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1387 챕터
제51화 그럼 모두 시도해 보면 되겠네
남자의 다그침에 권하윤은 마지못해 손이 묶인 자세로 일어섰다.하지만 손을 움직이지 못하자 동작도 따라서 굼떠졌다.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주저앉기를 반복하자 곧바로 남자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약간 높은 끝음은 마치 그녀를 비웃는 듯했다.이에 난처하고 쪽팔렸는지 권하윤은 마치 자신을 증명하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끝내 일어서는 데 성공했지만 스텝이 꼬여 민도준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다음 순간 힘 있는 팔이 그녀를 붙잡더니 자연스레 그녀의 엉덩이를 한대 때렸다.“전희가 너무 형편없네.”권하윤은 귀밑까지 빨개진 채 아예 그 자세 그대로 민도준의 다리 위에 앉더니 꽉 묶은 손을 남자의 목에 걸쳤다.남자를 꽉 잡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묶어놓는 동작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바싹 가까워졌다.그 동작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렇게 꼭 붙어있으면 어떻게 움직이려고? 응?”비음이 살짝 담긴 마지막 한마디에서 약간의 애정을 느낀 권하윤은 심장 박동이 흐트러졌고 호흡이 가빠졌다.민도준의 얼굴은 사람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기분이 좋을 때 눈에 걸리는 웃음기는 사람을 현혹했다.코끗을 자극하는 옅은 담배 냄새와 허리에 걸친 남자의 큰 손이 느껴지자 방금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상황이 실감이 나면서 저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이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남자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그러다 갑자기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깨닫자 갑자기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하마터면 민도준에게 빠질 뻔하다니.’문태훈이라는 위험 요소를 아직 제거하지 못했기에 그녀는 민도준을 잘 구슬려 그가 자기를 보호해 주는 듯한 모습을 문태훈한테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그가 조금이라도 자기한테 손대기 두려워 할 테니.정신을 가다듬은 그녀는 자기 입술을 민도준의 입술 위에 포개더니 살살 문질렀다.“민 사장님이 움직일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가벼웠지만 무엇을 암시하는지 명확했다.꼭
더 보기
제52화 다음엔 뭐가 좋을까?
“다음엔 뭐가 좋을까?”벽을 한참 훑던 민도준의 눈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되더니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찾았다.”권하윤은 민도준 손에 들린 들린 딜도를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손에 묶여 있던 나일론 끈은 어느새 수갑으로 교체된 채 권하윤의 등 뒤에 고정되었고 얼굴이 소파에 파묻힌 채 등 뒤의 상황을 볼 수 없자 권하윤은 순간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흐릿한 불빛은 예쁜 곡선으로 휜 그녀의 등에 고스란히 떨어졌고 빨간 치마와 흰 피부가 대조되면서 시각을 자극했다.게다가 공기 속에 훤히 드러난 그녀의 등은 미세하게 떨렸고 선명한 날개뼈마저 움찔거렸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민도준의 눈에는 점점 욕망이 끓어올랐다.순간 손에 든 장난감을 보더니 불쾌한 듯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도 아직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이딴 장난감에게 그 기회를 먼저 내어줄 수는 없었다.권하린의 허리는 남자의 손에 의해 들리는 순간 매혹적인 곡선으로 휘었다.“아.”고통과 흥분이 섞인 낮은 신음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민도준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는 모르지만 권하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어졌다.민도준의 체력과 주체할 수 없는 힘 때문에 그딴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권하윤은 죽을 것만 같았다.게다가 오늘 그는 마치 권하윤을 일부러 괴롭히기라도 하려는 듯 일말의 자비도 없이 밀어붙였다.그제야 권하윤은 예전에 민도준이 자기를 얼마나 봐주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그런 행위가 약 두 번 정도 지속되자 권하윤은 몸속에 누적되었던 피로감에 눈앞이 점차 점등되었고 끝내 의식을 잃었다.민도준은 축 늘어진 권하윤을 끌어안더니 긁는듯한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툭 뱉었다.“이젠 쓰러진 척하시겠다?”그의 큰 손은 권하윤의 목을 받쳐 들었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코로 미약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하, 정말 쓰러졌네.”그의 품에 안긴 사람은 대
더 보기
제53화 연습 좀 해 둬
잠시 뒤, 그 사진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전송되었다.그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훑어보던 강민정은 흐뭇해하는 동시에 사진 속 인물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하하하, 권씨 집안 아가씨가 이런 망나니랑 놀아나다니.”강민정은 그 외투가 한민혁 것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사립탐정을 고용해 권하윤의 뒤를 캤다.그리고 역시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오늘 끝내 그 증거를 잡았다.하지만 사진 속 권하윤은 그저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 친밀한 행동은 조금도 없었다.‘이러면 설득력이 없을 텐데.’“계속 뒤를 밟아요. 수위가 높은 사진만 찍을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자신이 어느새 상간남이 되었다는 걸 알리 없는 한민혁은 아침밥을 들고 블랙썬 펜트하우스로 올라가 민도준을 찾았다.그 과정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의 손에 들린 아침밥을 보자 그를 놀려대기까지 했다.“민혁 도련님은 점점 더 현모양처로 변해간다니까요.”“꺼져, 이게 진짜. 나도 부탁 받은 거거든.”밖에서 발톱을 드러내며 유세를 떨던 한민혁은 민도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다시 얌전해졌다.“도준 형, 사람은 이미 돌려보냈어요.”“응.”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눈을 감은 채로 잠을 보충하는 민도준을 보자 한민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아침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하지만 따뜻한 음식의 냄새와 포장은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않았다.민도준은 냄새가 흘러나온 곳을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건강한 음식은 어디서 났어?”“권하윤 씨가 저더러 형한테 주라고 부탁했어요.”“하.”‘사람 달랠 줄도 다 알고. 이런다고 내가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나?’그저 피식 웃기만 하고 반대를 하지 않는 민도준을 보자 한민혁은 아예 포장을 뜯으며 음식들을 상 위에 펼쳐놨다.하지만 절반도 채 열지 않았을 때, 민도준이 손을 저었다.“열지 마. 나 안 먹어.”한민혁은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 대접을 받았으니
더 보기
제54화 다음번에 꼭 만족시킬게요
[분발해서 다음번엔 꼭 민도준 씨 만족시킬게요.]분명 순종적인 말투였지만 민도준은 액정을 통해 권하윤의 시큰둥한 표정과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비위를 맞추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액정을 타고 위로 올라가자 전에 나눈 대화가 눈에 들어왔다.[민 사장님, 어제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아침 안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 특히 신장에.][죽고 싶어?][농담이에요.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줄 서서 아침을 구매한 저를 봐서라도 조금만 드셔주세요.]…….민도준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꽤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너무 순종적이어도 안 되고 방항적이어도 안되며 한상 적당한 선을 지키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때문에 권하윤은 손에 쥔 열쇠를 보는 순간 오늘 그 선을 잘 지켰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자꾸만 감기는 눈을 겨우 부릅뜬 채 샤워를 하더니 침대에 등이 닿기 바쁘게 기절하듯 잠들었다.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벌써 오후였다.한숨 푹 자고 나니 오히려 몸 이곳저곳이 아파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켠 순간 문태훈이 보내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권하윤 씨, 어제 너무 급하게 가는 바람에 얘기 채 나누지 못했는데 오늘 시간 돼요?]다시 공손하게 변한 그의 말투에 어제 그녀를 협박하던 일이 꿈이었나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오후 4시.권하윤은 경성에 있는 유명한 가정 요리 전문점에 도착했다.“오래 기다렸죠?”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가방을 옆자리에 놓고는 맞은편에 앉은 문태훈에게 싱긋 미소지었다.하지만 그녀와 달리 문태훈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눈에 빨간 핏발이 서 있는 걸 보니 간밤에 잠을 설친 게 틀림없었다.믿는 구석이 있는 듯 두려워하지 않는 권하윤의 모습을 본 순간 문태훈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어젯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가 반나절 동안 링거를 맞았는데 상대방은 오히려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은 모습이니 화가 날 만도 했다.그의 시선을 의식한 권하윤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긴
더 보기
제55화 연기하는 모습을 보다
“공은채 씨 때문이거든요.”문태훈은 악의 가득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그런데 그쪽 아버지가 공은채 씨를 죽인 범인이잖아요.”“그 입 다물어!”권하윤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그 말들 다 증거도 없는 헛소리예요! 게다가 공은채 씨는…….”솔직히 권하윤도 공은채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공씨 가문에서 왜 그녀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지 모른다.그저 공은채가 죽은 뒤 자기 집이 발칵 뒤집혔다는 것만 알뿐.하지만 문태훈과 이 일로 실랑이를 벌인다고 얻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권하윤은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민 사장님이 공은채 씨 때문에…… 그 사람과 알게 됐다는 게 무슨 뜻이죠?”“그렇게 많은 걸 알 필요는 없어요. 그저 민 사장님이 만약 당신이 이성호 딸이라는 걸 안다면 아주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거란 것만 알아둬요.”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권하윤은 문태훈의 말을 믿어야 할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로 도박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말해요, 저한테 뭘 원하는지?”“뭘 원하냐고요?”문태훈은 말끝을 길게 늘어트리며 시치미를 뗐다.하지만 그걸 이미 간파한 권하윤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일을 민 사장님한테 알리지 않은 건 이걸로 저한테서 뭔가 뜯어내려는 속셈 아니었어요?”자기가 먹지도 못하고 공손하게 다른 사람에게 권하윤을 바쳐야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뭔가 뜻어내는 게 문태훈한테는 나았다. 때문에 그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권하윤 씨 역시 시원시원하다니까. 그러면 저도 사양하지 않고 솔직히 말할게요. 권하윤 씨가 민 사장님의 사람이라니 저도 그쪽한테 감히 손댈 수 없게 됐으니…….”“얼마요?”권하윤은 서사를 늘여놓는 문태훈의 말을 바로 잘라버렸다. 문태훈도 자기와 엮이지 않으려는 권하윤의 태도를 알아차리고 바로 원하는 숫자를 불렀다.“200억.”권하윤은 그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 저를 은행으로 보는 건 아니죠?”“권하윤 씨 지
더 보기
제56화 사람들 앞에 내세우지 못할 사람
상대방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민도준을 내서워 남을 속이다가 결국 당사자 앞에 들키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권하윤은 안절부절못했다.‘역시 사람은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맞나 보네.’만약 민도준이 이 자리에서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모든 걸 폭로하면 전에 그녀가 했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민도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런 그녀의 눈빛에 민도준은 테이블에 위의 남겨진 음식을 보더니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밖에서 이렇게 훔쳐먹었으면서 아직도 배가 안 불러?”들을수록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자기를 폭로하지 않자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윽고 민도준의 팔짱을 더욱 힘껏 끌어안으며 두 눈을 곱게 접었다.“민 사장님이 식사하시겠다면 곁에서 함께 먹어줄게요.”두 사람이 끈적하게 달라 붙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자 문태훈은 속이 후들거렸다. 이윽고 민도준이 뭔가 오해라도 할까 봐 다급히 해명했다.“저기, 사실 오늘 권하윤 씨한테 사과하려고 불렀어요. 민 사장님이 권하윤 씨와 아직 볼 일이 있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물러날게요.”말을 마친 문태훈은 민도준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발 빠르게 도망쳤다.다행히 일이 흐지부지 넘어가자 권하윤은 팽팽하던 긴장감이 확 풀리면서 손의 힘이 저도 모르게 풀렸다.권하윤이 꼭 껴안고 있어 따뜻해진 팔뚝이 그녀가 물러나는 순간 다시 서늘해지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젠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다 이건가?’순간 심술이 나는 듯 권하윤의 얼굴을 살짝 꼬집은 채 그녀의 고개를 자기 쪽으로 돌렸다.“이용 가치가 없어지니 이젠 연기도 할 필요 없다 이거야?”민도준이 꼬집는 바람에 얼굴이 늘어나며 고통이 전해지자 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힘을 주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무마할까 생각하던 그때 민도준 곁에 서있는 민지훈과 맞닥뜨렸다..지금껏 유지해온 떳떳하지 못한
더 보기
제57화 제수씨 or 형수
담배를 꺼낸 민도준은 손끝으로 담뱃갑을 톡톡 두드려 담배 한 개비를 뽑아 입에 물었다.그러자 권하윤은 곧바로 테이블 위에 있는 라이터로 그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이미 여러 번 연습을 한 뒤라 그녀는 이미 손쉽게 라이터를 켤 수 있었다. 작은 불꽃이 피어오른 라이터를 담배 아래에 대자 이내 불이 붙더니 연기가 피어올랐다.“둘재 형이 좋아하는 건 이미 다 주문했는데 혹시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어요?”민지훈이 물어본 상대는 다름 아닌 권하윤이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메뉴판을 회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빙 돌려 권하윤 앞으로 전해줬다.하지만 권하윤은 그걸 보기 전에 민도준을 힐끗 바라봤다. 아직까지도 남아도 된다는 대답을 듣지 못했으니까.그 때문인지 그녀의 동작은 유독 조심스러웠다. 천천히 메뉴판을 자기 쪽으로 당겨오며 곁눈질로 민도준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그러던 그때, 민도준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뭘 꾸물거려.”태도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묵인한다는 뜻이었다.권하윤은 그제야 메뉴판을 홱 집어 앞으로 가져와 메뉴를 골랐다.이미 배가 거의 찼기에 그녀는 과일차 한 잔과 디저트를 주문했다.메뉴판을 내려놓은 뒤 권하윤은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민도준 앞에 놓인 식기를 깨끗이 닦아주었다.그 덕에 간밤에 남긴 빨간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새하얀 손목과 대조되는 빨간 흔적은 눈을 자극했다.식기를 닦고 메뉴가 나오자 권하윤은 또다시 민도준 앞에 음식 놓으며 바삐 움직였다.민도준은 권하윤의 시중을 받으며 비계를 따로 떼어내라 파를 골라내라 지시해댔다.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민지훈은 일부러 상처받은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휴, 나도 참 복이 없네. 음식집어주는 사람도 없고.”“근데 제수씨, 앞으로 계속 제수씨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둘째 형수라고 부를까요?”갑작스러운 질문에 권하윤을 민도준을 힐끗 봤지만 그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면 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빈 그릇
더 보기
제58화 내가 언제 가도 된다고 했지?
“내가 언제 가도 된다고 했지?”민도준은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눈썹을 치켜들었다. 먹빛을 머금은 눈동자는 너무 깊어 끝이 보이지 않았다.남자의 행동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권하윤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그러던 그때 민지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 집 음식이 맛은 괜찮지만 실내 인테리어가 별로네요. 다음번에 경인 지역으로 가요. 그쪽에 있는 레스토랑 음식 맛도 좋고 인테리어도 괜찮거든요.”권하윤은 자기가 어색해 할까 봐 민지훈이 일부러 분위기를 풀려고 끼어들었다는 걸 알고 있엇기에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일이 있은 뒤 민지훈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형 이번에 동림 부지 입찰 내놓을 생각이었어?”동림 부지는 정책적인 지원을 받는 곳이기도 하고 재개발구역이기도 하기에 큰 고깃덩이나 마찬가지였다.때문에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 땅에 눈독 들였고 민씨 가문 사람들도 당연히 그중 하나에 속한다.심지어 그 부지를 차지하려고 민상철이 직접 사람을 보낸 걸 보면 그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담판에 성공할 기미가 보였지만 그때 마침 민도준이 끼어들어 그 땅을 먹어버렸고 민씨 가문 전체와 척을 지는듯한 민도준의 행동으로 인해 그와 식구들의 관계는 더욱 미묘해졌다.특히 지난번에 민도준에게 협력을 제안했지만 거절을 당하자 민상철은 당연히 그가 직접 부지를 개발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입찰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새어나갔으니 민씨 집안사람들은 당연히 가만있을 리 없다.민지훈의 말에 민도준은 귀찮은 듯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할 말 있으면 해.”민지훈은 민도준의 이런 성격이 이미 익숙한 듯 말을 이었다.“경제력과 인맥으로 따지면 경성에서 민씨 가문을 따라올 자가 아무도 없잖아. 입찰자를 모집하겠다면 아무래도 같은 식구한테 기회를 주는 게 낫지 않겠어? 같은 식구면 일하기도 편리하고 지분 나누기도 쉽고. 누가 벌어도 다 버는 거잖아.”여기
더 보기
제59화 모든 일 솔직하게 털어놔
“급할 거 뭐 있어?”민도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그전에 계산할 거 먼저 계산하자고.”권하윤은 그의 말에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지금 민도훈이 따지려 드는 일을 생각해 보면, 그가 빌딩 한 채 손해 보게 한 거, 그의 이름을 빌려 사람을 속인 거, 그리고 민지훈을 보는 순간 그와 거리를 유지하며 도망간 거, 이 몇 가지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갈피를 잡을 수 없자 권하윤은 결국 먼저 뉘우치는 태도라고 보여야겠다고 결심했다.“잘못했어요.”그녀는 감히 민도준을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목소리는 되도록 진심이 묻어나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하지만 귓가에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고개 숙이고 뭐해? 내가 사람 들 앞에 내놓지 못할 내연남이라서 그래?”‘민도준을 내연남으로 대한다고?’권하윤은 순간 머리가 찌근거렸다. 그리고 얄팍한 수단은 더 이상 소용없겠다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의자를 민도준 쪽으로 끌어당기며 그에게 바싹 붙었다.두 의자가 틈도 없이 꼭 붙자 권하윤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돌아봤다.“저 그런 뜻 아니에요.”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손을 올렸다.그 행동에 놀란 권하윤은 심장이 벌렁거렸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러던 그때 남자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문지르며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들어갔다.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는 마치 검은빛을 내는 비단 같았다.그러던 그때, 부드럽게 권하윤의 머리 뒤까지 흘러간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두피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고개를 쳐들고 남자를 바라봤다. 깨끗한 얼굴은 순간 남자의 시선 아래에 훤히 드러났다.고통스러운 표정에는 마치 학대를 당하기라도 한 듯 연약함이 묻어있었다. 민도준은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씩 올렸다.눈빛은 여자의 눈썹에서부터 점점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더니 입술, 그리고 목덜미에 닿았다.
더 보기
제60화 민도준을 달래다
바로 뭐라 받아치려던 순간 권하윤은 자기가 지금 권씨 집안 넷째라는 걸 인지했다. 권하윤 신분이라면 그녀가 할 줄 아는 게 확실히 없었다.그녀의 침묵에 또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생각났어?”남자의 물음에 권하윤은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곳에서 하면 안 될까요? 저한테 별장 열쇠도 주셨잖아요. 그러니 우리 거기 가요.”하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말투를 흉내 내며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안돼.”만약 상대가 민도준이 아니고, 마침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빌딩 한 채를 빚지지 않았다면 권하윤은 아마 당장에 욕설을 퍼부었을 거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그녀는 그럴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민도준의 도움이 필요했다.천천히 일어나는 그녀의 동작에 의자가 뒤로 밀렸다.기왕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꾸물거리지 않았다.그녀가 오늘 입은 옷은 연보라색 원피스였다. 그리고 그 안에 같은 색 계열의 실크 슬립을 받쳐 입었다.겉에 입은 치마를 벗자 슬립에 가려진 그녀의 몸이 드러났다. 그녀의 몸은 어느 한 군데라도 민도준의 손길에 닿지 않은 곳이 없다.권하윤은 일부러 자기 몸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마치 보지 못하면 그렇게 수치스럽지 않기라도 하듯이.의자에 앉은 민도준은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는 여자를 흥미롭게 바라봤다.“계속해.”남자의 말에 권하윤은 숨이 턱 막혔다.민도준을 힐끗 바라본 순간 그녀의 눈에 미처 읽지 못한 감정이 언뜻 지나갔다.민도준은 인내심이 바닥 나기라도 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려고 할 때 품 속에 말캉한 느낌이 전해졌다.권하윤은 어느새 손발을 그에게 두르며 품에 안기더니 약한 목소리로 그의 의견을 물었다.“여기서 무서워요. 우리 가면 안 돼요?”잠시 뜸을 들인 뒤 민도준은 낮게 코웃음을 쳤다.‘불쌍한 척하는 데 아주 도가 텄네.’지금도 보면 권하윤은 몸을 미세하게 떨면서 머리를 그의 품에 묻은 채 계속 파고들어 그를 간지럽혔다.민도준은 아무 감정이 없는 듯 그녀를 밀어냈다.“놔.
더 보기
이전
1
...
45678
...
139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