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5화 밤새 울게 해 줄게

스커트 허리부분에 달린 가느다란 끈으로 그녀의 발목을 침대 발치의 기둥에 묶고는 단단히 매듭을 지었다.

도망갈 곳이 없었다.

발버둥도 칠 수 없었다.

목 옆을 짚고 있는 벌꿀 빛의 팔은 혈관이 팽창해 있었다

어깨와 목의 근육들이 팽팽히 당겨졌다 또 느슨해지기를 반복했다.

넓은 등이 조명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흐느끼는 듯한 신음 소리는 가릴 수 없었다.

열기를 담은 손가락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귓가에 웃음기 섞인 음성이 들렸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하윤을 절망스럽게 할 뿐이었다.

“조급해하지 마. 밤새도록 울 시간은 충분해.”

……

쾅-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렸다.

가느다란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더니, 소리가 점점 더 빨라지며 유리창을 타고 흘러 내렸다.

하윤은 천둥소리에 잠이 깼다.

눈꺼풀이 무거운 듯 눈이 떠지지 않았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혼몽한 상태였다.

몇 번이나 노력하고서야 그녀는 천근만근처럼 여겨지는 눈꺼풀을 끌어올렸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방은 이곳에서 있었던 하윤의 기억을 모두 깨웠다.

어젯밤의 기억, 그리고 예전의 기억도.

지난번 약에 취한 그녀를 민도준이 해독시켜 줬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별장.

어슴푸레한 창 밖을 보고 아직 새벽인 줄 알았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

알림 표시줄에 문자 두 건이 떠 있었다.

첫 번째 문자는 문태훈이 보낸 것이었다.

[일주일이면 일주일, 권하윤 씨가 약속을 꼭 지키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문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하윤은 온몸이 더 쑤시는 듯했다.

[점심에 블랙썬으로 도시락 배달!]

하윤의 눈 흰자위가 순식간에 위로 치솟았다.

‘밤새도록 죽을 만큼 시달렸는데 또 노비처럼 도시락까지 배달하라고? 하, 수레 끄는 노새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 거야.’

원망은 원망이고, 결국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그녀다.

게다가 그 그림이 200억 가치가 되는지 그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만약 안 된다면 민도준이 금주 아빠 지원으로 그녀에게 빌려 주어야 할 수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