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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그녀에게 물을 먹여주다

이 자세는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어젯밤 한참을 시달린 하윤은 감히 더 이상 강하게 나가지 못했다.

속에서 또 화가 치밀었지만 말하지 않고 가만히 참았다.

“꽤 성깔이 있네요.”

민도준은 기분이 좋은 듯 그녀와 따지지도 않았다. 단지 손에 힘이 좀 더 세어졌다.

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편하게 움직였다.

“또 나랑 하고 싶은 거예요?”

낮은 웃음소리가 다소 경박하게 들렸다.

하윤이 그가 한 말에 반응하며 팔걸이를 짚고 일어섰다.

몸을 조금 들어 올리자마자, 어깨가 눌러져 도로 주저앉았다.

“뭐에요?”

이 말은 분명 참을 수 없었다.

오늘의 목적을 생각한 하윤이 다시 앉았다.

테이블을 마주 보도록 앉아있던 의자를 반 바퀴 돌렸다.

“밥 안 먹은 거 아니에요? 먹어요.”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남은 밥은 잘 안 먹어요.”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에요.”

민도준이 말하는 것은 강민정이 가져온 도시락이었다.

보온통에 담겨 있어서 그런지 음식은 아직도 따뜻하다.

몇 가지 음식이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꽃 모양의 당근을 보니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닌 것 같았다.

한참을 바쁘게 만든 음식이 결국 하윤의 뱃속으로 들어간 것을 강민정이 알게 된다면 아마 화가 나 뒤로 넘어갈 것이다.

여기까지 실랑이하던 하윤도 배가 고파서 앞의 남자를 무시한 채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 맛이 달짝지근하고 좀 느끼해서 몇 입 먹던 하윤이 물병으로 손을 뻗었다 중간에 컷 되었다.

그녀의 가슴 앞을 가로지른 손이 생수 병 뚜껑을 비틀어 그녀 입술 앞까지 내밀었다.

“마셔.”

이런 친절에 적응이 안 된 하윤이 물병을 건네 받으려 했다.

“내가 마실게요.”

손목이 내려가고 물이 가슴으로 쏟아지며 커다란 물자국이 옷에 번졌다.

“당신…….”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병 입구가 또 다시 그녀의 입술에 대어졌다.

“자, 마셔.”

거절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민도준이 웃으며 그녀에게 물을 먹여줬다.

몇 모금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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