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4화 다음번에 꼭 만족시킬게요

[분발해서 다음번엔 꼭 민도준 씨 만족시킬게요.]

분명 순종적인 말투였지만 민도준은 액정을 통해 권하윤의 시큰둥한 표정과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비위를 맞추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액정을 타고 위로 올라가자 전에 나눈 대화가 눈에 들어왔다.

[민 사장님, 어제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아침 안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 특히 신장에.]

[죽고 싶어?]

[농담이에요.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줄 서서 아침을 구매한 저를 봐서라도 조금만 드셔주세요.]

…….

민도준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꽤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너무 순종적이어도 안 되고 방항적이어도 안되며 한상 적당한 선을 지키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

때문에 권하윤은 손에 쥔 열쇠를 보는 순간 오늘 그 선을 잘 지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꾸만 감기는 눈을 겨우 부릅뜬 채 샤워를 하더니 침대에 등이 닿기 바쁘게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벌써 오후였다.

한숨 푹 자고 나니 오히려 몸 이곳저곳이 아파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켠 순간 문태훈이 보내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권하윤 씨, 어제 너무 급하게 가는 바람에 얘기 채 나누지 못했는데 오늘 시간 돼요?]

다시 공손하게 변한 그의 말투에 어제 그녀를 협박하던 일이 꿈이었나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오후 4시.

권하윤은 경성에 있는 유명한 가정 요리 전문점에 도착했다.

“오래 기다렸죠?”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가방을 옆자리에 놓고는 맞은편에 앉은 문태훈에게 싱긋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문태훈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눈에 빨간 핏발이 서 있는 걸 보니 간밤에 잠을 설친 게 틀림없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 듯 두려워하지 않는 권하윤의 모습을 본 순간 문태훈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어젯밤 그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실려가 반나절 동안 링거를 맞았는데 상대방은 오히려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은 모습이니 화가 날 만도 했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권하윤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