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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제가 민도준 씨를 원해요

순간 권하윤의 심란하던 마음은 남자를 보는 순간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졌고 목소리는 예전과 달리 잔뜩 흥분해 있었다.

“안 갔어요?”

기쁜 기색이 역력한 권하윤의 얼굴을 빙 둘러보던 민도준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왜? 나 보고 싶었어?”

“아, 아니지. 우리가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으니 나 보고 싶어 했을 리는 없겠네.”

담담하게 뱉은 몇 마디 말에 권하윤은 하려던 말이 모두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

잠시 뒤에야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낮은 자세로 입을 열었다.

“농이 지나치네요. 전에는 제가 사리분별을 못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민도준은 느긋하게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제는 사리분별이 되나 보지?”

권하윤은 이내 앞으로 걸어가 민도준 손에 든 라이터를 받아 들더니 그보다 하나 낮은 계단에 서서 고분고분한 태도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마치 남자의 비위를 맞추기라도 하는 듯한 태도와 애정 어린 눈빛은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전에는 제가 너무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생각해 봤는데 민 사장님 곁에 있는 건 제 복이더라고요. 이해득실만 따지며 성질을 부리면 안 됐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전에 블랙썬에서 당차게 거절했던 걸 애써 포장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민도준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권하윤의 턱을 들어 올리며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설마 듣기 좋은 말 몇 마디 했다고 내가 다시 받아줄 거라고 생각해?”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미소는 그대로 굳었다. 잠시 멈칫하던 그녀는 이내 손을 들어 민도준의 팔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민도준 씨를 원해요.”

손 끗으로 민도준의 팔 위에 야릇하게 선을 그리던 권하윤은 눈을 들어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처음에 긴장하고 겁에 질린 듯한 모습과는 달리 어느새 눈에서 야릇함이 흘러나왔다.

그런 변화는 사실 민도준이 조련해낸 것이다.

그는 여자의 그런 변화를 보자 그녀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었다.

“나를 원한다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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