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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그의 무서움을 과소평가하다

“내가 잘못했어요. 안 따라 갈래요.”

“차 세워요. 얼른 차 세워…….”

점점 가까워지는 정문을 쳐다보던 권하윤은 조급해진 마음에 말에도 두서가 없었다.

민도준과 같이 민씨 저택 안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마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녀의 간청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민도준은 핸들을 돌리며 웃음 띈 음성으로 말했다.

“나랑 헤어지기 섭섭한 거 아냐? 설마 나를 속인 거야?”

제 발등을 찍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권하윤은 오늘 제대로 체감하는 중이다.

순진한 그녀를 탓할 밖에. 두세 마디 말로 민도준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정문과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도 민도준은 차를 세울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사장님이 오늘 작심하고 그녀를 데려왔다는 걸 깨달은 권하윤은 더 이상 매달리길 포기했다.

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결심한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공간을 통해 뒤 좌석으로 넘어갔다.

입고 있던 스커트가 올라가며 다리와 속옷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운전석으로부터 희롱 섞인 눈빛이 쏟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윤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네 발로 기듯이 넘어갔다.

뒤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밖에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틈새에 웅크린 하윤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창에 선팅이 되어있는데다 제때 숨은 까닭에 정문 앞의 경비 요원은 차 뒤 공간에 엎드린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인사하며 문을 연 경비원이 허리를 굽힌 채 민도준이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거대한 민씨 저택은 본채과 별채로 되어 있었다. 또 사방을 에워싼 넓은 숲에는 여러 양식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선 검은색 부가티는 몇 바퀴를 돌고서야 야외 주차장에 멈춰 섰다.

주차장에 있던 경비 요원이 앞으로 나와 차문을 열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차에서 내린 민도준이 새카만 차창을 힐끔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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