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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제수씨, 나 찾아?

공아름은 오늘도 역시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등장했다. 수작업으로 짜인 빈티지 무늬 벨트로 허리를 둘러싸 라인을 부각했고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은 유럽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다.

하지만 그녀가 그토록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요란하게 등장했지만 민도준의 카리스마에 뒤덮여 존재감마저 미약해졌다.

고급 원단으로 만든 슈트는 그의 근육 라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의 야성미와 남성 호르문은 그것을 뚫고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때문인지 늘 기고만장하던 공아름도 그의 옆에서는 그저 순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권하윤은 민도준을 언젠가는 또 만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민도준은 민승현의 팔들 두른 권하윤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연두색 옷소매 사이로 나온 새하얀 피부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얼마 전의 광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권하윤의 두 팔은 그의 어깨를 감싼 채 그의 등에 빨간 손톱자국을 남기던 그 장면 말이다.

깊고도 짙은 눈동자에는 순간 웃음기가 더해졌다. 너무나도 존재감 있는 그의 미소에 건하윤의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먼저 눈을 피했지만 민승현의 팔을 두르고 있는 손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졌다.

술 파티 자리인지라 당연히 술이 빠질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몇 명씩 모여 잔을 부딪히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제야 권하윤은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로 숨어들어 민도준의 도움을 청할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그녀가 전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민도준이 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겠지만 지난번 민도준은 분명 그녀에게 흥미를 잃은 듯한 눈치였기에 그녀가 다가간들 무시당할 게 뻔했다.

그녀가 한참을 고민할 그때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공아름 봤어요? 아주 민도준 씨한테 꼭 붙어있는 꼴을 봐요. 그러고도 공씨 집안 아가씨는 무슨.”

익숙한 이름에 술을 마시는 척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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