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085 챕터
제131화 심지안 씨는 가난해서 피아노를 칠 줄 몰라요
”괜찮습니다. 전 당신에게 관심 없어서 당신의 사인도 필요 없어요. 전 그쪽보다 나운석 씨가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심지안은 그제야 홍성준이 자신을 비꼬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이내 아름답고 환한 미소로 일부러 그의 경쟁 상대의 이름을 언급했고 그녀의 말에 눈빛이 싸늘해진 홍성준이 잡고 있던 손을 확 뿌리치며 비꼬듯이 말했다.“사람 보는 안목이 별로네요.”심지안은 예의가 없는 사람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때, 성연신이 그녀에게 다가왔으며 성연신 뒤에는 표정이 어두운 홍교은도 따라오고 있었다.홍교은은 불쾌한 일이 있었던 듯,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심지안은 이내 표정을 풀고 성연신에게 물었다.“연회는 언제부터 시작해요?”“이제 시작할 거예요.”대답을 한 성연신은 심지안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뒤에 서있던 홍성준을 힐끔 쳐다본 뒤, 말을 이어갔다.“괴롭힘당했어요?”“아니요.”자신도 모르게 순간 대답한 심지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말을 바꿨다.“괴롭힘 당했어요! 저 사람이 저를 만만하게 봐요!”“제가 복수해 주길 바라는 거예요?”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심지안을 쳐다보며 물었다.“네!”“꿈도 꾸지 마요.”심지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왠지 실망한 듯했고 다음 순간, 성연신이 말을 이어갔다.“대신 혼내 줄 사람이 따로 있을 거예요.”“누가요?”흠칫하던 심지안이 고개를 들며 묻자 성연신이 싸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국가요.”세금 도피는 국가에서 엄하게 다스리는 부분이었기에 홍성준은 꽤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성연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선 파티의 진행자가 무대로 올라와 경매를 시작하였고 성연신도 상징적으로 책상을 장식하는 액세서리를 하나 구매했는데 액세서리가 예쁘진 않았지만 경악할 만큼 가격이 어마어마했다.“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다음 경매품은 저희 이번 경매의 마지막 제품으로 앞선 제품들과는 조금 다릅니다.”무대 위의 진행자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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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무대에 선 심지안
성연신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방법이 많았다.“자존심 하나로 사는 거죠. 제 질문에 대답이나 해요.”심지안이 눈을 깜빡이면서 말하자 성연신이 웃으며 대답했다.“창피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요. 창피를 당해도 지안 씨가 당하는 거죠.”성연신의 말에 심지안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지만 그의 확답을 받은 지금, 더 이상 걱정될 것도 없었기에 진행자가 이 순서를 넘기고 경매를 마치려고 하던 순간, 심지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저에게 준비할 시간을 5분만 주실 수 있나요?”심지안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경매장에 울려 퍼지자 흠칫하던 진행자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그녀는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익숙한 듯 피아노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허세는 무슨, 저러다가 창피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홍교은은 사람들에게 규수의 우아함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심지안이 창피를 당하기만 기대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홍교은은 피아노 상급 자격증까지 따냈기에 심지안이 창피를 당하는 순간, 무대로 올라가서 연주를 이어갈 계획이었다.홍성준도 심지안이 무리할 줄 예상하고 있었던 듯 곁에서 피식 웃었다. 보통 가정에서 태어난 여자들은 이런 큰 무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성연신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또한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여자는 홍교은이라는 걸 깨닫게 만들고 싶었다.5분이 지나자 진행자가 심지안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고 심지안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준비됐습니다.”“그럼 나머지 시간은 심지안 씨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한껏 긴장한 심지안은 손가락을 살짝 풀더니 머릿속으로 선율을 떠올리며 선반에 손을 올려놓은 채,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피아노에서는 이내 아름다운 선율이 들리기 시작했다. 듣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연주는 귀를 정화시키면서 마음까지 치유하고 있었다.심지안의 연주에 표정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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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저녁에는 가사도우미
”아니요.”“그런데 왜 저 사람들이…”“지안 씨가 제 아내잖아요. 지안 씨 체면을 고려하지 않아도 성 씨 가문의 체면은 고려하겠죠.”성연신이 덤덤하게 대답했고 이 경매는 결국 성연신이 부른 40억에 낙찰되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보느라 더 높이 부를 수가 없었다. 성연신의 아내가 연주한 곡에 그들은 들러리만 설 뿐, 감히 경매에 진짜로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성연신이 심지안에게 물었다.“근데 왜 한 곡만 연주할 줄 아는 거예요?”그의 질문에 흠칫하던 심지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제 아버지가 심연아만 피아노 학원에 보냈거든요. 저에게는 그런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거죠. 전 저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매일 점심 피아노가 있는 친구 집에 찾아가 피아노 연습을 했어요. 피아노를 접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이 한 곡 밖에 칠 줄 몰라요. 근데 그래도 제 아버지는 피아노 공부를 못하게 했어요. 심연아를 애지중지 키우는 게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한 거죠.”가정 형편이 꽤 좋았지만 그녀에게는 한 푼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지금은 더 배우고 싶어요?”성연신의 물음에 심지안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이미 다 지난 일이에요.”성연신은 덤덤한 표정으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씻고 침대에 누운 심지안이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심연아에게서 문자가 와있었다.「네가 대화 기록을 삭제하면 내가 검색어 순위에서 내려가게 해줄게.」문자를 빤히 쳐다보던 심지안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연락처와 주소를 알려줘. 그럼 네 체면만큼은 지켜줄게.」이튿날, 심연아 발언은 검색어 순위 3위로 올라갔고 심연아는 더 이상 심지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죽을 끓이던 심지안은 주원재와 통화를 마친 뒤, 그날 레스토랑에서 찍었던 사진과 대화 기록을 SNS에 올렸다. 대화 기록 속의 주원재 프로필 사진은 모자이크를 했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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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나이가 많다고 불평하다
심지안은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날 뭣 하러 서인수에게 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단 말인가. 이제 설명할 길이 없다. 진현수는 분명 그와 성연신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아니, 그녀와 성연신의 계약 결혼은 확실히 떳떳이 밝힐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심지안은 순간 난감함이 가시는 것 같았다. 심지어 성연신이 내려와 그들과 마주쳤을 때도 먼저 그에게 다가가 함께 식사하자고 청하기까지 했다.먼 곳에서 일부러 자신을 보러 온 친구에게 섭섭지 않게 대접해 주어야 한다.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다가 늦게 집에 돌아간다면 성연신은 필시 그녀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 때문에 어쩌면 함께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심지안의 요청에 성연신은 이 여자의 어리석음이 이제야 좀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저번 일 이후 그녀는 더는 다른 남자와 단둘이 만나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 성연신도 불렀다는 건 진현수에 대한 완곡한 거절일 것이다.성연신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반면 진현수의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았다.중국 요릿집에 가고 싶다는 서인수의 말에 심지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현수는 복잡해진 마음에 입맛까지 떨어져 버려 그저 무심히 응 한마디만 내뱉을 뿐이었다.기대에 찬 초롱초롱한 두 여자의 눈을 마주한 성연신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식당에 간 뒤 진현수는 착잡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한동안 고민한 뒤 서인수에게 문자를 보냈다.한창 땀을 뻘뻘 흘리며 먹고 있던 서인수가 핸드폰을 확인했다.「계획을 바꿔야겠어요. 오늘은 고백하지 않을 거예요.」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서인수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진현수와 시선을 맞추었다.「왜 그래요? 왜 갑자기 고백하지 않겠다는 거예요?」진현수는 심지안의 옆에 앉은 성연신을 흘끗 보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마침 새우 철이라 심지안은 매운 새우볶음을 주문했다.성연신이 건강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을 꺼리는 바람에 심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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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심장에 이상이 생기다
심지안은 그제야 그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자세히 쳐다보니 이마와 콧등 모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그녀는 곧바로 가장 가까운 약국에 달려가 약을 구해왔다.성연신은 약을 먹고 30분이 지나자 얼굴색이 많이 편안해졌다.중정원에 돌아온 뒤.심지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매운 걸 못 먹으면 먹지 말아야지 왜 굳이...”이럴 줄 알았다면 그와 함께 가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신이 땀에 흥건해진 얼굴로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안 씨는 다른 남자와 어울리느라 바빴잖아요. 그거라도 먹지 않았다면 난 굶어 죽었을 지도 몰라요.”순간 심지안은 조금 전 피어올랐던 죄책감이 그림자도 없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계약서엔 친구와 함께 나가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었어요.”“계약서에 없다고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내일 장학수한테 추가하라고 해야겠어요.”“성연신 씨, 사람을 너무 괴롭히지 말아요!”“내가 정말 지안 씨를 괴롭혔다면 지금 위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건 지안 씨였겠죠.”심지안의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답답함과 억울함 때문에 미칠 것 같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할 별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대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헤집어놓는 지독한 말만 골라 한단 말인가?“내일 점심 도시락을 싸 와요. 난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아요.”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날 정말 도우미 아줌마로 생각하는 거예요? 나도 힘들어요. 오늘 일을 하나 맡아 내일 외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시간 없어요.”“월급을 더 받고 싶지 않아요?”성연신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순간 심지안의 얼굴에 실렸던 불만이 눈 녹듯 사라졌고 그 대신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가 자리 잡았다.“그래도 돼요?”성연신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여자다.“연신 씨, 월급 얼마나 올려줄 거예요?”뾰족한 날이 잔뜩 선 살쾡이로부터 온순한 강아지의 모습으로 바뀐 심지안이 조심스레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하루빨리 돈을 모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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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너 성연신 씨와 무슨 사이인데 도시락까지 가져다줘?
“보광 중신의 직원분과 아는 사이야?”대표가 물었다.연설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보광 그룹 직원이라고요?”심연아가 분명 심지안도 입사하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맞아. 오늘 현장 검증하러 오기로 한 보광 직원이 바로 이 두 분이야.”연설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간신히 질투심과 분노를 억누르고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사장님, 저와 지안인 오래된 친구 사이예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었지만 일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따져 묻지 않았다.대표는 깜짝 놀라며 두 사람에게 옛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심지안은 정중히 거절했다.“아니에요. 출근 시간엔 일에 집중해야죠. 못다 한 얘기는 나중에 하면 돼요.”대표가 감탄을 금치 못하는 눈빛으로 심지안을 쳐다보았다.연설아는 분노에 눈알까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꼬리 아홉 달린 저 여우는 어디에 가서든 남자를 홀리는구나.'대표는 김인정과 간단히 몇 마디 나눈 뒤 그들을 현장으로 안내했다.김인정은 임산부였기에 한동안 걷고선 휴식을 취해야 했다.하여 반나절이면 거뜬히 마무리 지을 것 같았던 일은 벌써 열한 시가 되었음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심지안은 도시락을 들고 난감한 얼굴로 쭈뼛거리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잠시만요, 저 할 얘기가 있어요...”김인정이 힘겹게 허리를 잡고 지탱하며 고개를 돌렸다.“말해요.”“저 한 시간만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회사에 도시락을 가져다줘야 해서요...”“회사에 돌아간다고요?’김인정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누구한테 가져다주는데요?”심지안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성 대표님이요.”현장에 서 있던 사람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독 연설아 한 사람만 잔뜩 흥분한 채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너 그분과 무슨 사이인데 도시락까지 가져다줘? 심지안, 네 분수를 알아야지. 허황한 꿈 좀 그만 꿔!”김인정이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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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사적인 원망을 담다
“안녕하세요. 전 심지안의 부탁을 받고 도시락을 가져다주러 왔어요. 심지안이 너무 바빠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서요. 전 현장 일을 맡은 회사 사장님의 비서예요.”정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조금 전 그는 성연신에게 심지안이 곧 도시락을 들고 올 거라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은 성연신은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책상을 깨끗이 정리했었다. 하지만 심지안을 대신해 엉뚱한 사람이 왔으니 이제 무슨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른다.직업 정신이 투철한 정욱은 마음은 더없이 복잡했지만 겉으론 친절한 얼굴로 정중하게 연설아를 안내했다.“네. 이쪽으로 오세요.”‘모르겠다. 일단 먹잇감으로 던져줘야지.’연설아는 정욱의 등 뒤에서 기대에 찬 얼굴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을 이리저리 비추어보았다.“대표님, 도시락이 도착했습니다.”말을 마친 뒤 정욱은 곧바로 사무실 문을 나섰다. 분노의 불길이 자신에게 덮치기 전에 일찌감치 자리를 피한 것이다.성연신은 핸드폰을 보며 나긋한 목소리로 ‘응.’이라 대답했다.그는 오늘 옅은 남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책장을 넘기는 길고 곧게 뻗은 손가락, 검은 눈동자 속 한기를 감춰주는 속눈썹이 그의 준수함과 우아함을 한층 더 밝혀주고 있었다.연설아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듯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저번 쇼핑몰에서 만났던 그 남자가 아닌가.저 사람이 보광 그룹 대표였구나. 자신과 그가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연설아였다...연설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심장은 저항 없이 요동쳤으며 호흡까지 가빠졌다.그녀는 도시락을 성연신의 눈앞에 내려놓고는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 채 뚫어져라 그를 쳐다보았다.성연신은 머리를 들진 않았지만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저 여자 오늘 왜 저러는 거지?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저 눈빛은 좀...’잔잔했던 호수에 돌이라도 던진 듯 그의 가슴에 파도가 일었다. 그가 내심 흐뭇한 마음에 말했다. “먼저 음식을 좀 데운 다음 여기에서 같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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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넌 멍청하니까
연설아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성연신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부하직원을 호되게 혼내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말이다.하지만 성연신이 풍기는 등골이 싸늘해지게 만드는 오싹한 분위기는 눈앞 이 비서보다도 훨씬 더 공포스러웠다.연설아는 결국 정욱을 한동안 쏘아보다가 씩씩거리며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연설아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현장에 돌아와 심지안을 찾아가 따졌다.“너 일부러 그랬지?”심지안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일부러 날 성 대표한테 보내 모욕을 당하게 만든 거지?”“응? 분명 네가 먼저 도시락을 빼앗아가면서 나 대신 가져가겠다고 했잖아.”심지안이 이어 대표에게로 눈길을 돌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제 기억이 틀렸나요?”대표는 난처한 얼굴로 연설아에게 말했다.“설아야, 그만하고 우리한테 커피나 타줘.”“삼촌, 저 모욕을 당했단 말이에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라고요?”삼촌?심지안은 그제야 머릿속의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연설아의 능력으로 빽을 쓰지 않고 그 어떤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대표는 난처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친척이라는 관계 때문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설을 애써 삼키고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심지안은 팔짱을 끼고 태연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옆에 앉아있던 김인정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것 같았다. 성 대표님는 평소 차갑고 무뚝뚝하긴 해도 절대 쉽게 분노하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 연설아가 성 대표님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도리어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다.“일단 회사 내부 직원의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 상의하는 게 좋겠네요.”김인정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대표가 연설아의 부모님을 끄집어내며 말했다.“내 회사에서 일하는 게 그토록 억울하고 힘들면 부모님한테 지금 당장 데리러 오라고 말해.”그의 이 작은 회사는 보광 그룹과 협력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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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그의 아내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
급기야 완전히 미쳐버린 연설아는 주위에 있는 손에 들리는 물건 모두를 심지안에게로 내던졌다.김인정은 심지안의 팔을 끌어당겨 황급히 자리를 떴고 대표도 급히 달려가 연설아를 막아 세웠다.현장을 떠난 뒤 심지안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중히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일을 망쳤어요. 제가 직접 대표님한테 얘기할게요. 언니가 아닌 저한테 벌을 내려달라고요.”김인정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지안 씨를 왜 탓하겠어요. 나도 그쪽 비서가 지안 씨한테 앙심을 품고 있다는 거 눈치챘어요. 사람이 화를 낼 줄도 알아야지, 아니면 바보가 돼버려요.”심지안이 눈을 깜빡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전 언니가 절 호되게 혼낼 줄 알았어요.”“지안 씨가 잘못했다면 그랬겠죠. 하지만 지안 씨는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지안 씨를 혼내겠어요.”김인정이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됐어요. 돌아가서 나랑 같이 성 대표님에게 설명하자고요. 별일 없을 거예요.”“정말이에요? 하지만 대표님은 워낙 막무가내라 설명한다고 될지 모르겠네요.”심지안이 안전벨트를 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성연신은 모든 일에서 안하무인으로 자신의 말만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김인정은 그녀의 말은 듣지 못하고 어떻게 성연신에게 설명해야 할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잘못한 건 없지만 매섭고 차가운 성연신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초조해하는 김인정과 비교하면 심지안의 표정이 오히려 훨씬 더 태연하고 편안해 보였다.돌아가는 길 신호등 앞.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심지안이 옆에 정차되어 있는 차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얼굴을 찌푸렸다.도요타 차 안에 젊은 남녀 한 쌍이 앉아있었는데 신호등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도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걸 보니 아주 친밀한 커플 같았다.중요한 건 그 남자의 목에 매어져 있는 넥타이였다. 진유진과 함께 쇼핑하던 날, 진유진이 남자친구에게 사준 그 넥타이와 완벽히 일치했다.심지안은 곧바로 진유진에게 문자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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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그냥 날 때려죽여요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에 심지안은 부자연스럽게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그녀를 걱정하는 듯한 그의 말에 심장 박동이 빨라졌고 옅은 기대감까지 부풀어 올랐다.“왜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거예요?”“내가 말했잖아요. 지안 씨는 비단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성씨 가문을 대표하기도 한다고.”“하지만 우리의 관계를 발설하지 말라고 했잖아요...”“회사에선 안 되지만 밖에선 밝혀도 돼요.”“하지만 그러면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예요.”지금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꽁꽁 숨기는 연예인들의 열애도 밝혀지는 세상이다. 하물며 일반인인 그들은 어떻겠는가.그 말에 성연신도 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너무 제멋대로라 한동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그는 이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발표하지 않아도 난 지안 씨를 위해 나설 수 있어요. 지안 씨는 항상 자신이 성씨 집안의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아...”심지안의 초롱초롱하던 눈동자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역시 그는 그녀가 성씨 집안의 체면을 떨어뜨릴까 봐 걱정했던 것일 뿐, 진정으로 그녀를 걱정했던 것이 아니다.그녀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실낱같은 기대가 또다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녀가 서운한 마음에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성연신이 팔에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가두고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계속해요.”“뭘요?”“오늘 뭘 잘못했어요?”심지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름다운 그녀의 작은 얼굴에 아득함이 스쳐 지나갔다.“다 얘기했잖아요.”성연신이 거만함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론 내 일을 첫 순위에 두어야 해요. 일은 2순위고요. 또한 내 일은 지안 씨가 직접 해주어야 해요. 오늘 낯선 여자를 보냈다는 게 난 너무 화가 났어요.”심지안이 입을 삐죽거렸다.“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요. 일이 다 한 번에 몰리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연신 씨도 이해해 줘요.”그녀는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 어제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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