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Chapter 111 - Chapter 120
1081 Chapters
제111화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
사진 속 성연신은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있었고 얼굴을 반쯤 드러내고 있지만 충분히 멋있어 보였다.진유진은 잘생긴 훈남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사람은 그날 강우석 삼촌과 함께 술집에서 만난 그 훈남 아니야?”그 소리에 심지안은 벌컥 화를 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그러나 진유진은 눈치 없게 말을 이어갔다. “동창회 그날도 만난 적 있었어. 아쉽게 됐네. 그날 네가 그 인간들한테 복수하지 않았다면 너한테도 저 훈남을 꼬실 기회가 있었을 텐데 말이야.”술집에서 두 번 본 게 다지만 그 고상하고 비범한 분위기는 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진유진은 진작에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만해...”진유진이 사람을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사람을 잘못 알아본 건 그녀였다.‘바보...’“근데 이 남자의 사진을 왜 네가 갖고 있어? 보니까 몰래 찍은 사진 같은데. 혹시 두 사람 아는 사이야?”정신이 든 진유진은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고 그녀의 물음에 심지안은 머리를 감싸 안은 채 주저앉아 울먹였다. “그날 술집에서 내가 유혹했던 남자가 바로 이 남자야...”깜짝 놀란 진유진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지?”“어떡하지? 난 이미 이 남자와 결혼까지 했어. 게다가 하마터면 잠자리까지 할 뻔했고...”흠칫하던 진유진은 이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는 웃으며 심지안을 위로했다. “좋은 일 아니야? 잘생겼잖아. 돈도 엄청 많지?”심지안은 고개를 들며 입술을 깨물었다. “보광 중신이 그 사람 회사야.”좋은 집, 좋은 차, 그리고 흥신 그룹의 비지니스 파트너.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진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부자 되면 나 잊지 마.”“장난 그만해. 나 지금 머리가 복잡해 죽겠어.”“복잡할 게 뭐가 있어? 돈도 많지, 잘생겼지. 완전 로또 맞은 거 아니야?”“그 사람 나 안 좋아해. 결혼 계약 기간은 3년, 3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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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심장병
“할아버지께서 심장병으로 쓰러지셨어요.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요.”그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대답했다.“알았어요.”40분 후,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유리창 너머로 산소호흡기를 한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응급실에 누워있는 성수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할아버지 어떻게 된 일이에요?”그녀의 물음에 성연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친구분들이랑 방 탈출 게임을 하러 가셨다가 많이 놀라신 것 같아요.”“정말이에요?”“네.”“할아버지한테 아직 애 같은 면이 있네요.”심지안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코를 살짝 만졌다. “가족분들 계시나요? 환자분께서 깨어나셨어요.”바로 이때, 간호사 한 명이 병실을 나오며 입을 열었다.성연신은 심지안을 힐끗 쳐다보았다.“들어가죠.”“네.”두 사람은 병실로 들어갔고 그들을 발견한 성수광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나 괜찮아. 백호가 뭐 하러 쓸데없이 너희들한테까지 연락한 건지?”심지안은 입술을 깨물며 아이를 달래듯 다정하게 당부했다.“할아버지, 이제는 더 이상 방 탈출 게임 같은 거 하시면 안 돼요.”성수광은 성연신을 째려보다가 목청을 가다듬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다시는 안 갈 거야. 옛 전우들이 요즘 방 탈출 게임이 유행이라고 우리도 한번 가서 놀자면서 기어코 날 끌고 간 거야. 난 예전에 전쟁터에서 하던 숨바꼭질처럼 생각했지. 어두컴컴해서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냐? 귀신의 집이 따로 없었어!”특히 그 안에는 숨겨진 비밀 함정이 있었는데 갑자기 벽 틈으로 해골이 나타났었다. 만약 그가 가짜라는 걸 제때 눈치챘다면 지금 병원에 실려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구분들이 꼭 같이 가야 한다고 목에 칼이라도 대면서 협박하던가요?”성연신은 사과를 깎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그 말에 성수광은 머리맡에 있는 휴지 박스를 집어 들어 성연신한테로 던졌다.“잔말 말고 얼른 가서 밥이나 사와. 하루 종일 굶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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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그녀의 밀당
심지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예요?”“내가 진작에 경고한 것 같은데. 이상한 남자들이랑 어울리지 말라고.”“그 사람은 내 친구예요.”그의 말에 심지안은 기분이 좀 언짢아졌다. “지금 당신의 신분은 심지안 씨 본인만 대표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나 성연신의 아내이고 성씨 가문과 보광 중신을 대표하고 있다고요.”그의 차가운 얼굴은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심지안은 몸을 움츠리며 나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날 성씨 가문의 며느리로 인정하는 거예요? 왜 진작에 그러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 집안의 재산이라도 탐할까 봐 두려웠나요?”그녀의 말에 그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당신한테 일부러 숨긴 일이 있었던가요?”‘심지안 당신이 바보같이 눈치채지 못한 거잖아!’“아니요...”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자신의 분수에 맞게 행동해요. 보광 그룹 말고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 말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심지안은 말문이 막혔고 진유진의 말이 갑자기 떠올라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예전에 성연신한테 비위를 맞춘 이유는 그가 ‘강우석의 외삼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한테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말았다. ‘하늘이시여, 난 정말 이 사람을 떠날 수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요?’“계약서에 똑똑히 적혀있죠. 다 큰 어른이니 내가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오늘은 무단결근으로 간주하고 기본월급의 세배를 벌금으로 할 거예요.”심지안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많이요?”‘이런 젠장, 몇십만 원 아니야!’그는 차갑게 웃었다.“이건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잠시 고민하던 심지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기... 우리가 했던 그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나요?”성연신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다시 한번 말해봐요.”그녀에 대한 그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도달하였지만 그녀는 자꾸만 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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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가정부 취급
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나랑 계약 해지하겠다는 거예요?”“당신 업무에 변동이 생겼어요. 청소팀으로 가서 일해요.”그가 잘생긴 얼굴을 내밀며 한 마디 내뱉었다.당황한 심지안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지금 나랑 농담하는 거죠?”“농담 아닌데요.”‘당신 같은 성격은 고생 좀 해야 해. 걸핏하면 그만두겠다고 하고. 투정이 너무 심하단 말이야. 이게 다 내가 너무 잘해준 탓이지.’그녀는 점점 얼굴이 굳어졌고 언성을 높였다.“지금 나보고 청소를 하라는 거예요?”‘이 인간 제정신이야? 미친 거지? 업무를 바꾼다고 해도 어떻게 기획팀에서 청소팀으로 옮길 수가 있어!’“원래 부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당신이 하는 거 보고 결정할게요.”성연신은 무심하게 그녀의 표정을 지켜보면서 고소한 기분이 들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할아버지한테 이를 거예요!”“할아버지께서 지금은 당신을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3년 동안 계속 지켜줄 수 있으실까요?” 그는 손을 뻗어 심지안의 턱을 잡고는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날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야죠.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요. 알았어요?”담담하게 내뱉은 말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깊은 그의 눈동자는 마주치는 순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심지안은 몸을 살짝 떨더니 반항했다.“만약 내가 싫다면요? 꼭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면요?”그녀의 말에 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 계약서 자세히 보지 못했죠? 똑똑히 들어요. 갑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임의로 일자리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적혀있어요. 또한 을은 계약 관계를 해지하고 싶으면 갑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확히 적혀있고요.”“그리고 내가 기분이 나쁘면 당신을 고소할지도 몰라요. 장학수한테 이번 소송 맡기게 되면 당신은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게 되겠죠. 어쩌면 감옥에 갈지도 몰라요.”심지안을 주먹을 불끈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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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잠시 고민하던 성연신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연히 아니죠.”그의 대답에 풀이 죽어 있던 심지안은 이내 들뜬 표정을 지었다.“정말요?”“네, 가정부는 당신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고 말을 잘 들으니까요.”성연신은 피식 웃었다.“그러나 당신이 가정부보다는 지위가 조금 더 높아요.”솔직히 예전에는 그한테 그녀는 가정부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가정부는 요리도 잘하고 손발도 부지런하지만 그녀가 처음으로 만들어 준 요리는 입에 댈 수조차 없을 정도였고 그걸 먹고 그는 병원까지 가게 되었다. 그 후, 그녀는 요리 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워낙 총명한 사람이라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그녀는 요리 실력이 많이 늘게 되었다. 지금은 이미 그녀의 요리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어렸을 때부터 산해진미를 많이 먹어본 그한테는 사실 그녀의 요리가 엄청나게 맛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편안히 먹을 수 있는 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이런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심지안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저 성연신이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성수광이 병원에 있는 3일 동안 그녀는 계속 옆에서 그를 보살폈다. 회사에 가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보다는 성수광을 돌보는 게 훨씬 쉬운 일이었다.병원에 입원한 지 4일째 되는 날, 성수광은 퇴원하겠다면서 투정을 부렸고 서백호는 어쩔 수 없이 의사한테 의견을 물어봤다. 큰 문제 없다면서 퇴원해도 된다고 하는 의사 말에 성수광은 그날로 퇴원했고 그녀의 행복한 날도 그걸로 끝이 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아침을 차렸다. 샤오룽바오, 파이, 두유, 츄러스, 샌드위치, 스테이크, 오렌지 주스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성연신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늘씬한 몸매에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녀는 소녀 같았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달콤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깼어요? 얼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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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뺨을 맞다
심지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성연신 씨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인 줄 몰랐고 보광 중신의 대표 이사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네, 알 것 같네요.”그녀의 대답은 정욱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큰 행운이 떨어진다면 저도 모르게 일단 그 진위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다....그러나 심지안은 아마 정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녀는 청소팀의 문 앞에 도착해 예의 바르게 문을 두드렸다. 이내 깔끔한 작업복 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가요?”“아주머니, 저 오늘부터 이곳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에요.”“새로 들어온다던 사람이 그쪽이에요?”멍한 표정을 짓던 아주머니는 그녀를 안으로 안내하며 중얼거렸다.“난 또 나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 들어올 줄 알았죠. 어떻게 어린 아가씨가 여기에... 희한하네요...”“제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대표 이사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아주머니, 제가 담당할 구역은 어느 곳이에요?”그녀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아주머니를 향해 공손하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예의 바른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곳으로 벌받으러 온 그녀의 처지가 안타까워 마음이 약해졌다.“아가씨는 청소할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 있어요.”심지안은 연속 고개를 저었다.“어떻게 그래요? 일하러 온 것이니 편하게 일 시키세요.”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는 그녀한테 일을 맡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벽 쪽을 향해 걸어가더니 작업 구역이 그려진 도면을 쳐다보며 펜을 들고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1층 복도는 이 씨 아저씨가 책임지고 있고 2층 사무실 구역은 장 씨 아주머니가 책임지고 있어요. 3층 탕비실도 따로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요... 아가씨는 30층 회의실을 맡아요. 그곳은 아직 담당자가 없어요.”“네, 알겠습니다.”심지안은 마스크를 쓰고 걸레와 빗자루를 챙겨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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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갑자기 뺨을 맞은 심지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그게 뭐 어때서요? 집에 가서 소송 준비나 하세요. 법원에서 곧 연락이 갈 거예요.”“뭐라고? 법원?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엄마가 남긴 재산 가로챌 생각 하지 마세요. 끝까지 소송할 거니까 단 한 푼도 가질 생각 말아요. 아빠는 그럴 자격 없어요.”심지안은 엄마를 언급하며 저도 모르게 눈물을 집어삼켰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심전웅의 냉혈한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되었고 엄마의 일생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바보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화가 난 심전웅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고분고분하던 심지안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뒤에 그 늙은이가 있어서 이렇게 날뛰는 건가?’“아빠, 화 푸세요.”심연아는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심지안을 설득했다.“지안아, 아빠한테 얼른 잘못했다고 사과해.”“쳇.”심지안은 바보를 쳐다보듯 심연아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왜? 두 사람이 합심해서 우리 엄마의 재산을 빼앗아 가는 것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그때 당시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서 위임장대로 재산을 나한테 넘겨준 거잖아.”법적으로 심전웅은 제2의 상속자이지만 법적으로 심지안의 부친인 그가 조금만 방법을 쓴다면 심지안은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내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지 죽은 건 아니잖아.”심지안은 차갑게 그녀를 쏘아붙였다. 내심 마음에 찔렸던 심연아는 시선을 피했고 심전웅을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아빠, 그만 싸우세요. 중요하게 하실 얘기가 있잖아요.”‘그래, 중요한 일을 깜빡하고 있었어.’심전웅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심지안을 쳐다보았다.“너랑 주원재 아는 사이지? 그럼 주원재 아버지와도 알고 지내는 사이겠네?”말끝마다 그녀에 대한 경멸이 가득 담겨있었다. 얼핏 봐도 심전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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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빨갛게 부은 얼굴
그 말에 그녀는 흠칫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는 알고 있어요?”엄마가 생전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해 그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심전웅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알고 싶으면 주혁재를 찾아가 봐.”말을 마치고 심전웅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심연아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편의점을 나온 뒤, 심연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빠, 정말 지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 거예요?”“지안이 엄마가 나한테 시집왔을 때는 이미 집안과 인연을 끊은 상태였어.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잘 알고 있지.”심전웅은 그녀의 목에 걸린 백옥 목걸이를 쳐다보았다.“이 목걸이를 가지고 남쪽 옥석 거리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거야.”이건 심지안의 어머니가 그한테 말해준 것이고 심지안이 나중에 크게 되면 그녀한테 알려주라고 하면서 당부한 말이었다. 그 말에 심연아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그 집안이 주얼리 사업을 하던 집안인가요?”‘그럼 엄청 부자라는 말 아니야?’심전웅은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냥 조그마한 가게일 뿐이야. 구멍가게 수준이니 사업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그날 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성연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먼 곳에서 심지안이 구석에 머리를 숙인 채 무릎 위에 턱을 괴고는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옆에서 보니 그녀의 긴 속눈썹은 아래로 드리워져 있었고 그녀는 마치 버려진 고양이처럼 구석에 숨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성연신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청소팀 일이 그렇게 힘들었나?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저리 축 처져 있는 건가? 내일은 기획팀으로 다시 보내야겠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내가 괴롭힌다고 오해할 거 아니야.” 그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위로하려 했지만 본의 아니게 또 독한 말만 내뱉었다.“이제 고작 하루 하고 이렇게 지친 거예요?”몸이 얼어붙어 있던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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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아부쟁이
그녀는 허겁지겁 얼굴을 가리고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이 인간 진짜, 관심은커녕 독설만 퍼붓고 있다니!’성연신은 서재로 들어와 문을 닫고 장학수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장학수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웬일이야?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지안 씨 사건 일찍 개정할 수는 없어?” 성연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야?”그 말을 듣고 장학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설마 그 여자 좋아하는 거야?”미간을 찌푸리던 성연신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그런 거 아니야. 그냥 불쌍해 보여서 그러는 거야.”그 말에 장학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알고 있는 친구 성연신은 비즈니스의 귀재라고 불릴 만큼 사업수완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연애 쪽으로는 머리가 트지 않은 바보였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게 연민에서 비롯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친구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가 없었던 장학수는 비서한테 스케줄 표를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 후, 스케줄 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입을 열었다.“안 돼, 제일 빨라도 7월이야. 더는 앞당길 수가 없어. 법원이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시간 맞춰야 하고 법원에 서류 제출해서 심사하는 데도 시간이 걸려.”성연신은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도 풀었다.“보통 사건 하나 맡는데 수임료 얼마 받아?”“보통은 20억에서 40억 정도 받는데 어려운 사건이면 100억에서 200억 가까이 받을 때도 있어.”“100억 줄게. 지안 씨 사건 이번달 중순으로 처리해 줘.”장학수는 고개를 저었다.“돈이 문제가 아니야. 아무리 판사랑 사이가 좋다고 해도 그건 좀 아니지 않냐?”“200억 줄게.”“야... 우리가 친구로 지낸 세월이 얼만데. 지금 나한테 돈지랄하냐?”“400억.”“스읍.”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던 장학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좋아. 근데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 달 중순은 불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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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그녀에 대한 태도
속마음을 들킨 심지안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럴 리가요. 좀 오버하긴 했지만 보광 중신에 대한 나의 마음은 진심이에요.”그 말에 성연신은 피식 웃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보광 중신에 대해 진심이라고? 나한테 진심이겠지. 바보 같은 여자. 나한테 그렇게 잘 보이고 싶은 건가? 이젠 볼 기회도 더 많아졌으니 아마 속으로 엄청 기뻐할 거야.”사실 이런 여인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는 심지안이 싫지는 않았다. 만약 앞으로 그녀가 고분고분하다면 그녀한테 마음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오자 진유진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떻게 됐어? 이사는 언제 할 거야? 회사 동료가 집을 세놓고 싶다고 하던데. 우리 집하고도 가까워. 아니면 그냥 우리 집에 있어. 남자친구 안 오니까 걱정하지 말고.”심지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당분간 여기서 지내려고. 이사 안 하기로 했어.”“뭐? 무엇 때문에?”“그 사람한테 신세 많이 졌는데, 그냥 이대로 떠나기가 좀 그래서.”그리고 그 사람 말대로 두 사람은 이미 계약서까지 썼고 결과가 어떠하든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전화 맞은편에서 진유진은 한동안 침묵했다.“너 설마 성연신 씨한테 미련이 남은 거야?”그녀의 말에 심지안은 벌컥 화를 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그 사람보다는 나아.”“하하하, 그런 말 하지 마. 그래도 한 기업의 대표잖아. 잘생기고 능력도 있고. 성연신 씨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미련이 남았다면 그냥 있어. 할아버지도 너한테 잘해주신다며.”“왜 자꾸 그 사람이랑 날 엮는 건데?”예전에 그녀를 따르던 남자들을 보며 진유진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고 그들의 결점들만 콕 끄집어냈었다. “성연신 씨는 능력 있잖아. 내 친구가 부자 사모님 되면 나도 친구 덕 좀 보면서 잘 먹고 잘살려고.”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심지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그만 놀려. 재벌 집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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