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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모든 일 솔직하게 털어놔

“급할 거 뭐 있어?”

민도준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전에 계산할 거 먼저 계산하자고.”

권하윤은 그의 말에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지금 민도훈이 따지려 드는 일을 생각해 보면, 그가 빌딩 한 채 손해 보게 한 거, 그의 이름을 빌려 사람을 속인 거, 그리고 민지훈을 보는 순간 그와 거리를 유지하며 도망간 거, 이 몇 가지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갈피를 잡을 수 없자 권하윤은 결국 먼저 뉘우치는 태도라고 보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잘못했어요.”

그녀는 감히 민도준을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목소리는 되도록 진심이 묻어나 보이게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귓가에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 숙이고 뭐해? 내가 사람 들 앞에 내놓지 못할 내연남이라서 그래?”

‘민도준을 내연남으로 대한다고?’

권하윤은 순간 머리가 찌근거렸다. 그리고 얄팍한 수단은 더 이상 소용없겠다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의자를 민도준 쪽으로 끌어당기며 그에게 바싹 붙었다.

두 의자가 틈도 없이 꼭 붙자 권하윤은 그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돌아봤다.

“저 그런 뜻 아니에요.”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손을 올렸다.

그 행동에 놀란 권하윤은 심장이 벌렁거렸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그때 남자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문지르며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들어갔다.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는 마치 검은빛을 내는 비단 같았다.

그러던 그때, 부드럽게 권하윤의 머리 뒤까지 흘러간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두피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고개를 쳐들고 남자를 바라봤다. 깨끗한 얼굴은 순간 남자의 시선 아래에 훤히 드러났다.

고통스러운 표정에는 마치 학대를 당하기라도 한 듯 연약함이 묻어있었다. 민도준은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눈빛은 여자의 눈썹에서부터 점점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더니 입술, 그리고 목덜미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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