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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민승현의 눈앞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민승현은 민도준이 차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꼼짝도 않는 것을 보고는 그저 차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교대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와 민도준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차문이 열리자 밤바람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차 안으로 들어왔다.

운전석 뒤 빈 공간에 움츠리고 있던 권하윤은 온몸의 솜털이 다 일어나는 것 같았다.

민승현은 그녀에게서 10센치도 안되는 거리에 서있었다. 그가 몸을 조금이라도 낮춘다면 그의 형의 차에 숨어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권하윤이 긴장한 것과 달리, 민도준은 담배를 물고서 느릿느릿 걸어왔다.

그리고 차에 바로 오르지 않고 편한 대로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그가 차를 타지 않자 민승현도 꼼짝없이 차문을 열어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서 있었다.

저녁 바람에 실린 차 안으로 밀려 들어온 담배 냄새가 권하윤의 가련한 심장을 칭칭 감았다.

여러 차례 놀라서인지 공포심에 마비된 것 같았다.

담배 반 개비를 태우는 시간이 권하윤에게는 한 세기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민도준이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너 먼저 가. 난 뒤에 찾을 물건이 있어서.”

아무런 의심 없이 민승현은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그가 오늘 운전한 차는 오픈 스포츠카였다.

색상과 내부 장식 모두 강민정이 골라 준 것으로 족히 몇 달은 기다렸다.

차를 뽑는 날, 강민정은 발을 삐어서 가지 못하게 되었다.

당시 권하윤은 여전히 일에 열심이고 그와의 관계도 지금처럼 나쁘지 않아서 그녀를 데리고 차를 찾으러 갔다.

그런데 강민정이 난데없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차에 좌석은 두 개밖에 없는데다 강민정의 ‘다리 부상’이 낫지 않아서, 결국 권하윤은 혼자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강민정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당시 권하윤은 민승현에 대해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게다가 강민정은 그의 사촌 여동생이었기에 불결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 민승현이 그의 약혼녀가 몇 걸음 내, 바로 그의 눈앞에서 자신의 형과 시시덕거릴 줄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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