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387 챕터
제41화 같이 있어달라고 협박하다
권하윤의 심장박동 수는 순간 높이 치솟았고 송골송골 맺힌 땀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남자는 더 이상 며칠 전의 떠보는 말투가 아니었다. 그런 확신에 가득한 말투 때문에 순간 불안한 예감이 휘몰아쳤다.하지만 권하윤은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제 약혼자가 밖에서 기다려서 나가봐야 할 것 같네요. 실례합니다.”하지만 그녀에게 쉽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줄 문태훈이 아니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민승현 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에 얘기가 잘 통해서 대화하다가 전한테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주더라고요.”그리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역겨운 눈빛을 짓더니 한걸음 더 다가왔다.“권하윤 씨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반년 전에 글쎄 큰 병이 걸리고 난 뒤 갑자기 기적처럼 완치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가주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데 그렇게 좋은 의사가 있다니 추천 좀 해줘야겠는데요.”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았다.문태훈이 말하는 가주라는 사람은 문태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만약 권하윤이 죽지 않은 데다가 죽음을 위장하고 경성으로 도망쳐 왔다는 걸 그 사람이 알게 되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하기도 끔찍했다.뼛속 깊이 파고드는 공포에 권하윤은 치가 떨렸다.그녀는 지금 무조건 문태훈을 안정시켜야 했다. 만약 문태훈이 모든 사실을 그 사람에게 흘리는 순간 그녀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 테니까.한참을 고민한 끝에 권하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뭘 원하는데요?”바로 누그러진 권하윤의 태도에 문태훈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계속 권하윤으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권하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문태훈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저 경성에 친구가 많지 않아 혼자 놀기 심심해서요.”권하윤은 남자의 말에 헛구역질을 참으며 순종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문태훈 씨만 괜찮다면 제가 가이드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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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제수씨, 나 찾아?
공아름은 오늘도 역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등장했다. 수작업으로 짜인 빈티지 무늬 벨트로 허리를 둘러싸 라인을 부각했고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은 유럽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다.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요란하게 등장했지만 민도준의 카리스마에 뒤덮여 존재감마저 미약해졌다.고급 원단으로 만든 슈트는 그의 근육 라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의 야성미와 남성 호르문은 그것을 뚫고 밖으로 흘러나왔다.그 때문인지 늘 기고만장하던 공아름도 그의 옆에서는 그저 순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권하윤은 민도준을 언젠가는 또 만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민도준은 민승현의 팔들 두른 권하윤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연두색 옷소매 사이로 나온 새하얀 피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얼마 전의 광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권하윤의 두 팔은 그의 어깨를 감싼 채 그의 등에 빨간 손톱자국을 남기던 그 장면 말이다.깊고도 짙은 눈동자에는 순간 웃음기가 더해졌다. 너무나도 존재감 있는 그의 미소에 건하윤의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먼저 눈을 피했지만 민승현의 팔을 두르고 있는 손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졌다.술 파티 자리인지라 당연히 술이 빠질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몇 명씩 모여 잔을 부딪히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그제야 권하윤은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로 숨어들어 민도준의 도움을 청할 기회를 엿봤다.하지만 그녀가 전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민도준이 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겠지만 지난번 민도준은 분명 그녀에게 흥미를 잃은 듯한 눈치였기에 그녀가 다가간들 무시당할 게 뻔했다.그녀가 한참을 고민할 그때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방금 공아름 봤어요? 아주 민도준 씨한테 꼭 붙어있는 꼴을 봐요. 그러고도 공씨 집안 아가씨는 무슨.”익숙한 이름에 술을 마시는 척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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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제가 민도준 씨를 원해요
순간 권하윤의 심란하던 마음은 남자를 보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졌고 목소리는 예전과 달리 잔뜩 흥분해 있었다.“안 갔어요?”기쁜 기색이 역력한 권하윤의 얼굴을 빙 둘러보던 민도준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왜? 나 보고 싶었어?”“아, 아니지. 우리가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으니 나 보고 싶어 했을 리는 없겠네.”담담하게 뱉은 몇 마디 말에 권하윤은 하려던 말이 모두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잠시 뒤에야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낮은 자세로 입을 열었다.“농이 지나치네요. 전에는 제가 사리분별을 못했습니다.”그 말을 듣고 있던 민도준은 느긋하게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이제는 사리분별이 되나 보지?”권하윤은 이내 앞으로 걸어가 민도준 손에 든 라이터를 받아 들더니 그보다 하나 낮은 계단에 서서 고분고분한 태도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마치 남자의 비위를 맞추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와 애정 어린 눈빛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전에는 제가 너무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생각해 봤는데 민 사장님 곁에 있는 건 제 복이더라고요. 이해득실만 따지며 성질을 부리면 안 됐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전에 블랙썬에서 당차게 거절했던 걸 애써 포장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그는 권하윤의 턱을 들어 올리며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설마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했다고 내가 다시 받아줄 거라고 생각해?”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미소는 그대로 굳었다. 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이내 손을 들어 민도준의 팔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제가 민도준 씨를 원해요.”손 끗으로 민도준의 팔 위에 야릇하게 선을 그리던 권하윤은 눈을 들어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처음에 긴장하고 겁에 질린 듯한 모습과는 달리 어느새 눈에서 야릇함이 흘러나왔다.그런 변화는 사실 민도준이 조련해낸 것이다.그는 여자의 그런 변화를 보자 그녀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었다.“나를 원한다고?”“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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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유혹
“이 술 내가 특별히 사람 시켜서 만든 건데 안 마시면 저 섭섭새요. 권희연 씨.”공아름의 말에 권희연은 쟁반 위에 놓인 술병을 힐끗 바라봤다. 하지만 술병에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 강한 알코올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그녀는 벌써 공아름이 건네오는 술을 3잔이나 마셨다. 그것도 번마다 점점 독한 술로.더욱이 방금 먹은 술은 마치 그녀의 위에 구멍을 뚫을 듯 뜨거워 구역질을 참으려고 갖은 애를 써야 했다.하지만 공아름은 그녀에게 계속 술을 권해왔다.웨이터가 술을 코앞까지 대령하는 순간 권희연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공아름을 보면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공아름 씨, 저 정말 더 이상 마시지 못하겠어요,”술기운이 올라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연약한 자태를 취하고 있는 권희연을 보자 공아름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오호라. 네가 그런 불여시 같은 눈빛으로 민준 씨를 홀린 거였네?’민도준에게 무시당했던 분노는 모두 화살이 되어 권희연에게 겨눠졌다. 공아름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권희연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그 술 저년 입에 처넣어!”“싫어, 이거 놔. 놔!”보디가드가 권희연을 붙잡자 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놀랐다.물론 명문가 규수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암투를 벌이기는 해도 모두 신분을 고려해서 말 몇 마디 하는 게 다였지 공아름처럼 직접 폭력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다.게다가 공아름이 이 정도로 교만하다는 것도 사람들은 금시초문이었다.권희연의 입이 보디가드에 의해 억지로 벌려지는 걸 보는 순간 권하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공아름 씨.”권하윤은 권희연에게 억지로 술을 부으려는 보디가드 앞에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희연 언니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니 제가 대신 마실게요.”솔직히 권하윤은 갑자기 영웅심리라도 발동한 게 아니었다. 그저 같은 가문 일원으로써 권희연이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패라면 권하윤 본인은 그저 쓰다 버릴 패이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만약 권희연이 이런 일을 당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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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형 상대가 아무래도 바람난 것 같아
“블랙썬?”문태훈은 당연히 블랙썬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다. 경성에서 가장 큰 유흥업소이자 밤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곳.대충 호텔 하나 잡아 권하윤과 잠자리를 가지려고 했는데 그녀가 블랙썬이라는 이름을 대자 문태훈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곳은 민도준 씨가 관리하는 구역 아닌가요? 민씨 가문 며느리면서 두렵지도 않은가 보죠?”마음속으로 뭔가 꿍꿍이를 품고 있던 권하윤은 일부러 문태훈의 귓가에 대고 입김을 불며 속삭였다.“그래야 더 스릴 있지 않아요?”문태훈은 순간 흥분했는지 얼굴을 붉히더니 권하윤을 껴안고 마구 입을 맞췄다.“권하윤 씨가 이렇게 잘 노는 성격인지 처음 알았네요.”권하윤은 남자의 입맞춤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피하며 점점 눈에서 싸늘한 빛을 내뿜었다.“사람은 누구나 다 변하잖아요.”블랙썬으로 가는 도중 문태훈은 전화로 미리 자리를 예약했다.공씨 가문 이름으로 자리를 예약하면서 그는 가장 은밀한 룸으로 예약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남자의 신중한 태도에 권하윤은 순간 계략이 떠올랐다.문태훈이 공씨 가문 개로 지내면서 굽씬거리는 모습을 그녀도 보지 못한 건 아니다. 그녀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처럼 문태훈도 아마 거리낄 게 많을 거다.그리고 그에게 약점이 있는 이상 그녀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만약 은밀한 걸 원한다면 저희가 진행하는 가면무도회에 오시는 건 어때요? 그곳은 출입할 때 무조건 가면을 착용해야 해서 그 누구도 고객님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블랙썬 매니저의 소개에 문태훈은 바로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망설이는 동안 권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두 자리 예약해 주세요.”문태훈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뭐라 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권하윤은 그에게 윙크를 날렸다.그녀의 매혹적이고도 귀여운 모습에 시선이 빼앗겨 멍하니 있는 몇 초간 전화 건너편 매니저는 이미 두 사람 대신 자리를 예약하고 세 자리 숫자를 읊었다.“이 숫자는 오늘 파티에 입장할 때 사용될 비밀번호입니다. 두 분 즐거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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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수인 가면
“쫙-”줄줄이 놓여 있던 옷 거치대가 연달아 넘어지더니 권하윤은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눌렸다.그리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며 버둥거렸지만 치마가 찢겨 나가는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다.“잠깐만요. 여기 누가 들어올지도 몰라요. 적어도 안쪽 탈의실로 가요!”겁에 질린 권하윤은 목소리 톤마저 변했지만 문태훈은 그런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잔뜩 흥분한 얼굴로 바지를 내리더니 권하윤을 자기 몸 아래에 무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씨발, 진작에 이러고 싶었어. 그러니 피하지 마…….”남녀 간의 현저한 힘의 격차 때문에 하윤은 꼼짝없이 붙들려 빠져나올 수조차 없어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순간 메쓱거림과 공포감이 그녀를 감싸왔고 끝까지 잡고 있던 정신이 와르르 무너졌다.하지만 그때 누군가 문을 쾅 하고 걷어차더니 큰 소리를 내며 역정을 부렸다.“누가 옷 다 엉망으로 만들었어? 당장 웨이터 불러와.”누군가 들어왔다는 걸 인지한 문태훈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자 기분이 잡친 듯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그 틈에 권하윤은 옷걸이에서 옷을 낚아채 안쪽 탈의실로 숨어 문을 잠갔다.헝클어진 머리와 엉망이 된 옷을 입은 채 서있는 자기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는 순간 권하윤은 참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심지어 핸드폰을 문태훈에게 빼앗겨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없었다.“쾅쾅쾅-”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태훈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그는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가면을 쓴 사람들을 노려보더니 권하윤에게 낮게 경고했다.“다 갈아입었으면 나와요.”남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있을 때 문뜩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밖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문태훈도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겨우 안심한 듯 옷을 갈아입으려고 손을 든 순간, 그제야 비로소 자기가 들고 온 옷이 등이 훤히 드러나는 빨간 원피스라는 걸 알아차렸다.원피스라기도 뭐한 게, 엉덩이를 겨우 가릴 법한 짧은 길이에 목뒤에 묶는 가는 끈으로 겨우 몸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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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낯선 사람과의 접촉
불이 꺼지는 순간 굶주린 듯 권하윤을 덮친 문태훈은 기대와 달리 허탕을 치고 말았다. 손에 잡히는 것 없어 당황한 나머지 마구잡이로 허우적대던 그때 머리카락의 감촉이 그의 손등을 스쳤지만 손을 움켜쥐기도 전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권하윤!”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룰 때문에 문태훈은 한껏 내리깐 소리로 권하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권하윤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미리 계획했던 코스로 천천히 소파 뒤로 기어갔다.앞에서 들려오는 헐떡이는 숨소리와 나지막한 욕지거리를 듣자 권하윤은 아무 말 없이 전에 출구 쪽으로 몸을 이동했다.하지만 자기의 방향 감각을 너무 과대평가했는지 손가락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구석으로 숨어들기는커녕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사방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에 순간 소름이 돋아 뒷걸음을 치려던 그때 등 뒤에 있던 웬 남자의 가슴에 등이 부딪히고 말았다.어둠 속에서 원래도 안정감이 없던 그녀였는지라 낯선 사람의 감촉이 느껴지자 감전이라도 된 듯 곧바로 옆으로 도망쳤지만 몇 발작 떼지도 못한 그때, 남자의 힘 있는 손이 허리를 두르며 도망치려는 그녀를 다시 끌어왔다.두 사람의 몸은 순간 밀착되어 남자의 체온마저 생생하게 느껴졌다. 낯선 남자와의 접촉에 권하윤은 순간 소름이 돋아 있는 힘껏 버둥거리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낮게 경고했다.“놔요!”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자기 쪽으로 그녀의 몸을 돌리더니 힘 있는 팔로 그녀의 허리를 두르는 바람에 권하윤의 가슴이 남자의 몸에 바짝 붙었다.얇은 옷감 때문에 살결이 직접 느껴지는 듯해 권하윤은 순간 당황했고 당장이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하지만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손가락 두 개가 그녀의 입안으로 쑥 들어왔고 손목을 휙 돌리더니 권하윤의 턱이 남자의 손에 잡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한껏 억누른 듯 가늘게 새어 나오는 비명은 조금 불쌍하기까지 했다.하지만 문태훈의 주의를 끌까 봐 두려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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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저 자식이 만졌어?
제48화 저 자식이 만졌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도준 품에 안겨 있던 권하윤은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수치스러워하며 뒤로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던 권하윤은 민도준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바싹 다가가더니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가슴을 느긋하게 만져댔다.“그러는 민도준 씨는 지금 제 모습이 싫어요?”솔직히 수치스러웠지만 문태훈에게 범해지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의 수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공기는 몇 초간 고요해졌고 그 고요함은 권하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어둠에 가려진 시야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어 더 답답할 노릇이었다.어둠이 주어진 10분 중 지금 몇 분이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불이 다시 켜지는 순간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문태훈이 책임을 물을 거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불안과 초조감이 순간 밀려왔다.그녀는 민도준이 자기한테 이미 싫증을 느끼고 자기를 버리고 떠나갈까 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일일수록 일어난다고 그녀를 꽉 잡고 있던 힘이 사라지더니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위의 온도마저 한순간에 식어버렸다.권하윤은 순간 오한을 느꼈다.하지만 민도준이 떠나려나 싶던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렸다.“저 자식이 만졌어?”“아니요.”너무 다급하게 대답한 나머지 상대가 듣지 못했을까 봐 권하윤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안 만졌어요.”“그럼 강요당한 건가?”“어…….”권하윤은 꾸물거리며 대답을 망설였다.그래도 재벌가 자녀에 민씨 집안 며느리인데 문태훈한테 강요당했다는 건 너무 말이 안 됐다.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민도준은 반드시 그 이유를 물어올 거고, 그녀와 공씨 가문 사이를 의심할 수도 있었다.“강요당한 게 아니면 원했다는 거군. 재밌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랄게.”“잠시만요.”권하윤은 상대를 붙잡으려 했지만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주위가 캄캄해 심지어 방향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그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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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민도준의 특별한 취미
문태훈은 민도준이 갑자기 쳐들어온 게 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고 방 안에 있는 여자가 제수씨라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몰랐기에 두려움을 숨길 수 없었다.이윽고 권하윤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저 놀리지 마세요. 그저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뿐입니다.”“그래요?”민도준은 잔뜩 얼어붙은 문태훈을 가볍게 무시한 채 소파로 걸어가 상대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계속해요. 나 없는 사람 치고.”“저, 그게…….”멍한 채 버벅거리는 문태훈을 민도준은 힐끗 스쳐봤다.“어려운가?”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위압감에 문태훈은 “싫다”라는 말을 끝내 내뱉지 못했다.‘설마 민도준한테 특별한 취미가 있나? 다른 사람이 관계를 가지는 걸 보는 걸 좋아한다거나.’황당해 보이는 추측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가능성 있었다.하지만 민도준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문태훈을 다그쳤다.“사람 말 못 알아듣나?”“아니요, 알아들었습니다.”민도준이 괴팍하고 변덕스럽다는 소문은 해원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문태훈은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 놓이자 방금 전의 충동과 흥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문태훈은 굳은 몸을 움직으며 권하윤 쪽으로 다가가더니 상대를 아래에 누르면 동작이 너무 크고 요란할 것 같다는 판단에 그저 옆에 앉았다.한편, 흰 깃털 장식이 달린 가면 아래 권하윤은 복잡한 눈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그녀도 문태훈과 마찬가지로 민도준이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만약 그녀를 돕고 싶다면 상대를 직접 제지하지 않을 리 없는데 또 반대로 도와줄 마음이 없다면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그러던 그때 어깨가 문태훈의 손에 꽉 붙잡히더니 얼굴이 점점 그녀에게 다가왔다.문태훈은 대충 입 맞추고 끝낼 생각이었지만 권하윤이 버둥대다가 가면이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갑자기 전해져오는 고통에 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것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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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이런 취향이었어?
“재미도 보지 않고 가려 하다니 아쉽네.”민도준은 손을 뻗어 소파 위에 놓인 가죽 채찍을 손에 들고 반으로 접더니 툭툭 자기 손바닥을 쳤다. 그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극도로 긴장한 문태훈은 흠칫 놀라더니 벌벌 떨었다.그는 민도준이 자기를 이대로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때문에 테이블 위에 놓인 양주를 보는 순간 이를 악물며 말을 꺼냈다.“오늘 제가 민 사장님 흥을 깨트렸으니 벌주 한잔 마실게요.”50도가 넘는 독한 양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위를 지날 때 마치 타들어가든 듯 뜨거웠고 이윽고 장에서 항의라도 하듯 경련이 일어났다.한 잔이 아니라 한 병의 양주가 바닥을 보이자 민도준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어요. 오늘은 이만하죠.”문태훈은 허리를 꾸벅거리며 도망치듯 룸을 빠져나가더니 문이 닫히는 순간 복도 벽을 짚고 토했다.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벌을 받지 않았다면 민도준 손에 죽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마신 술을 토해내고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난 문태훈은 굳게 닫힌 문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솔직히 이대로 포기하기 너무 아쉬웠다.‘권하윤한테 이렇게 대단한 뒷배가 있을 줄이야. 민도준이 동생을 위해 화를 푸는 건지 아니면 권하윤한테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네.’…….문태훈이 떠난 뒤 룸 안의 분위기는 순간 이상해졌다.권하윤은 아직도 손이 묶인 채 앉아 있었고 그녀 맞은 켠 걸상에는 채찍을 든 민도준이 앉아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대를 보니 권하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민도준이 그녀의 신분에 대해 뭔가 눈치라도 챌까 봐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기도 했고 이 순간 손에 채찍을 든 민도준이 무서운 것도 한몫했다.VIP 룸에 있는 도구들은 모두 최상품들인지라 진짜 가죽이 방안 불빛 아래에서 반짝거리며 빛을 내고 있었다.반으로 접힌 채찍이 민도준의 손바닥을 치며 소리를 낼 때마다 권하윤의 심장은 덩달아 움찔움찔 떨렸다.그리고 큰 손이 채찍을 꽉 움켜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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