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약점을 잡으려다 오히려 들통나고 말았다
강수연의 비난 섞인 말을 권하윤은 변명 하나 없이 다 받아들였다.“어머님 말씀이 다 맞아요. 제가 요 며칠 승현 씨를 보살피는 것이 확실히 부족했어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머님께서 괜찮으시면 승현 씨에게 전화해서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해 주세요. 그러면 저도 그를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요.”강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소리야, 승현이 여기서 안 살면 어디서 살아?”하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머님 아직도 모르고 계세요? 며칠 동안 승현 씨는 민정 씨 집에서 잤어요.”“뭐야?”순간, 강민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러나 그녀는 곧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왜 헛소리를 하세요. 오빠가 언제 우리 집에서 잤어요?”“권하윤! 너 무슨 의도로 그런 소리를 한 거야?”“이모, 화내지 마세요. 새언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강민정은 마치 정말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것처럼 훌쩍거리며 말했다.하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바로 휴대전화에서 사진 몇 장을 찾아냈다.“아가씨, 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이건 아가씨가 직접 SNS에 올린 거잖아요.”[오늘 오빠한테 저녁을 해줬는데 오빠가 손재주가 좋다고 칭찬해 줬어요.][천둥 칠까 봐 무서워요.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강민정의 SNS에는 둘의 다정한 모습이 거의 매일 올라와 있었다. 일부 사진은 둘이 지나치게 친밀해 보였다. 이를 보고 있던 강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하윤이 한 장 한 장 사진을 내밀자 강민정의 얼굴빛이 갈수록 하얗게 변했다.이 사진들은 모두 그녀가 일부러 하윤에게 보낸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강수연은 일그러진 얼굴로 분노했다.“민정아, 너와 승현은 비록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지만 이제 둘 다 어린아이가 아니야. 마땅히 거리를 두어야지. 이렇게 늘 오빠에게 달라붙어 있으면 되겠니?”“네? 저는…… 네…….”“잘못했어요, 이모.”강민정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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