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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사람들 앞에 내세우지 못할 사람

상대방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민도준을 내서워 남을 속이다가 결국 당사자 앞에 들키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권하윤은 안절부절못했다.

‘역시 사람은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맞나 보네.’

만약 민도준이 이 자리에서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모든 걸 폭로하면 전에 그녀가 했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민도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민도준은 테이블에 위의 남겨진 음식을 보더니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밖에서 이렇게 훔쳐먹었으면서 아직도 배가 안 불러?”

들을수록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자기를 폭로하지 않자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민도준의 팔짱을 더욱 힘껏 끌어안으며 두 눈을 곱게 접었다.

“민 사장님이 식사하시겠다면 곁에서 함께 먹어줄게요.”

두 사람이 끈적하게 달라 붙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자 문태훈은 속이 후들거렸다. 이윽고 민도준이 뭔가 오해라도 할까 봐 다급히 해명했다.

“저기, 사실 오늘 권하윤 씨한테 사과하려고 불렀어요. 민 사장님이 권하윤 씨와 아직 볼 일이 있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물러날게요.”

말을 마친 문태훈은 민도준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발 빠르게 도망쳤다.

다행히 일이 흐지부지 넘어가자 권하윤은 팽팽하던 긴장감이 확 풀리면서 손의 힘이 저도 모르게 풀렸다.

권하윤이 꼭 껴안고 있어 따뜻해진 팔뚝이 그녀가 물러나는 순간 다시 서늘해지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이젠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다 이건가?’

순간 심술이 나는 듯 권하윤의 얼굴을 살짝 꼬집은 채 그녀의 고개를 자기 쪽으로 돌렸다.

“이용 가치가 없어지니 이젠 연기도 할 필요 없다 이거야?”

민도준이 꼬집는 바람에 얼굴이 늘어나며 고통이 전해지자 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가 힘을 주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무마할까 생각하던 그때 민도준 곁에 서있는 민지훈과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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