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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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갓 피어난 꽃 한 송이
멈칫하던 주원재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처음에는 누나가 성 대표님과 아는 사이인 줄 몰랐죠. 너무 예뻐서 말로 좀 꼬셔보려고 했는데 이제 알았으니까 더는 그런 태도로 누나를 대할 수는 없죠.”성연신이 아니어도 그의 아버지가 제일 먼저 나서서 그를 혼낼 것이다.주원재의 말에 심지안은 머릿속이 복잡했고 왠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그녀의 추측대로 성연신 때문이었다.한편, 전화를 끊은 주원재는 심연아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캡처하여 심지안에게 보내주었고 현모양처 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심연아가 주원재에게 보낸 노골적인 문자들을 보며 심지안은 갑자기 강우석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심지안은 그저 우연히 심연아가 주원재에게 꼬리를 치는 걸 발견했을 뿐, 심연아에게는 들키지 않은 남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마지막 카톡 내용을 캡처해서 보낸 주원재는 누군가의 명함을 심지안에게 추천했다.“이분이 꽤 유명한 기자인데 누나가 혹시 이것들을 심연아 약혼남에게 보내고 싶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 보내세요.”“주 대표님께서 주원재 씨가 이렇게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걸 보면 화내지 않을까요?”“에이, 저는 빠져나오려면 식은 죽 먹기지만 심연아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거예요.”주원재 말이 맞았다. 빠져나오기 힘든 것보다 더 골치 아픈 건 결혼이 무산되고 너무나 많은 이익 관계가 얽혀 있는 강 씨 가문과 심 씨 가문이 더 이상 비즈니스 합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수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밤새 뒤척거리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심지안은 일부 캡처 사진을 심연아에게 보냈다.이튿날, 성연신은 약속대로 심지안을 기획팀에 안배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기획팀은 부용 그룹에서 겪었던 기싸움은 전혀 없었다.심지안의 직속 상사는 임신 5개월이 된 임산부였으며 다정한 모습에 모성애까지 넘쳐 보였지만 업무 처리에 있어서 만큼은 깔끔하고 완벽했다.뿐만 아니라 보광 중신은 심지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업무가 수많은 산업 영역을 포함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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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백년지기
한참 뒤, 성연신은 그제야 노트북에서 시선을 돌려 덤덤한 표정으로 문서를 훑어보다가 문서 마지막 페이지에 익숙한 듯 사인을 했다.“딱히 문제가 없네요. 이대로 진행하세요.”고개를 끄덕인 심지안이 손을 뻗어 문서를 건네받은 뒤,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그럼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하지만 그녀가 문을 나서기도 전에 밖에서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어버렸고 기세 등등한 채, 화려하게 치장한 한 여인이 높은 힐을 신고 나타났으며 온몸에는 유명 디자이너가 맞춤 제작한 명품들을 걸치고 있었다.여인의 뒤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을 지닌 보디가드 네 명이 떡하니 서있었으며 그 모습에 흠칫 놀란 심지안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성연신, 네 할아버지한테서 네가 이미 결혼했다고 들었어! 가짜지? 거짓말이지?”홍교은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성연신을 쳐다보며 서글픈 표정으로 울먹거렸고 성연신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경고했다.“당장 꺼져.”“싫어! 지금 당장 말해줘! 너 결혼 안 했다고 말하라고!”구석에 있던 심지안은 도화살이 넘치는 성연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입을 삐죽거렸고 성연신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홍교은을 보며 대답했다.“그래, 말해줄게. 나 결혼했어. 더 물어볼 말이 있어?”그의 말에 홍교은은 번개라도 맞은 듯, 자리에 굳어버렸고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여자야?”홍교은의 질문에 흠칫 놀란 심지안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홍교은과 불필요한 전쟁을 치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나서려고 움찔거렸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성연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심지안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저 여자야.”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린 심지안은 성연신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고 홍교은은 그제야 사무실에 조용히 숨어있던 심지안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심지안을 노려보았다.학생처럼 보이는 듯한 옷차림에 20대 초반인 듯 어려 보였으며 청순한 외모에 길게 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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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성연신 대신 여자관계 정리하기
”당장 그 더러운 입 다물지 못해요?”화가 잔뜩 난 홍교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심지안이 성연신의 품에 안겨 있지만 않았다면 그녀의 입을 찢어버렸을 것이다.“말 가려서 해. 내 와이프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성연신은 홍교은을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저 여자에게 너무 관대한 거 아니야?”“내가 내 와이프한테 관대한 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분노가 차올라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홍교은은 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심지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대체 어떤 더러운 수단으로 성연신을 꼬신 거예요?”홍교은은 어렸을 때부터 일편단심으로 성연신을 좋아했고 성연신은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지만 두 가문 관계가 돈독했기에 그녀에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못했으며 오늘처럼 이렇게 대놓고 그녀 앞에서 다른 여자를 지키는 것도 처음이었다.“수단은 쓴 적이 없어요. 전 단지 연신 씨에게 연락처를 물어봤을 뿐인데 연신 씨가 갑자기 결혼하자고 얘기하더라고요. 아마도 저에게 첫눈에 반했나 봐요.”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심지안은 전혀 화도 내지 않은 채 대꾸했다. 물론 그녀가 먼저 성연신에게 다가간 건 맞지만 딱 한 번뿐이었고 결혼 얘기는 성연신이 먼저 꺼낸 게 분명했다.그러니 심지안이 거짓말을 한 게 전혀 아닌 셈이다.“진짜 나에게 이렇게까지 할 거야?”화가 나서 얼굴까지 일그러진 홍교은은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쳐다보며 물었고 성연신은 덤덤한 표정으로 눈썹을 살짝 들썩거리며 대답했다.“그러니까 이만 꺼져줄래?”성연신의 대답에 숨을 크게 들이마신 홍교은은 폭발하기 직전이었으며 그 모습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몸을 벌벌 떨었다.홍 씨 가문의 아가씨는 불같은 성격으로 여태껏 성격을 참고 이곳에 서있는 건 단순히 성연신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성연신을 꽉 껴안고 있던 심지안도 홍교은이 혹시라도 화를 낼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고 심지안의 걱정을 눈치챈 성연신은 머뭇거리다가 손으로 심지안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면서 말없이 위로해 주었다.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홍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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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지안이가 날 모함한 거야
”진짜 몰라요?”심연아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몰라서 그러니까 말해봐요.”“주원재 씨 아버지와 심지안 관계가 남달라요.”“어떤 점이 남다른 거죠?”“아직도 모르겠어요? 주원재 씨의 아버지가 주원재 씨를 통해 심지안을 알게 된 거 아닌가요?”심연아가 단호하게 묻자 주원재가 이불을 거둬내며 눈을 비볐다.“맞아요.”그의 아버지인 주혁재가 빠른 눈치로 심지안과 성연신이 연인 사이라는 걸 알아내지 못했다면 그는 끝까지 심지안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집착했을 것이다.하지만 심연아는 주혁재가 심지안을 알게 된 과정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심연아는 끝내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전 심지안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서 지안이 성격을 잘 알고 있어요. 전에 지안이가 한 늙은 남자의 차에 타는 걸 봤거든요. 지안이 사회관계가 좀 복잡해요.”“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제대로 말해요.”어리둥절한 주원재가 이상한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금관성에서 부유한 가정이라면 나이가 많은 기사 한 명은 다들 있을 것이다.“주원재 씨 아버지랑 심지안 관계가 불순하다고요.”다급해진 심연아가 대놓고 말하자 흠칫하던 주원재는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역시 여자는 잘 골라서 즐겨야 한다는 친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조금 멍청하더라도 눈치는 빨라야 하는 법이다.전화기 너머 주원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타격받았다고 생각한 심연아가 의기양양하게 웃다가 이내 걱정 어린 목소리로 주원재를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일단 어떻게든 이 일을 주원재 씨 어머니가 알게 만들어서 어머니가 심지안을 상대하게 해요. 그래도 제 체면을 봐서 지안이를 너무 혼내지는 말아요. 어찌 됐든 제 동생인데 나이가 어려서 이런 잘못을 저지른 거 같아요.”“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주원재는 자신의 여동생조차 모함하는 심연아가 너무 악독해 보였다.“주원재 씨 왜 저에게 욕을 하세요? 아무리 제 동생이 싫어도 그렇지 저까지 미워하는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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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고백 준비
”울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 봐.”표정이 확 변한 강우석이 심연아를 위로하며 말했고 울먹거리던 심연아는 억울한 일을 당한 듯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지안이가 사진을 합성해서 날 협박했어.”말을 하던 심연아는 핸드폰을 열어 심지안이 보낸 카톡 대화 내용 기록을 보여주었고 강우석은 살짝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심연아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카톡 내용은 합성한 게 아닌 거 같은데…”“그럼 네가 보기엔 내가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는 거야? 주헌 그룹 도련님이 소문난 바람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과 엮이겠어?”심연아가 순식간에 눈물을 왈칵 쏟으며 엉엉 울기 시작했고 그녀의 말을 들은 강우석은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다가 심연아를 믿기로 결정했다.“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따로 회사를 차려준 걸 알잖아. 그런데 지금 돈이 조금 모자라거든. 혹시 가능하면 혼수를 꺼내서 날 지원해 줄 수 있어?”심연아를 위로하고 난 뒤, 강우석은 며칠 동안 마음속에 계속 담고 있었던 말을 어렵게 꺼냈다. 그의 외삼촌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기에 그는 삼촌이 말한 대로 심연아에게 부탁해 볼 수밖에 없었다.기대에 찬 강우석의 얼굴을 보며 심연아가 잡고 있던 손을 확 빼더니 우물쭈물 말했다.“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집에 가서 아빠와 상의해 봐야 돼.”“그래, 그럼 소식 기다릴게.”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강우석이 심연아를 덥석 끌어안으며 자신의 약혼녀가 그를 도와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한편, 보광 중신에서.심지안은 하루의 시간으로 부서 직원들의 얼굴을 익혔고 바쁜 업무를 마치자마자 오늘 시간을 낼 수 있냐고 묻는 진현수의 문자를 받았다.저번에 성수광이 입원하는 바람에 약속을 취소한 뒤로부터 입사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심지안은 진현수와 연락할 시간조차 없었기에 이번에는 거절을 하지 않고 보광 중신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또한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성연신에게도 보고를 했다.1층 카페에서.창가 쪽에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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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그들 예상과는 달랐던 성연신
잠시 머뭇거리던 심지안은 진현수의 도움을 받기도 했기에 결국 심연아가 몰래 저지른 더러운 짓을 진현수에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진현수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의 조카는 그야말로 완벽한 멍청이였다!“현수 씨가 살짝 귀띔해 줘야 할 거 같아요. 제가 말하면 또 심연아를 모함한다고만 생각할 거라서요.”심지안이 손을 흔들며 말했고 이게 바로 그녀가 여태껏 강우석에게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은 이유였다. 심지안이 아무리 진정성 있게 설명해도 강우석은 절대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지안 씨, 고마워요. 우석이도 나중에 자신의 행동에 후회할 거예요.”“후회하든 안 하든 저랑은 상관없어요.”진현수는 덤덤한 모습을 한 심지안을 보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녀는 이제 강우석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섣불리 고백하기에는 여전히 이른 감이 있었다.진현수는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카페 직원에게 팁을 주면서 꽃다발을 사 오라고 부탁했고 자리로 돌아가다가 심지안을 위해 계산대에서 케이크도 하나 구매했다.“고마워요.”심지안은 그가 준비한 케이크를 보자 흠칫 놀랐다가 고가의 선물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건네받아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한 케이크를 먹다 보니 왠지 하루의 피곤함이 싹 풀리는 기분이었기에 심지안은 자신도 모르게 실눈을 살짝 뜨고 있었다.한편, 1층 카페 건너편에서.비즈니스 합작사와 식사를 마친 성연신이 길가에 차를 세워 둔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카페에 앉아있는 심지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특히 행복해 보이는 심지안의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게 되었다.운전석에 있던 정욱은 속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두 사람이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성연신에게 카페에서 디저트라도 사서 심지안에게 선물하라고 했는데 카페에 들어가기도 전에 저렇게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격할 줄은 몰랐다.정욱은 난감한 표정으로 제발 성연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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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이 남자에게 취하다
”왜 그래요?”진현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고 심지안이 성연신을 뿌리치려던 순간, 성연신이 먼저 손을 놨기에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아니에요. 저 먼저 갈게요.”성연신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넥타이를 살짝 정리하다가 싸늘한 표정으로 진현수를 힐끔 쳐다보며 정욱에게 말을 건넸다.“정욱, 네가 진 대표님과 얘기 좀 나누다가 와.”정욱은 왠지 성연신에게 버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진현수는 정욱을 힐끔 쳐다보며 정욱도 그냥 가주기를 바랐다.심지안과 성연신이 떠나자마자 카페 직원이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고 정욱은 꽃을 빤히 쳐다보다가 떠보는 듯이 물었다.“진 대표님 혹시 심지안 씨에게 고백하려고 하셨던 건가요?”진현수는 정욱의 질문에 가볍게 웃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딱히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한편,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심지안은 자신이 속해 있는 부서로 가려고 했지만 성연신은 그녀가 누른 층수를 취소한 채, 맨 위층 버튼을 눌렀다.“뭐 하는 거예요?”“진현수 씨와 무슨 사이에요?”“친구예요.”“친구? 설마 제가 눈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진현수 그 남자는 눈빛부터 불순했기에 성연신이 이를 꽉 깨물며 물었고 심지안은 그가 왜 갑자기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조금 전 상황을 되짚어봤지만 여전히 어리둥절했다.하지만 심지안은 괜히 감정을 낭비하면서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긋한 목소리로 평정심을 되찾은 채 성연신을 보며 물었다.“제가 혹시 기분 나쁘게 한 일이 있나요?”두 눈이 마주치자 성연신은 그녀의 질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적당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자 괜히 화를 버럭 내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꺼냈다.“지안 씨는 명의상으로 제 아내입니다. 사적으로 다른 남자와 단둘이서 데이트를 하면 안 돼요.”지겨운 이 한 마디에 심지안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하지만 저희는 공공장소에서 만난 거예요. 더군다나 회사 아래 카페에서 만났다고요. 저희가 만약 연신 씨가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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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혼수는 혼전 재산이야
”집에 갈 거예요!”“잘 됐네요. 같이 가요.”성연신의 뻔뻔함에 숨을 크게 들이마신 심지안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지금 제 앞길을 막는 이유가 설마 제 몸을 탐내서는 아니겠죠?”“허허, 이 말을 지안 씨에게 똑같이 써도 되는 거 아닌가요? 어쨌든 저를 거절하지 않고 본인도 즐겼잖아요.”너무 창피한 탓에 되려 용감해진 심지안은 이까지 보이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럼요. 이번에는 연신 씨가 더 적극적이었잖아요.”그녀의 말에 여유롭던 성연신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 채,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당신이 바라던 바잖아요.”이 말싸움에 두 사람은 그 누구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안은 성연신을 힐끔 노려보다가 사무실 화장실에 숨어 옷차림새를 정리했다.거울 속의 심지안은 맑고 고운 눈망울에 살짝 흐트러진 옷깃과 지워진 립스틱이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야릇해 보였다.창피하고 화가 난 심지안은 서둘러 휴지를 꺼내 입가에 묻은 립스틱을 지워냈고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화장실을 나섰다.창가에 서있던 성연신은 그녀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다가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화장실에 살림이라도 차린 줄 알았네요.”“말을 되게 기분 나쁘게 한다는 거 알아요?”심지안이 눈을 뒤집으며 대꾸하자 흠칫하던 성연신이 비꼬듯이 웃으며 되물었다.“그럼 진현수 그 사람은 지안 씨 마음에 들게 말을 해요?”심지안은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고 문 앞에는 디저트가 놓여 있었으며 포장지로 봐서는 1층 카페에서 산 것 같았기에 정욱이 사 온 게 분명했다.“정욱 씨는 어디 갔어요?”심지안이 돌아서서 성연신을 보며 묻자 성연신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를 방해할까 봐 자리를 피했어요.”심지안은 그의 대답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한편, 어둠이 깃든 강 씨 가문 저택에서.“삼촌, 왜 전혀 상관이 없는 심지안을 믿으면서 저를 안 믿는 거예요? 연아는 이제 저에게 혼수까지 맡길 거란 말이에요. 연아는 삼촌이 생각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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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심연아의 일방적 이별 통보
”난 그렇게 얘기한 적 없어.”“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건 맞잖아.”“그래, 그렇게 색안경 끼고 날 보는 거라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냥 돌아가.”심연아가 말을 끝내자 심 씨 가문의 하인이 달려와 강우석을 저택 밖으로 쫓아냈고 이 모든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강우석은 멍하니 자리에 굳어 있다가 투자 자금을 재촉하는 아버지의 전화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아버지, 저에게 상황이 조금 생겨서 그러는데 며칠만 시간을 더 주세요. 차질이 안 생기게 잘 처리하겠습니다.”“기회를 만들어줬는데도 잡지 못하는 거야? 1년 더 주면 시간이 충분하겠어?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마.”아버지의 말에 손을 부르르 떨던 강우석은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린 채,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며칠 뒤, 심연아가 인터넷으로 폭발적인 발언을 발표했다. 그녀는 장편 글을 작성하여 두 가지 일을 전했는데 한 가지는 강우석과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와 다른 한 가지는 심지안이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그녀를 모함하고 그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었다.뿐만 아니라 주원재와의 관계를 해명하면서 주원재가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이라 절대 대화 내용을 인터넷에 유출시킬 리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으며 마지막에 심지안이 보낸 대화 내용 캡처까지 같이 올렸다.주원재의 프로필 사진은 모자이크를 하지 않았지만 캡처한 대화 내용을 살짝 바꿨는데 내용이 더욱 적나라하고 야릇했을 뿐만 아니라 합성한 티가 팍팍 났다.SNS에 몇만 명 넘는 팬을 소유한 심연아는 평소에 티타임 사진이나 셀카를 올려 부잣집 공주님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번에도 긴 내용 밑에 서글픈 표정의 셀카까지 함께 올리자 네티즌들이 수군거리며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대화 내용 기록이 한눈에 봐도 합성한 거네.”“약혼식 당일에도 여동생이 난동을 부렸는데 그때 엄청 드라마틱 했다고 들었어.”“내가 주원재랑 같은 학교를 나왔는데 주원재는 어릴 때부터 곁에 여자가 매일 바뀌었어. 내가 보기엔 대화 내용이 진짜일 수도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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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당신 같은 일반인
”제가 왜 무서워해야 해요?”“계속 시비를 걸 거 같으니까요.”“그럼 안 도와줄 거예요?”심지안의 질문에 성연신이 조용하게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기에 심지안은 잘생긴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눈을 뒤집었다.심지안이 아무리 강해도 상대방은 기세가 등등한 공주님이기에 아무래도 역부족일 것이다. 더군다나 혼자가 아니라 일행까지 있으면 절대적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심지안은 괜히 겁먹는 것보다 일단 부딪쳐 보기로 결심했다.두 사람은 이내 파티 장소로 출발했고 거리가 꽤 멀었기에 심지안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으며 다시 눈을 떠보니 어느새 파티 장소에 도착한 뒤였다.심지안은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성연신을 따라 차에서 내렸고 파티 장소 입구에는 정장 차림을 한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는데 다들 옷차림부터 손에 든 가방들은 전부 한정판 명품이었다.심지안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치마와 목에 차고 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힐끔 쳐다보았고 명품이 하나도 없었지만 전혀 상관이 없었기에 허리를 쫙 편 채, 성연신의 팔짱을 덥석 잡았다.곁에 서있는 성연신이 바로 그녀에게 최고의 명품이었으며 빛이 날 정도로 수려한 외모는 그 어떤 명품보다 더 명품 같았다.성연신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팔짱을 끼고 있는 섬섬옥수를 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소유권을 자랑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왠지 너무 사랑스러웠다.입구에 서있던 사람들은 성연신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성연신이 눈길조차 주지 않았기에 다들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전시회장에 들어서니 수많은 도자기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유리 보호막에 적힌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보자 깜짝 놀란 심지안이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한편, 휴식처에 앉아있던 홍교은은 단 번에 성연신과 심지안을 발견했다. 아리따운 바이에른 원피스에 목에는 유명 디자이너가 맞춤 제작한 목걸이를 차고 있는 심지안과 검은 정장에 백마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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