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이혼, 후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023 챕터
제861화
그녀는 부끄러워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실을 나왔다.“엄마, 나랑 오빠가 한 레고 봐요. 예쁘죠?”달이는 자신과 원이가 몇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성과를 가리키며 자랑스레 물었다.“와~ 너무 멋진 성인데? 이렇게나 빨리 만들다니, 정말 대단해~”차설아는 1m가 족히 되는 캐슬을 보며 감탄을 자아냈다.‘이 정도의 모형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다니, 달이랑 원이는 정말 천잰가 봐.’“엄마, 내가 다 생각해 놨어. 1층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민이 이모가 살고 2층에는 엄마랑 아빠, 그리고 Q 아빠가 살고 3층에는 나랑 오빠가 살게. 그리고 캐슬 앞에는 해바라기들을 심을 거야. 우리 모두 여기서 살면 엄청 행복하겠다, 그렇지?”달이는 고개를 들어 차설아를 바라보며 신이 나서 그녀한테 설명했다.“응, 우리... 우리는 분명 행복할 거야.”차설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최근 그녀와 성도윤이 다시 화해하고 예전으로 돌아간 게 불과 1개월인데 그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미스터 Q와 평생을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만약 달이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그 남자를 까맣게 잊고 있었을 거다.차설아, 너 정말 생각하는 남자도 많다.‘엄마, 왜 요즘은 Q 아빠랑 연락 안 해요? 나 Q 아빠 보고 싶은데.”원이의 말투에도 조금은 슬픈 기색이 어려있었다.“원이야, 미안. 엄마도 연락이 안 돼...”“혹시 엄마랑 아빠가 화해한 거 알고 화나서 엄마 연락 안 받는 거 아니에요?”“엄마도 몰라, 갑자기 사라져서...”차설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원이를 보며 물었다.“원이는 Q 아빠가 더 좋아? 아니면... 엄마가 Q 아빠 버리고 딴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 같아서 싫어?”“그건 아녜요.”원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며 차설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가 누굴 더 좋아하면 나랑 원이도 더 좋아해요. 그냥 원이는 나쁜 아빠가 Q 아빠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할 뿐이죠, 엄마한테 또 상처 줄까 봐.”“걱정 마, 앞으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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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차설아는 립스틱을 옷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 소리를 따라 창가로 발길을 옮겼다.“여기는...”창밖의 풍경을 본 그녀는 너무 놀라 눈이 커졌고 저도 모르게 손으로 떡 벌어진 입을 가렸다.“엄마, 특별하다는 곳이 해바라기 섬이었어요! 우리한테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녜요? 앞으로는 나쁜 아빠라고 하지 말아야겠어요.”달이는 비행기가 지나고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는데 성도윤에 대한 호감도가 직속 상승했다.원이도 간만에 성도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게, 이번에는 진짜 신경 좀 썼는데요? 우리가 제일 그리워하는 곳인 것도 알고... 그런데 이곳은 어떻게 안거예요?”“그러게? 여기는 어떻게 안 거지?”차설아는 그녀와 아이들이 4년 동안 생활했던 곳을 보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그녀는 주머니에 넣어둔 립스틱을 만지며 가슴 한쪽이 먹먹해 옴을 느꼈다.그녀는 정말 알고 싶었다. 성도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인을 데리고 이 비행기를 탔고 또 누구를 데리고 해바라기 섬에 왔었는지? 얼마나 많은 여인과 그런 경험을 했는지...그녀의 이런저런 의문들 속에 비행기는 안전히 착륙했고 해바라기 섬에서 유일하게 대외로 개방된 비행장에 정착했다.“와, 도착했다. 우리가 해바라기 섬에 다시 돌아왔어요! 달이는 여기 엄청 그리웠다고요!”달이는 퐁당퐁당 뛰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그 모습조차 너무 귀여웠다.“달이야, 얼른 내려가자. 나도 실험실이 너무 가고 싶었어.”원이도 달이 손을 꼭 잡고 얼른 출구 방향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했다.해바라기 섬은 두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가 담긴 곳이다.이곳은 그들이 태어나 자란 곳이고 너무나도 많은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두 아이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이었다.한편 이와 동시에 성도윤도 조종실에서 걸어 나왔다.“얘들아, 어때? 맘에 들어?”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자상한 미소가 번졌고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아빠, 완전요! 앞으로는 아빠가 달이한테는 최고의 아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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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얼굴을 안 본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차설아가 보고 싶었다.그는 차설아도 그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에서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를 줄 알았다.하지만 웬걸, 차설아의 태도는 그토록 냉담했고 성도윤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우리 먼저 내려가자.”차설아의 반응에 성도윤은 오리무중에 빠졌다.왜 갑자기 이렇게 냉랭하게 변한 거지?방금 있었던 그 부끄러운 장면이 아직도 그의 눈앞에 생생한데 벌써 태도를 바꾸다니?당장이라도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필경 아이들이 있으니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성도윤은 문을 열었고 그들은 차례대로 비행기에서 내렸다.“와~ 너무 예쁘다, 우리가 드디어 다시 돌아왔네!”달이는 크게 공기를 들이쉬며 말했는데 물 만난 물고기가 따로 없었다.해바라기 섬은 해양성 기후로 일 년 사계절 기온이 20도 좌우를 유지하며 광풍 폭우는 볼 수 없는 살기 좋은 곳이었다.천연으로 생긴 백색의 해변, 울창하게 펼쳐진 야자나무 숲, 차설아와 아이들이 직접 가꾼 해바라기밭, 그리고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이곳이 바로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싶었다.“오빠, 우리 가서 조개 잡자! 우리가 여기를 떠난 지도 오래됐으니까 바닷가에 조개가 엄청 많을 거야. 어쩌면 진주도 있을지도 몰라!”“그러자, 그리고 엄마한테 목걸이를 만들어 드리자...”두 꼬마는 예전으로 돌아가 손에 손을 잡고 폭신폭신한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뛰놀았다.개인 섬으로서 그들은 이 섬에서 절대적인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었다.성도윤과 차설아는 천천히 아이들의 뒤를 따랐고 크고 작은 발자국이 백색의 바닷가에 남겨졌다.“그...”몇 번이고 성도윤은 말을 꺼내려고 머뭇거렸다.왜냐하면 그는 차설아의 기분이 변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태도가 달라졌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기분이 안 좋아?”드디어 성도윤은 입을 열었다.“나 기분 안 나빠. 왜 그렇게 물어봐?”차설아는 본인이 4 년 동안이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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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성도윤의 그윽한 눈빛은 마치 밤하늘에서 흩어지는 불꽃처럼 찬란함 끝에 무한한 어둠과 적막만이 흘렀다.“나도 알아, 평소에 냉담하고 낭만도 모르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일밖에 없는 거... 말도 예쁘게 못 해서 당신한테 많이 상처 준 거... 그래서, 나한테 싫증 나서 나한테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 아니야?”그는 고개를 숙였고 가여운 강아지처럼 눈빛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또 그러네, 내가 언제 짜증 난대?”차설아는 마치 사람 마음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나쁜 여인처럼 조금은 짜증이 섞긴 말투로 말했다.“우리 좋았잖아, 이런 생각 좀 그만하면 안 돼?”“내가 생각이 많은 게 아니라, 난 그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뿐이야. 기분이 되게 안 좋아 보여서...”성도윤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는 단호하게 말했다.“난 더는 우리 사이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고칠게.”“잘못한 거 없어. 지금 엄청 잘하고 있는데?”차설아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짜증이 섞긴 말투로 대답하고 있었다.“그리고 낭만적이기도 해. 비행기를 타고 몇만m의 고공에서 짜릿한 기분이라... 딱 봐도 숙련됐네. 아주 능구렁이가 다름없어?”사실 그녀는 자신 이외에 누구를 데리고 비행기에 올랐으며 또 누구와 짜릿한 기분을 누렸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 의문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그가 자신을 질투심 많은 여자로 생각할까 봐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정말 그녀가 원하지 않던 대답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속으로 앓아야만 했다. “능구렁이까지는 아니고, 난 그저 널 즐겁게 해주고 싶을 뿐이야.”성도윤은 그녀의 말투에 섞인 짜증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고 순진하게도 그녀가 자신한테 엄청 만족한 줄로 알고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그는 차설아의 어깨를 감쌌고 그녀의 귓가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오 닥터의 의견도 듣고 체계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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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하지만 알고 보니 고작 이런 일로?“뭐는 무슨 뭐야? 얼른 대답해봐.”차설아는 성도윤의 반응으로부터 아마 적지 않은 여자들을 데리고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녀는 질투의 마음이 다시 한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래, 그럴 줄 알았어. 너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이 순정남인 게 몇이나 되겠어? 이 비행기를 탄 여자들이 적어도 10명은 넘지?”“아니야, 난...”“됐어, 변명하지마. 누구도 탓하지 않아. 내가 애초에 널 선택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결과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들이댄 내 잘못이지.”“아니야, 여보. 내 말 좀 들어봐.”“됐어, 나도 다 이해해. 남자들이야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당신은 그냥 겉보기에 그런 면에 관심이 없었던 거고 뭐 진짜 관심이 없었겠어? 다 알아. 그냥 오늘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랑 잤어?”“잠깐!”성도윤은 더는 차설아의 말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예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나한테도 말할 기회를 주면 안 돼?”“윽...”차설아의 크고 맑은 두 눈은 어느새 붉어졌는데 그렇게 가련한 눈빛으로 성도윤을 바라보는 것이 굳세기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됐어, 됐어. 울지 말고 일단 내 얘기부터 들어.”그는 크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난 처음부터 여자는 당신 한 명밖에 없었어.”“응?”차설아의 큰 눈망울은 순간 더 커졌다.“대부분 남자한테 이런 일은 자랑거리가 안 되지만 난 이게 내 행운이라고 생각해. 난 네가 내 첫 번째자 마지막 여자였으면 좋겠어...”성도윤은 그윽한 눈길로 말을 마친 후 차설아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며 물었다.“그럼,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솔직히 만약 차설아가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사실을 평생 그녀한테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차설아가 자신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딴 사람을 찾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나... 나는...”차설아는 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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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그건...”차설아는 순간 멈칫했지만 금세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하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그럴 리가? 당신처럼 순결한 남자는 내가 아껴줘도 모자란 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겠어?”“진짜야?”성도윤은 엄숙한 태도로 그녀에게 물으며 확실한 대답을 얻으려 했다.그의 표정에서 그가 정말로 이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혹은 차설아의 기분을 아주 중요시한다고 할 수 있겠다.그의 엄숙함에 차설아도 더는 장난으로 여기지 않으려 노력했고 차분함을 되찾은 후 그녀는 고양이를 어루만지듯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주 완벽히 잘하고 있어. 경험은 비록 적지만 이론은 빠삭하잖아? 그리고 매번 진심이잖아. 바람기 많은 다른 남자들하고는 비교도 안 돼. 나 정말 안 싫어.”쯧쯧, 순정남은 역시 좋네. 깨끗하고 혼자 반성까지 척척하니.문제가 있으면 남을 탓하는 게 아니라 우선 본인이 잘못한 게 아닌가 반성한다는 자체가 이미 많은 평범한 남자들보다 나았다.차설아는 순간 ‘게 탔네?’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걱정 마, 이런 일은 여러 번 하다 보면 자연스레 느는 거지. 자신감을 가져! 이미 다른 남자들보다 많이 나은걸?”그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성도윤을 타일렀다.“다른 남자들?”하지만 성도윤의 목소리는 순간 차갑기 그지없게 변했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여운 강아지 같은 꼴이던 그는 금세 어둠 속의 악마처럼 주변을 삼켜버릴 것 같은 아우라를 풍겼다.그는 손가락으로 차설아의 턱을 받쳐 올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당신 뜻은 아주 많은 남자를 거쳤다는 말이야?”차설아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 그녀도 성도윤의 화를 돋우는 것을 개의치 않고 정색하여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먼저 세어볼게. 하나, 둘, 셋...”“...”성도윤의 얼굴에는 눈에 띄게 어두운 빛이 어렸다.차설아는 한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자 다시 태연하게 다른 손가락을 펼쳤다.“여섯,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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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정한 사랑일 거다!“왜 웃어?”성도윤은 울적해하다 차설아가 웃는 것을 보고 정신이 들었는데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조금은 화난 얼굴로 말했다.“날 갖고 놀아? 혼 좀 나야 정신을 차리지?”성도윤의 어깨는 근육으로 딴딴하고 넓었는데 가볍게 그녀를 어깨에 올리고는 큰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번 치더니 냉정하게 물었다.“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몇 명이나 있었어?”차설아는 순간 중심을 잃었고 다급하게 남자의 옷을 잡으며 계속 정색하여 헛소리했다.“말했잖아, 한 아흔 명? 아무튼 엄청 많다고.”“계속 헛소리할래?”성도윤은 다시 한번 같은 자리를 때리며 그녀를 위협했다.“계속 헛소리하면 할 때마다 때릴 거니까 각오해.”“성도윤, 이 변태야!”차설아는 작은 주먹으로 성도윤의 어깨를 마구 치며 다리를 푸드덕거리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좋은 말로 할 때 내려놔, 아니면 소리 지를 거야.”“원이야, 달이야! 살려줘! 아빠가 엄마 때린대~”그녀는 목 놓아 아이들이 달리고 있는 쪽으로 크게 소리쳤다.하지만 이미 해변에서 뛰어노는데 정신이 팔린 아이들이 그녀의 외침을 들을 리가 없었다.“소리쳐봐,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을걸?”성도윤은 또 같은 자리를 세 번 정도 때리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이런 일로 장난을 칠 때 이미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걸 예상 했었어야지?”때리는 강도가 남녀 사이의 그런 무드가 아닌 진정한 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흑흑.”차설아는 억울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더는 발버둥 치지도 않고 울음 섞긴 목소리로 말했다.“성도윤, 이 나쁜 놈! 이렇게 사람 갖고 노는 게 어디 있어?”성도윤은 처음에는 차설아가 우는 시늉을 하는 줄로만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손등에 뜨거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서야 일이 크게 번졌다는 것을 깨달았다.“진짜 우는 거야?”그는 황급히 차설아를 내려놓고는 그녀의 주먹만 한 얼굴을 받쳐 들고 보니 이미 얼굴이 눈물범벅이고 진주 같은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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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이게 뭔데?”차설아는 팔짱을 끼더니 뒤돌아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거짓말하지마. 비행기에서 주운 거야. 처음 보는 거라는 둥 그런 소리 할 생각하지마?”“나 진짜 처음 보는 거야.”하지만 성도윤의 반응을 보니 연기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나 기억났어...”성도윤은 조금은 불쾌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분명 도현이 그 자식이 아무나 데리고 와서는 정리를 깨끗하게 못 한걸 거야.”“사도현?”차설아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하지 않았어? 이렇게 누명을 씌우는 건 좀 아니지 않아?”“여자친구랑 헤어졌지. 그런데 걔한테는 해방이라고 할 수 있어. 아니면 나도 걔한테 비행기를 빌려주면서 축하해주진 않았을 거야.”성도윤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 자식 내 말 듣고 조금이라도 일찍 헤어졌으면 그 꼴은 안 당했지? 걔랑 걔 여자친구는 정말 악연이야.”여기까지 들은 차설아는 궁금증이 증폭했는데 계속 따져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래? 계속 말해봐.”성도윤은 그녀의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받쳐 들고는 안쓰러운 눈길로 말했다.“그렇게 궁금해? 우리 일은 다 해결했어?”“아니, 뭐... 우리 일은 중요하지 않아. 도현 씨는 내 생명의 은인인데 당연히 걱정해야지. 그래서? 왜 악연인데?”“그 여자친구가 걔를 갖고 놀았지 뭐.”성도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도현이 이 자식, 남녀 사이에서는 자신 있다더니 하필이면 그 여자친구한테 걸려서... 당신이 떠난 4년 동안 여자친구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어.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지.”“헤어졌다는 데 다행이래?”하지만 차설아도 되짚어보니 저번에 사도현을 만났을 때 확실히 4년 전보다 기운이 죽은 것 같았다. 그때도 예전의 자유분방하고 걱정 없던 도련님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었다.역시 사랑이란 한번 선택을 잘못하면 몸과 마음에 모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슬픈 건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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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성도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싶었는데 모든 풍경과 그녀의 몸에 쏟아져 내리는 햇살, 그 모든 게 너무도 적절하여 마치 차설아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 듯싶었다.“그래서 아까 화난 이유가 질투 때문이야?”그는 차설아의 뒤에서 잠자코 걷고 있다가 갑자기 손목을 잡았는데 마치 승리자인 것처럼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흥, 알면서 뭘 물어?”차설아는 남자의 손을 쳐내며 말을 이었다.“좀 이따 도현 씨가 오면 다 밝혀질 테니까 그때 가서 용서나 빌지 말라고.”말을 마치고 그녀는 마치 한 마리의 파랑새처럼 쪼르르 달려나갔다.“...”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성도윤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더는 내 곁에서 멀어져가지 말았으면...---M 국, 퀸즈호텔.사도현은 성도윤과의 통화를 마치고 5성급 호텔의 폭신한 침대에 누워서는 쿨쿨 자고 있었다.최근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낮에는 호텔에서 잠만 자고 저녁에는 파티를 열며 놀면서 가문의 일에는 아예 신경을 끄고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똑똑.”“꺼져.”사도현은 귀를 베개로 막았는데 이불밖에 드러난 두 팔은 보기만 해도 탄탄했고 등 근육도 탄탄하니 태평양 어깨가 따로 없었다.“똑똑!”노크 소리가 전보다 더 다급했다.이와 동시에 무전기에서 사도현의 부하인 도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윤설씨가...”도민준의 말은 윤설에 의해 끊겼다.“오빠, 일단 문 좀 열어. 얘기 좀 해야지 않겠어?”무전기의 저편에서 여인의 연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잘못은 내가 했으니까 나한테 얼마든지 못되게 굴어도 돼. 그런데 오빠 몸은 망치지 마, 제발. 요즘 매일 술만 마신다며? 그룹 일은 더더욱 신경도 안 쓰고... 이러다간 오빠 몸 다 상해. 그분이 알게 되시면...”“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사도현은 마치 심기가 불편한 맹수처럼 눈빛에는 음산한 기운이 뿜어나왔다.“내가 아직 네 목숨은 남겨준 걸 감사하게 여기고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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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뛰어내리고 싶으면 뛰라고 해, 나랑 무슨 상관인데?”사도현은 표정 한번 안 변하고 냉담하게 말을 내뱉고는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맸다.“그렇지만... 윤설 씨는 수영을 못 하시잖아요, 저도 수영할 줄 몰라요!”도민준은 문밖에서 혼자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다.“큰일이에요! 윤설 씨 상황이 지금 엄청 안 좋아요. 저기요! 누구 없어요? 사람 살려요! 구조대원 거기 없어요?”퀸즈 호텔은 독채 별장으로 되어있었는데 방음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윤설이 뛰어내리는 소리에 호텔 관리자와 손님들이 하나 둘 씩 밖으로 나와 상황을 확인하는 바람에 금세 북적대기 시작했다.“성가시네, 진짜!”사도현은 더는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소음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윤설이 그를 찾아낸 그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해졌을지도 모르겠다.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옆에 놓여있던 반바지를 집어 주섬주섬 입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큰 키를 가진 그는 마치 모델 같았는데 그한테서는 타고난 매력 같은 것이 풍겼다. 그리고 조금은 흐트러진 머리가 그한테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그는 성도윤과 마찬가지로 하늘의 걸작이라고 할 만큼 태어날 때부터 탁월한 아우라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었다.그러니 사도현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밖에 모여 수군대던 사람들은 하나둘 입을 다물었고 자연스레 그한테 길을 내어주었다.도민준은 사도현이 나온 것을 보고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도련님, 드디어 나오셨네요. 얼른 윤설 씨 좀 구해주세요. 구조 요원들이 접근하는 걸 거절해서 지금 도련님만이 윤설 씨를 구할 수 있어요.”“진짜 성가시네.”사도현은 한편으로는 짜증 난다는 듯 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목제 다리를 따라 윤설이 뛰어내린 곳으로 걸어가 두말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윤설은 물속에서 푸드덕대는 바람에 온몸이 다 젖었었는데 구조대원의 접근을 거절하다가 자신한테로 헤엄쳐오는 사람이 사도현인 것을 보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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