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 Chapter 131 - Chapter 140
317 Chapters
131화 협조적이지 않은 왕야
원경능의 입가에는 담담한 미소가 어려있었다.그러나 회왕도 밖에서 하는 말을 들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의 귀가 밝아서가 아니라 기왕비의 목소리가 너무 큰 탓이었다.회왕은 웃었다. 한 가닥의 비꼼이 얼굴에 나타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 졌다. 회왕이 말했다. “다섯째 형수, 들으셨습니까? 본왕이 낙심한 것이 아닙니다. 밖에 있는 저 사람들도 사실은 본왕이 좋아질 거라 믿지 않고 있습니다.”“밖의 사람들이 하는 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당신의 의원은 바로 저니까요.”원경능은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침대 옆에 앉았다.회왕은 그녀를 보고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다섯째 형수는 지금 그 입 가리개를 쓰고 저에게 치료가 잘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겁니까? 다섯째 형수 본인도 믿지 않는 것 아닙니까?”원경능은 그가 아직도 마스크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 입 가리개가 왕야의 마음을 괴롭게 한 건가요?”회왕이 담담하게 말했다. “괴롭지 않습니다. 그저 본왕이 죄인이라 느낄 뿐입니다. 사람들에게 죽음을 전파하는 죄인 말입니다.”원경능이 말했다. “당신은 원죄(原罪)가 아니에요. 원죄는 바로 이 병이지요. 당신은 그것에 크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일 뿐입니다. 사실 전 이 입 가리개를 벗을 수도 있어요. 제가 꼭 이 병에 전염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겁니다. 생명은 아주 소중한 것이니 저는 모든 방법을 다하여 제 자신을 보호할 겁니다. 왕야는 아주 불행히도 이 병에 전염되었지요. 요 삼 년 동안 아마 적지 않은 쓴맛을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침상에 누워 어디도 가지 못하고, 조금 움직여도 기침으로 폐가 다 터지는 것 같았을 겁니다. 왕야의 고달픈 상황을 이해합니다. 왕야가 그 어떤 의원도 신임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틀림없이 예전에도 지금 상황처럼 조금 좋아졌던 적이 있었을 거예요. 새 약을 바꾸면 조금씩은 효과를 보이니까요. 그러나 며칠 지나면 병세를 억제하지 못해
Read more
132화 권세이란 무엇인가
뭇 사람들이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인중과 태양혈을 누르고 부채질을 해주었다. 로비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그녀가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찢어질 듯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하고 기왕비를 손가락질했다. “왜서 그 애한테 그런 말을 했느냐? 그 애에게 남은 건 고작 그 하나의 희망뿐인데, 기어코 그를 죽여야만 속이 시원한 게야? 네게 거치적거리기라도 한 것이냐? 그 아이는 그저 환자일 뿐이고, 본궁의 친정에는 인재도, 권력도, 세력도 없다. 너희한테 방해가 되지 않는단 말이다!”로비의 이 말은 여러 사람들의 형식적인 가면을 찢어버린 셈이었다.누구나 다 기왕이 태자 자리를 꼭 얻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비 같은 사람들은 그저 모르는 척했고, 기타 공주들은 더더욱 굳이 총명한 것처럼 기왕비의 가식을 찢어놓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모두 기왕비가 대단히 난처할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기왕비는 난처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로비를 바라 보았을 뿐이었다. 뜻밖에도 그녀는 채 가시지 않은 한 가닥의 탄식을 내뱉었다.“로비 마마, 자고로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 하였습니다. 제 호의를 로비마마께서 받아들이지 않는대도 괜찮습니다. 요 며칠 회왕부에서 여러모로 애를 쓴 건 모두 제가 스스로 원해서 친절을 베풀었다고 생각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로비를 향해 무릎을 굽혀 인사하고는, 담담한 눈길로 원경능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먼저 물러나니, 여섯째 시동생을 잘 돌봐 주세요.”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허리를 곧게 펴고 걸을 때에도 치마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마치 뒤에 수천 수만의 궁비(宫婢)들을 거느린 것 같아 자못 기개가 있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기왕비의 모습이었다. 원경능은 거기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기왕비가 떠난 후 사람들은 한바탕 로비를 위로했다.로비는 안정을 조금 찾자 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원경능을 보며 말했다. “초왕비, 그 애의 치료와 약을 쓰는 데
Read more
133화 왕야의 열을 식히다
고사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말했다. “권세란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모든 것이라고?”원경능은 비아냥거리듯 웃으면서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네. 난 권세가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그들도 모든 것을 다 얻지는 못했네.”“권세란 종래로 끝이 없는 것입니다.”그랬다. 황제가 되면 또 하늘과 높이를 비긴다. 권세에 끝이 어디 있겠는가? 문득 우문호도 이럴까 궁금해졌다.그녀가 고사에게 질문했다. “그대와 초왕은 우의가 깊은 것 같은데, 서로 알고 지낸 지 오래 되었는가?”고사는 웃으며 말했다.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어릴 때의 정은 매우 갸륵한 법이지. 그럼 그와 저명취 사이의 일도 그댄 알고 있는 것인가?”“알지요. 모두 알고 있습니다.”그가 담담하게 원경능을 보며 물었다. “무엇이 궁금한 것입니까, 왕비?”“궁금한 건 딱히 없네. 난 그들 사이의 일을 알고 싶지 않아.”원경능이 대답했다.고사는 좀 의외라고 느꼈다. “소신은 왕비가 왕야의 속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원경능은 머리를 돌려 그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들지 말자’가 내 인생을 살아가는 좌우명이라네.”고사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는다’라… 왕야와 저명취 사이의 일을 아는 게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드는 일이란 말인가? 그녀가 두 사람 때문에 고민이 생기는 게 아닌 이상, 고민거리라 할 것이 전혀 없었다.원경능이 말했다.“힘들어, 걷지 못하겠으니 마차를 타야겠네.”고사는 그녀를 위해 발을 들어 올려주었다.“조심하십시오, 왕비.” “고맙네!”원경능은 마차에 올라 손으로 발을 잡고 고사를 쳐다봤다. “아침 저녁으로 배웅해 주어서 정말 고맙네, 고 대인.”“폐하의 명입니다.” 고사는 담담하게 말했다.발을 내려놓은 원경능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될수록 머릿속의 고민들을 다 밖으로 내보냈다.우문호는 원경능보다 조금 일찍
Read more
134화 왕비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겁니다
우문호는 방에서 한바탕 화를 내고 나니 입맛도 사라졌다. 오늘 관아에서 하루 종일 사체를 보고, 하루 종일 멸문사건의 재구성을 들었지만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아 마음속으로 조급하기도 하고 울화도 치밀어 올라있던 차 돌아와 서일이 만들어낸 이 망할 일 때문에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던 것이다. “탕양은?”그는 화를 낸 후 씩씩거리며 기라에게 물었다. 그러자 기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왕야께 아룁니다. 탕 대인은 오늘 저녁 무렵 밖으로 나갔습니다.”그는 탕양이 원경능을 마중 갔을 거라 생각하고 말했다. “가서 문지기한테 이르거라. 탕 대인더러 들어오는 대로 소월각에 들라 전하라고.” “네!”기라는 재빨리 나갔다. 마치 큰 사면을 받은 기분이었다.우문호는 목욕을 한 후 방에 앉아서 차를 마셨다.그는 계속 밖을 주시했다. 탕양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탕양이 안 돌아왔다는 건 그녀도 안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했다.일주향이 타들어 가는 시간이 지나자 탕양이 급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왕야, 저를 찾으셨습니까?”“어디 갔었느냐?”우문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를 쳐다보고는 짐짓 그가 원경능을 마중하러 갔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탕양은 이렇게 말했다.“소인 오늘 마을(庄子)에 다녀왔습니다. 추수가 곧 다가와서요.” 우문호는 ‘오’ 한마디를 하며 말했다.“마을에 다녀왔군. 그럼 됐었다. 나가보거라.” 탕양은 감히 머무르지 못하고 서일 그 나쁜 놈이 돌아오기 전에 재빨리 도망쳤다. 우문호는 기라를 불러 물었다. “왕비는 돌아 왔느냐?”“왕야께 아룁니다. 왕비께서는 이미 돌아와 봉의각에 계십니다.”“돌아왔다고? 언제 돌아온 것이냐?”기라는 신중하게 답했다. “아마 오신지 얼마 안될 겁니다.”우문호는 그녀도 내보냈다. “알겠다. 너도 나가보거라.”기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돌아서 나갔다. 왕야는 요즘 참 변덕스러웠다. 우문호는 앉아서 차를 마셨지만 마음을 쉽게 진정시키지 못했다.
Read more
135화 해명할 필요가 있나
우문호의 눈이 돌연 동그래졌다. 너무 동그란 것이 마치 두 개의 커다란 흑진주 같았다. “자네 말은… 서일이 두 여인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자네와 원경능이 모두 보았다고?”“당연히 보았지요. 우리가 눈이 먼 것도 아닌데.”고사가 불만스레 말했다. 우문호는 ‘오’ 하면서 말했다. “그래서 그녀가 화가 났다고?”눈에는 뜻밖에도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기색을 약간 띠고 있었다. “그럼 화를 내지 말아야 합니까?”고사는 의미심장하게 권유했다. “제가 당신에게 뭐라 하는 건 아닙니다만, 굳이 밖의 여인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어떤 신분입니까? 왕부에는 어떤 여인을 요구해도 다 있을 것 아닙니까? 이렇게 자신의 명예를 망가뜨릴 필요 있습니까?”우문호는 가르침을 잘 받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잘 알겠어. 이런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 자네 먼저 회왕부로 돌아가. 본왕이 오늘 저녁에 그녀를 마중할 테니.”“그럼요, 마중 와야지요. 어젯밤 그녀는 문을 나서자마자 좌우를 기웃거렸습니다. 결국 당신이 오지 않은걸 알고는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집에 와서 그 두 여인을 보았으니 그녀가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우문호는 자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실 어젯밤 그녀를 마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좀 가식을 떨었을 뿐이었다. 고사는 충고를 마치고 곧 떠났다. 저녁 무렵 해가 넘어가기 전, 우문호는 제시간에 회왕부에 나타났다.원경능은 방안에서 한창 회왕이 약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회왕도 협조적으로 원경능 앞에서 약을 먹은 후 약간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마음 놓으셨습니까?”원경능은 눈을 내리깔고 환자와 따지지 말자고 생각했다.일어서서 몸을 돌리는데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못 본 척 손에 그릇을 들고 그냥 나가려 했다.우문호도 그녀를 한번 보고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쳐 회왕에게 말을 건넸다.“괜찮아 졌느냐?”우문호는 침대모서리에 걸터앉았다.곁눈질로 원경능이 빠른 걸음
Read more
136화 오해
손왕도 요 이틀 손왕비를 데리고 함께 회왕부로 갔다.손왕비는 매우 아름다웠다. 짙은 아름다움에 몸매도 아주 좋았다. 손왕의 옆에 서니 마치 미녀와 야수 같은 느낌이었다.손왕비는 자주 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 때마다 많은 자양제들을 들고 왔다. 아주 정성스레 준비해서 가져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녀가 들고 온 자양제나 약재들이 다 폐병에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저명취도 제왕과 함께 한번 왔다 갔다.우문령은 시종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심지어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 회왕을 문안할 때도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소란이라도 피울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저명취와 원경능도 몇 마디 말을 주고 받았었는데 매우 정중했다. 회왕의 병세를 묻고는 무릎을 굽히며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처럼.회왕의 태도 변화가 제일 눈에 띄었다.태의가 말한 시한부 날짜가 지났는데도 그는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젠 각혈도 하지 않았다. 기침은 약간 있었지만 많이 줄었다. 심지어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걸어 다닐 수도 있었다.제일 기뻐하는 건 로비였다. 요 며칠 그녀는 원경능을 마치 신을 모시듯 했다. 원경능이 무엇을 먹고 싶다거나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즉시 하인을 시켜 제일 좋은 걸로 준비해왔다.원경능은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했다.이날 오후 원경능은 회왕에게 주사를 놓은 후 회왕부의 정원에 멍하니 혼자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도 습관이 되지 않았다. 칠, 팔 일이 지나도록 그들은 한번도 마주친 적 없었다. 그녀가 초왕부로 돌아가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적막하고 쓸쓸한 봉의각과 틀에 맞춰진 기씨 어멈,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하는 녹아가 전부였다.다보를 제외하고 그녀와 말을 주고 받을 이도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장난치며 치고받던 그 나날들이 그리워졌다.그녀는 난간에 기대여 그때 만났던 화원의 한 구석을 바라보았다. 바로 저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그가 그녀에게 입맞췄던 그곳 말이다
Read more
137화 사과하러 왔어요
우문호는 현재 마음이 참을 수 없이 괴롭고 쿡쿡 쑤셨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녀가 자네에게 가져다 주는 건 고통뿐일 거야. 즐거움도, 기쁨도 없이 말이야.”“고통이 있으면 꼭 즐거움도 있을 겁니다.”우문호는 머리를 젖히고 남은 술을 다 들이켰다. 그는 자신과 고사 사이에 더 이상 공통된 언어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우의도 거의 끝인 듯싶었다.하지만 마지막으로 충고를 해줬다. 그는 고사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좋기는 그러지 마. 자네 그럼 꼭 후회할거야.”고사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앉아계십시오. 저랑 술을 좀 더 마십시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당신이 저명취에 대한 감정이 정말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아니요. 당신은 그녀를 그리워할 수도, 추구할 수도 없어 마음을 졸여본 적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하루를 못 보아서 이 세상이 다 잿빛으로 물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없지 않습니까? 당신은 그저 그녀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당신의 그 왕비는… 됐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당한 것이니 당연히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을 테지요.”우문호는 그를 밀치며 말했다. “자네 정신 좀 차려.” 말을 마친 그는 불쾌해하며 자리를 떠났다.“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고사가 갑자기 그를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고함을 질렀다.이건 좀 희한한 일이었다. 우문호는 몸을 돌리며 물었다. “누군데?”고사는 손가락을 하나 펴며 말했다. “원경……”신 한 짝이 정면으로 날아오며 고사의 얼굴을 명중했다. 우문호는 마치 한 마리의 성난 사자마냥 달려들어 고사를 한바탕 두들겨 팼다.고사도 영문을 모른 채 한바탕 얻어 맞고 나니 달갑지 않았다. 그도 약간의 술기운을 빌어 그와 함께 뒹굴며 싸웠다.둘 다 무예가 있었지만 그들은 시정잡배마냥 치고 받으며 싸웠다. 상대방이 한 주먹 날리면 바로 주먹을 날리고, 한번 잡아뜯으면 함께 잡아뜯으면서 말이다. 나중에 둘 다 숨이 차서 바닥
Read more
138화 이래야 안주인이지
원경능은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린 채 말했다. “저는 사실 마음이 쓰였어요. 당신이 그들과 같이 있은 줄 알고.”우문호의 눈에는 선명한 불꽃이 일었다. ”당신이 왜 마음이 쓰이는데? 그대는 본왕더러 그대와 이혼하라 하지 않았나?”원경능은 한참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말은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풀이 죽어 일어나며 말했다. “됐어요. 저는 이만 돌아가야겠어요. 왕야도 일찍 주무세요!”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가지마!”그는 일어섰다. 그녀를 품 안에 안으며 입술을 부딪쳐왔다. 오래도록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저질러버렸다. 바로 그녀와의 진한 입맞춤 말이다.기라는 얼른 밖에서 문을 닫아 누구도 왕야와 왕비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였다.이 입맞춤으로 요 며칠 억눌려있었던 그리움이 전부 폭발했다. 입술은 한 줌 한 줌의 불꽃을 일으켜 나중엔 모든 이성을 송두리째 불태워버렸다.원경능은 그에게 안겨 침대에 눕혀졌다. 옷은 절반쯤 흘러내렸다. 그 입맞춤은 거의 그녀의 모든 산소를 소진하게 했다. 그녀의 대뇌는 지금 엄중한 산소부족 상태였다. 그녀는 온몸이 나른하여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의 손은 그녀의 몸 위를 천천히 노닐다가 결국 그녀의 가슴 위에 닿았다. 그는 머리를 그 사이에 파묻으며 마치 굶주린 사람처럼 미친 듯이 탐했다.긴장한 원경능은 마치 뇌의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듯 줄곧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녀는 몸을 가볍게 떨며 어쩔 줄 몰라 했다.그가 온몸으로 그녀를 내리누르자 그녀는 그제서야 급히 고개를 들어 그의 깊고도 고요한 눈을 쳐다보았다. 속눈썹도 놀라 번득였다.”허락해 줄 수 있어?”그는 눈에 혼란스러움을 띠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아래의 열기는 이미 끝에 다다랐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그녀에게 물었다.원경능은 숨을 참았다. 얼마 후 그녀는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그는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얼
Read more
139화 잘 되어가다
오늘은 우문호와 고사가 함께 원경능을 회왕부로 바래다 줬다.둘이 딱 붙어있는 꼴을 보고 고사는 줄곧 눈을 흘겼다. ”오늘 저녁에도 제가 배웅 할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고사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오늘 저녁도 본왕이 마중하러 올 거야. 자넨 가서 자네 일이나 보도록 해.”우문호가 말했다.고사는 한가로워졌다. 아무튼 오늘은 이 얼굴로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좋기는 어디에 숨어야 했다.두 사람은 함께 마차에서 내려 왕부로 들어갔다. 우문호는 신신당부했다. “오늘은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해. 회왕부에 사랑채가 많으니, 사람을 시켜 방을 하나 안배해 달라해. 적어도 한 두 시진은 자야 해, 알았지?””알았어요. 당신 오는 내내 말했어요.”원경능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알았어. 더는 잔소리 하지 않을게. 명심하면 돼.”우문호는 웃었다. 확실히 좀 말이 많았다. 회왕은 모처럼 두 부부가 함께 들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며칠 내내 이 두 부부가 동시에 이 방에 있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마지막으로 본 게 둘이 여기서 싸울 때였었다. 하여 이 며칠 원경능은 과묵한 사람으로 변해버려 필요한 말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우문호는 오늘 말을 아주 잘 들었다. 그가 원경능에게 입 가리개를 요구했다. 원경능이 마스크를 넘겨주며 말했다. “며칠 지나면 입 가리개를 안 해도 됩니다. 반 달이 지나면 전염성이 많이 낮아져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우문호는 기뻐하며 물었다. “그 말은 여섯째의 병이 다 나았다는 건가?” ”계속 치료해야 합니다. 여섯 달은 약을 계속 먹어야 합니다.”원경능은 예전에 하던 대로 청진기를 꺼내 들고 회왕을 진찰하려 했다.”설령 여섯 달 후에 죽는다 해도 본왕은 이익을 본 셈입니다.”회왕은 스스로 옷깃을 들었다. 습관적인 동작을 오래 하다 보니 그도 이젠 요령을 잘 알았다.”헛소리.”우문호가 질책했다.로비가 웃으며 들어왔다. “그래, 저 애의 입을 찢어 놔야 한다. 온종일 헛소리를
Read more
140화 누군가 독을 넣다
원경능은 밖으로 나간 후 로비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왕야의 병세가 조금 호전된 것으로 보이니 필시 왕야의 음식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절대 누가 거기에 손을 대게 해서는 안됩니다.”“넌 정말 그 애에게 누군가 손을 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로비가 물었다.원경능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글쎄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오늘 로비에게서 기왕비가 어제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기왕부부의 야심은 뻔히 드러나 보여 누구나 다 아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문호가 경조부윤 자리에 올랐는데, 그들이 과연 원경능이 회왕을 치료하여 또 한차례 공을 세우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하겠는가?그러니 그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회왕에게 맞서려 할 것이다. 회왕이 중독에 의해 사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터였다. 그 후 그녀의 약에 독이 들어있었다고 한다면, 주치의인 그녀는 발을 뺄 수 없을 테니.로비는 현재 원경능을 매우 신임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분부하자, 로비는 사람을 시켜 회왕의 식사를 꼭 잘 살피도록 명하였다.그러나 점심이 되자 회왕은 이유 없이 복통과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식중독의 징후였다.다행히 약상자가 훌륭히 제 기능을 해냈다. 위를 세척하는 생리식염수가 즉시 구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위세척을 마치니 회왕에게는 이미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한바탕 고생을 하고 하니 회왕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듯했다.로비는 크게 노하며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게 했다.그러나 회왕의 음식은 전부 로비 신변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이었다. 로비는 그들을 깊게 믿고 있었다. 결국 회왕부의 가신이 그녀에게 말했다.“식재료에 약을 넣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식재료는 매일 밖에서 구매합니다. 만일 꿍꿍이를 품은 자가 눈독을 들였다면 여기에 손을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로비는 오늘 들여온 식재료를 살피라고 명했다. 식재료는 문제 없었지만 한 덩이 살코기의 맛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날씨는 추운
Read more
PREV
1
...
1213141516
...
3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