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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나와 함께 있어 준다면 고려해 볼게요

르네시떼.

이곳은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보물 가게’였다. 대형 경매회사의 고가의 예술품이나 골동품 등은 대부분 이곳에서 흘러나갔다.

권하윤은 이곳에 처음 방문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헌책방 같은 레트로 분위기였다.

가게 입구에는 사람 키 반 정도 높이의 카운터가 있었고,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졸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계세요?”

하윤이 여러 번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코 고는 소리뿐이었다.

‘이런!’

그녀는 좀 더 큰 소리로 불렀다.

“할아버지!”

그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무 계단 뒤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불러도 소용없어요. 그는 귀가 어둡거든요.”

가게의 낡은 나무틀을 돌자 발밑 마루에서 ‘끼익’ 소리가 났다.

계단 뒤에는 베란다가 있었다.

꽃무늬 옷을 입은 남자가 흔들의자에 앉아 얼굴을 책으로 덮고 손에 든 부채를 제멋대로 흔들고 있었다.

골동품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가 들고 있는 부채와 그가 얼굴에 덮어둔 책 모두 확실한 골동품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모두 가보가 될 만한 수준의 것들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것들을 그냥 평범한 물건과 다를 바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책을 치우자 지나치게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남자는 하품을 하며 권하윤을 흘겨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팔 겁니까, 살 겁니까?”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권하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사장님께 보여드릴 물건이 있는데 보시고 견적 좀 부탁드려요.”

그녀는 핸드폰에서 ‘한매도’의 사진을 찾아 남자에게 내밀었다. 그는 비스듬히 보더니 3초 만에 대답했다.

“정상 가격은 260억이고, 암거래 가격은 160억입니다.”

권하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정상 가격과 암거래 가격은 또 뭐예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찻주전자를 들고 입에 부었다.

그는 권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당신은 권씨 집안 넷째 아가씨지요?”

그녀는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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