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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민도준에게 돈을 빌리다

민도준이 씨익하고 웃었다.

큰 손으로 하윤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한민혁에게 당신 데리고 옷을 사러 가라고 하지요.”

이때의 그는 사나운 기운을 벗고 다정한 애인처럼 군다.

그가 기분이 좋은 것을 본 하윤은 돈을 빌리는 얘기를 꺼낼까 생각했다.

그가 손을 뗐을 때, 하윤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뼈마디가 굵은 그의 손목은 그녀의 작은 손으로는 제대로 잡을 수도 없었다.

눈동자를 아래로 내려 뜨며 물었다.

“왜? 잘못 알았어?”

아무렇게 대답한 하윤은 내친 김에 그의 팔을 끌어안고서 고개 들어 간절히 바라보았다.

“한민혁에게 나하고 같이 가라고 하면, 그럼 당신은요?”

‘이 여자가 또 내 기분을 맞추려고 하네.’

하윤이 그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가 또 그에게 부탁할 게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소파에 앉아 다리를 치켜들었다.

“나는 아직 일이 남았어요.”

“아.”

그의 옆에 앉은 하윤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머릿속 주판알이 그대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민도준이 그녀의 코를 잡고 흔들었다.

“뭘 궁리하는 거예요?”

“어?”

하윤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아무 생각 안했는데요.”

민도준이 피식 웃었다.

“꼬리도 제대로 숨길 줄 모르면서 무슨 여우가 된다고, 응?”

하윤은 좀 민망했다.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이상 지금 말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입을 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녀는 어투를 고르며 말했다.

“사장님, 요즘 사업은 어때요?”

이것은 쓸데없는 말이었다.

민도준은 경성의 거의 모든 지하 사업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민씨 집안도 어느 정도는 그를 두려워할 정도였다.

장사가 잘 되느냐고 묻는 것은 해가 밝으냐고 묻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마침 그녀의 머리카락을 꼬고 있던 민도준이 그녀의 말을 듣더니 손을 멈추고 놀리듯이 웃었다.

“돈이 필요해요?”

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데, 그 부드러운 음성에 하윤은 그만 목이 메어왔다.

잠자코 등을 곧게 펴고 앉았다. 표정도 진지해졌다.

“만약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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