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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같이 있어달라고 협박하다

권하윤의 심장박동 수는 순간 높이 치솟았고 송골송골 맺힌 땀이 등줄기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남자는 더 이상 며칠 전의 떠보는 말투가 아니었다. 그런 확신에 가득한 말투 때문에 순간 불안한 예감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권하윤은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제 약혼자가 밖에서 기다려서 나가봐야 할 것 같네요. 실례합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쉽게 빠져나갈 구멍을 내어줄 문태훈이 아니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민승현 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에 얘기가 잘 통해서 대화하다가 전한테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주더라고요.”

그리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역겨운 눈빛을 짓더니 한걸음 더 다가왔다.

“권하윤 씨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반년 전에 글쎄 큰 병이 걸리고 난 뒤 갑자기 기적처럼 완치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가주님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데 그렇게 좋은 의사가 있다니 추천 좀 해줘야겠는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았다.

문태훈이 말하는 가주라는 사람은 문태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만약 권하윤이 죽지 않은 데다가 죽음을 위장하고 경성으로 도망쳐 왔다는 걸 그 사람이 알게 되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하기도 끔찍했다.

뼛속 깊이 파고드는 공포에 권하윤은 치가 떨렸다.

그녀는 지금 무조건 문태훈을 안정시켜야 했다. 만약 문태훈이 모든 사실을 그 사람에게 흘리는 순간 그녀는 다시 되돌릴 수 없을 테니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권하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

“뭘 원하는데요?”

바로 누그러진 권하윤의 태도에 문태훈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계속 권하윤으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

권하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문태훈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저 경성에 친구가 많지 않아 혼자 놀기 심심해서요.”

권하윤은 남자의 말에 헛구역질을 참으며 순종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문태훈 씨만 괜찮다면 제가 가이드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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