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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낯선 사람과의 접촉

불이 꺼지는 순간 굶주린 듯 권하윤을 덮친 문태훈은 기대와 달리 허탕을 치고 말았다.

손에 잡히는 것 없어 당황한 나머지 마구잡이로 허우적대던 그때 머리카락의 감촉이 그의 손등을 스쳤지만 손을 움켜쥐기도 전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권하윤!”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룰 때문에 문태훈은 한껏 내리깐 소리로 권하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각, 권하윤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미리 계획했던 코스로 천천히 소파 뒤로 기어갔다.

앞에서 들려오는 헐떡이는 숨소리와 나지막한 욕지거리를 듣자 권하윤은 아무 말 없이 전에 출구 쪽으로 몸을 이동했다.

하지만 자기의 방향 감각을 너무 과대평가했는지 손가락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구석으로 숨어들기는커녕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에 순간 소름이 돋아 뒷걸음을 치려던 그때 등 뒤에 있던 웬 남자의 가슴에 등이 부딪히고 말았다.

어둠 속에서 원래도 안정감이 없던 그녀였는지라 낯선 사람의 감촉이 느껴지자 감전이라도 된 듯 곧바로 옆으로 도망쳤지만 몇 발작 떼지도 못한 그때, 남자의 힘 있는 손이 허리를 두르며 도망치려는 그녀를 다시 끌어왔다.

두 사람의 몸은 순간 밀착되어 남자의 체온마저 생생하게 느껴졌다.

낯선 남자와의 접촉에 권하윤은 순간 소름이 돋아 있는 힘껏 버둥거리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낮게 경고했다.

“놔요!”

하지만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자기 쪽으로 그녀의 몸을 돌리더니 힘 있는 팔로 그녀의 허리를 두르는 바람에 권하윤의 가슴이 남자의 몸에 바짝 붙었다.

얇은 옷감 때문에 살결이 직접 느껴지는 듯해 권하윤은 순간 당황했고 당장이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손가락 두 개가 그녀의 입안으로 쑥 들어왔고 손목을 휙 돌리더니 권하윤의 턱이 남자의 손에 잡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한껏 억누른 듯 가늘게 새어 나오는 비명은 조금 불쌍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문태훈의 주의를 끌까 봐 두려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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