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1181 - Chapter 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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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심재경은 말투가 변해서 날카롭게 물었다.“너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네가 뭔데? 응?”그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온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면 그는 안이슬을 원망하고 있다.그녀는 샛별이를 위해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고 그와 다시 잘 지내보는 시도조차 안 하려고 했다.지금까지 본인의 감정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떠나겠다고 한다.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어떻게 괴롭지 않을 수가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안이슬도 당연히 심재경의 마음이 차갑게 돌아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너 꼭 이래야 해? 이런 방식으로?”안이슬의 눈가가 붉어졌다.심재경이 되물었다.“내가 무슨 방식으로?”안이슬이 말했다.“내가 샛별이를 위한다는 거 알잖아.”심재경이 웃었다.“네가 샛별이를 위한다고? 너는 너 자신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네가 정말 샛별이를 위한다면 앞으로 샛별이가 성장할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아이가 완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았겠다. 너는 그냥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샛별이를 떠나는 거야.”그의 말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나는 다른 여자를 찾을 수도 있어. 더 젊고 예쁜 여자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근데 그 여자들은 샛별이의 친모가 될 수 있어? 정말 샛별이한테 잘해줄 수 있을까? 샛별이를 정말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샛별이의 친부가 맞아, 근데 하루 24시간 동안 샛별이를 보고 있을 수 있어? 샛별이 앞으로 생활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야? 내가 다른 여자와 아이가 있어서 샛별이를 더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두렵지 않아?”안이슬은 확실히 이렇게 많은 생각을 못 했다.어쩌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심재경을 믿었다.“그럼 샛별이를 나한테 줄래?”안이슬이 말했다. 심재경은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이렇게 많이 말한 이유는 안이슬이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한 얘기인데 그녀는 아이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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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송연아의 배후에는 반드시 안이슬이 있다는 것을 심재경은 잘 알고 있다. 심재경은 자신이 안이슬을 몰아붙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계속 자신을 가둬두고 그 기억 속에서 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여 송연아가 나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누가 말해도 소용없어.”심재경은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는데 송연아를 보면서 자신의 속마음도 얘기했다.“안이슬이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게 뭔지 너도나도 다 잘 알잖아.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도 이슬은 스스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어. 내가 만약 계속 이렇게 양보하다가는 안이슬은 거기에 갇혀 살면서 누구한테도 마음을 열지 못할 거야. 나는 이슬이가 샛별이를 위해서 세속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길 바라. 내가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송연아는 한참 침묵했다. 심재경의 말이 맞았다.하지만 송연아도 여자이기에 그녀는 안이슬의 입장에 서서 이 일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송연아가 말했다.“이슬 언니가 겪은 일은 언니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어요...”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언니가 걱정하는 걸 나도 이해가 돼요. 언니는 선배가 어느 날엔가 신경이 쓰일까 봐... 선배는 지금 언니를 사랑할지 몰라도 사랑이라는 게 헛되고 실속이 없잖아요...”심재경이 말했다.“나는 그 점을 부인하지 않고 내 마음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도 없어.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는 일 때문에 지금을 포기하려는 거야?”송연아는 심재경의 말이 도리가 없는 게 아니라 생각했다.앞으로의 일은 누가 알 수 있겠는가?단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일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건 틀림없다.송연아가 말했다.“내가 선배와 이슬 언니의 일에 관여한 적 없는 건 두 사람 다 성인이니, 자기의 생각이 있을 테니 다른 사람들은 도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감정이 섞인 일인데 더욱이 선배와 이슬 언니 사이의 감정은 더 복잡하니 다른 사람들은 더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저는 선배 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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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송연아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주요하게 안이슬을 자극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래도 송연아는 안이슬한테 물어봐야 했다.송연아는 모호하게 물었다.“언니 혹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어요?”안이슬은 잠시 멈칫하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채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숨김없이 말했다.“거부감이 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아는 괜찮은 정신과 의사가 있는데 가서 진료받아볼래요?”안이슬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내가 왜 거기에 가?”“이번에 재경 선배를 봤을 때 선배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언니한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더라도 지금의 선배는 언니한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송연아는 안이슬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위로했다.“언니, 급하게 거절하려고 하지 말고 샛별이를 위해서 한번 시도해보면 안 될까요?”안이슬은 침묵했다.송연아는 계속해서 말했다.“언니, 정말 샛별이가 싱글대디 가정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요? 혹은 새어머니와 함께 살게 하고 싶어요?”그녀의 말투는 더 부드러워졌다.“선배의 말이 맞아요. 선배가 얘기하길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현재를 부정하면 안 돼요. 언니 생각은 어때요?”안이슬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심재경의 얘기가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내가 잘못한 거야.”안이슬은 고개를 떨구었다.송연아가 말했다.“아니에요, 언니는 잘못한 거 없어요. 선배도 잘못한 거 없고요. 두 사람의 처지가 다르다 보니 당연히 생각도 다르겠죠.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에요. 누가 맞고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거예요.”안이슬은 웃으며 말했다.“너는 항상 날 위로해주네.”송연아는 안이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제가 말한 건 사실인걸요.”안이슬은 일어서서 창가로 가더니 송연아를 등지고 한참을 말없이 침묵했다.송연아는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안이슬을 따라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 안이슬이 생각의 정리를 끝마칠 때까지, 그녀의 마음이 돌아설 때까지.이번에 송연아는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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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심재경은 조금 의아해서 물었다.“안이슬이 샛별이를 만나려고 일부러 그렇게 얘기한 거 아니야?”“아니에요.”송연아가 대답했다.“제가 보기에는 아니에요. 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이 점을 선배도 잘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심재경이 쓰게 웃었다.“나는 정말 안이슬을 모르겠어.”그때 안이슬이 양명섭과 같이 있을 때부터 심재경이 알던 범위를 벗어났었다.심재경은 처음에 안이슬이 양명섭과 함께 있는 게 자신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후에 두 사람이 진짜 결혼을 했고 감정이 꽤 괜찮을 줄 생각지 못했다.그때야말로 그는 정말 괴로웠다. 마음속에서는 심지어 안이슬에 대해 미운 마음마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후에 그는 또 서서히 깨달았다.만약 그녀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본인이 그녀를 얻는데 굳이 집착할 필요가 있겠는가?아무래도 그때 심재경이 먼저 안이슬을 실망하게 했다. 자기가 무능해서 안이슬의 자신 곁에서 떠나가게 했다.양명섭이 죽은 건 하늘이 그에게 준 한 번의 기회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여 심재경은 이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연아야, 이번에 나는 절대 손을 놓지 않아.”심재경은 단호하게 말했다. 송연아는 심재경을 믿는 말투로 말했다.“선배 믿어요. 선배의 결심도 알고 있어요.”“너는 알지만, 안이슬은 몰라.”심재경은 한숨을 내쉬었다.“언니로서는 확실히 많은 생각을 해야 하죠.”송연아는 안이슬을 편들어 말했다.심재경이 대꾸했다.“너희 둘은 정말 사이가 좋아. 너는 늘 안이슬의 편을 드니까.”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나는 선배 편이기도 하죠.”심재경이 말했다.“나는 안 느껴지는데.”송연아는 일어서서 삐진 척을 하면서 말했다.“그렇다면 저는 먼저 가볼게요.”심재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오랜만에 왔는데 며칠 더 있어.”송연아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심재경은 주소를 송연아에게 주었다.“여기는 나랑 샛별이가 사는 곳이야.”송연아는 그가 준 메모를 받고 얘기했다.“언니는 지금 샛별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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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괜찮은 척했다.“집에 없을 거라고 했는데?”안이슬이 당황해하며 말했다.“나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연아가 얘기했지만, 우리 두 사람 언젠가는 한번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약속하고 만나는 것보다는 이렇게 예고 없이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얘기하지 않았어.”안이슬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렇긴 하네.”심재경은 안이슬을 바라보며 말했다.“창피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우리 둘 사이에는 더더욱 눈치도 볼 필요 없어.”안이슬이 입술을 다시며 알았다고 했다.“샛별이 별로 울지 않아. 새로 온 베이비시터가 비록 친엄마는 아니지만 전문가답게 샛별이 잘 보살펴 주고 있어. 내가 연아에게 그렇게 전달하라고 했던 건 네가 샛별이 때문에라도 여기에 와줬으면 해서야.”안이슬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언제부터 그런 계략도 쓸 줄도 알아?”“이것도 계략이라고 할 수 있나? 난 그냥 네가 나와 샛별이 곁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야. 내가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아. 그래, 나 이기적인 거 맞아.”안이슬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또 말했다.“제발 나 믿고 너, 나, 샛별이에게 기회를 줘.”안이슬이 고개를 숙이고 아주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응.”“샛별이 아직 깰 시간이 아니니까 거실에 가서 앉아있어, 물 한 잔 따라줄게.”심재경은 말을 마치고 먼저 거실로 나갔다. 베이비시터는 진작에 외출시켰기에 집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안이슬이 나와 소파에 앉자, 심재경은 물 한 잔을 가져다주고 맞은 편에 앉았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조금 어색했는데 심재경이 먼저 말을 꺼냈다.“샛별이 운다고 해서 많이 걱정했지?”안이슬은 솔직히 걱정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너, 예전에는 안 그랬었는데.”안이슬이 손에 물컵을 꼭 쥐고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다 변하나 봐.”“누구든 많은 일을 겪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성숙하면서 성격도 어느 정도는 변하겠지. 나 예전에 너무 철이 없었지? 그래서 너에게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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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안이슬은 심재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의 표정이 조금 변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물었다.“신경 쓰여? 그 사람은 내 과거야. 우리가 같이하려면 시시각각 내 과거를 직면해야 할 거야? 정말 충분히 생각했어?”심재경이 대답했다.“난 명섭 씨가 신경 쓰이는 게 아니고 네가 샛별이를 지우려고 했다는 게 놀라워. 나를 그렇게 하찮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안이슬이 말했다.“명섭 씨가 그러면 안 된다고 나더러 낳으라고 했어.”이번에는 심재경을 떠보려는 게 아니라 그에게 양명섭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알아.”...다음 날.송연아와 안이슬은 함께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갔다.안이슬이 말했다.“어제 재경 씨를 만났어.”송연아는 놀라하지 않고 물었다.“기분이 어땠어요?”안이슬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많이 변한 것 같아.”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좋게 변했어요? 나쁘게 변했어요? 예전의 선배가 좋아요? 아니면 지금의 선배가 좋아요?”“달라.”예전의 심재경은 해맑았고 두 사람 모두 의학을 전공했기에 공통 화제가 많았다면, 지금의 심재경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고 또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송연아가 말했다.“역시 사람은 많은 일을 겪으면 성숙해지나 봐요.”안이슬도 동의했다.“그런가 봐.”심재경이 처음부터 그랬더라면 두 사람 사이에 이렇게 많은 갈등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나 혼자 들어갈게.”안이슬이 말하자,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결정을 존중했다.“여기에서 기다릴게요.”“그래.”안이슬은 대답하고 문 앞으로 걸어가 노크했다. 안에서 들어오라고 하자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밝고 소박했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책 몇 권이 놓여 있고 안경을 쓴 젊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아주 다정하게 물었다.“안이슬 씨에요?”안이슬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에 앉으세요.”안이슬이 자리에 앉자, 정신과 의사가 말했다.“안이슬 씨, 상황은 송 선생님한테서 얘기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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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안이슬은 부정했다.“아니에요.”“그럼 이슬 씨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해요?”진짜로 대답하라고 하니까 그녀는 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의사를 바라보기만 했다.“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 일은 이슬 씨가 원해서 겪은 것이 아니잖아요. 아닌가요? 이슬 씨는 강제로 당한 거고 피해자예요. 따라서 당신은 여전히 순결한 거예요. 이것은 자신도 꼭 인지해야 해요.”안이슬은 의사의 말을 듣더니 조금 명쾌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껏 그녀는 자기가 겪은 일만 생각했지, 강요당했고 피해자라는 생각은 안 했었다.“이슬 씨는 본인을 도덕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거예요. 그 감옥은 이슬 씨가 만든 거예요. 사실 이슬 씨가 겪은 일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슬 씨가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모두 이슬 씨의 과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가슴 아파하고 걱정할 뿐입니다.”안이슬도 확실히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느꼈다. 양명섭의 동료들도 많은 관심을 보냈고 또 송연아는 그녀가 제일 힘들어할 때 오랫동안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격려하고 위로해 줬다.“이슬 씨는 삶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해요?”의사가 묻자, 안이슬은 대답할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에요.”안이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스스로를 기쁘게 해요?”“네. 사람은 살면서 어차피 인생의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만 인생이 길거나 짧거나 할 뿐입니다. 그러니 그동안 행복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말씀은 맞지만, 세상을 혼자 사는 게 아닌지라 누구든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잖아요.”안이슬은 사람이 세상에서 살면서 다른 사람의 눈길을 무시하고 혼자만 기쁘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가족, 애인, 친구 모든 걸 감안해야 하잖아요?”의사가 웃었다.“네, 맞아요.”“그런데 저한테 불가능한 걸 하라고 하세요?”안이슬이 물었다.“네, 그런 고려해야 할 대상이 많기 때문에 입장을 바꿔보시라는 거예요. 이슬 씨가 한 얘기도 다 맞아요. 그런데 이슬 씨는 본인 삶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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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안이슬이 말했다.“이제부터 샛별이는 내가 돌볼게.”심재경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우선 들어와.”안이슬이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이사할 거야?”심재경이 되물었다.“넌 어디가 좋아? 여기가 좋아? 아니면 원래 살던 데가 좋아? 어차피 여기도 내 부동산이니까 네가 좋은 대로 하자.”비록 원래 살던 데보다는 작지만 조용하고 아늑했다.“여기 좋아.”심재경이 웃었다.“나도 여기가 좋아.”그때 베이비시터가 샛별이를 재우고 나왔는데 심재경이 물렀다.“저 잠깐 보시죠.”베이비시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갔다. 심재경은 그녀에게 미리 준비해 둔 큰 봉투를 건넸다.“그동안 제 딸을 잘 보살피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가 돌아와서 베이비시터는 이제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베이비시터가 봉투를 받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심재경이 말했다.“선생님은 아주 책임감 있는 좋은 베이비시터여서 꼭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실 겁니다. 여기 많지는 않습니다만, 저희 마음입니다.”“대표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월급을 이미 많이 주셨습니다.”“선생님도 제 딸 잘 보살펴 주셨잖아요.”“따님 너무 귀엽습니다.”몇 마디 더 얘기하고 심재경은 베이비시터를 배웅했다. 심재경은 문을 닫고 돌아서서 안이슬에게 물었다.“짐은 안 챙겼어?”안이슬이 말했다.“안 가져왔어.”“나와 같이 가지러 갈까?”안이슬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다시 시작하고 싶어.”모든 걸 다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심재경이 말했다.“그래, 잘 생각했어. 샛별이 깨면 같이 나가서 사자, 내가 사줄게.”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샛별이는 쉽게 깨어나지 않고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있어서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있었는데 할 말을 다 하고 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한창 그러고 있다가 안이슬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오늘 회사 안 가?”심재경이 고개를 저었다.“안 가.”“나 점심 준비할게.”안이슬이 말하며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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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안이슬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안이슬은 필요한 야채와 고기들을 찾아 꺼냈다.“우선 놔. 이러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못 해.”심재경이 야채들을 건네받았다.“내가 씻을게.”그는 채소들을 싱크대에 넣고 물을 틀었다.“나도 요리하는 걸 배워야겠어. 그래야 네가 힘들지 않지. 아니면 가정부를 고용할까? 그런데 집에 외부인이 있는 거 좀 불편할 것 같은데...”심재경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걸 안이슬은 듣고만 있었다.“왜 아무 말도 없어? 내가 말 잘못했어?”심재경이 물었다.“아니야. 재경 씨 말이 맞아. 집에 외부인이 있는 거 불편해.”안이슬이 서둘러 대답했다. 심재경은 그러다가 다시 또 말을 뒤집었다.“안돼. 우리 샛별이까지 있어서 집안일이 더 많아질 거야. 너 혼자면 너무 힘드니까 가정부를 구해서 집안일을 분담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 아직 요리하지 못하니까 요리하는 사람도 있어야겠어.”안이슬이 말했다.“재경 씨가 알아서 해.”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구할게.”“나이가 젊은 사람으로 찾아.”“...”‘지난번에 비비안을 보낸 것 때문에 화가 난 건가?’심재경은 목을 잡으며 어색하게 웃었다.“지난 과거는 신경 쓰지 마.”안이슬이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알았어.”안이슬이 밥을 짓고 심재경은 씻은 채소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원하는 모양으로 잘랐다.“우리 감자볶음을 해 먹자.”매일 감자로 요리조리 볶아 먹으니, 맛있고 좋아하던 요리도 질리는 것 같았다.“오늘은 감자으로 먹자.”안이슬이 소고기를 썰며 말했다.“감자와 당근 그리고 소고기 양지를 넣고 같이 조림하는 거야.”심재경이 말했다.“난 네가 만드는 건 다 좋아.”“방금 감자볶음 먹고 싶다고 했잖아?”“그건 다음에 먹으면 되지.”“농담이야.”심재경은 고개를 들고 안이슬의 옆얼굴을 올려다봤는데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순간 심재경은 행복해하며 안도의 심호흡을 했다.‘그래,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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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샛별이는 포도 같은 눈을 동그랗고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었다. 심재경은 자기 아이를 어떻게 봐도 예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여 볼에 뽀뽀했다.“아가야, 얼른 크자.”“걔가 크면 재경 씨는 늙는데.”안이슬이 요리를 식탁에 가져다 놓으며 말했다. 심재경은 고개를 돌려 진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슬아, 샛별이 커도 우리 함께 있을 거야, 맞지?”안이슬은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몰라.”비록 지금은 화목하게 지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한평생 살다 보면 너무나 많은 의외의 일들이 생기지 않는가. 심재경도 자기가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금방 좋아졌는데 너무 멀리 생각하고 있었기에 안이슬의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힘든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조금 지나자, 식사가 다 준비되었다. 안이슬은 수저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심재경은 샛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었는데 배고팠는지 울려고 하다가 지금은 즐겁게 먹고 있다. 안이슬도 모든 걸 끝내고 샛별이 보러 왔다. 샛별이는 눈을 감고 졸리는 것 같았는데 입은 여전히 힘 있게 분유를 먹고 있었다. 너무 힘들었는지 땀도 나고 얼굴도 빨개졌다.심재경이 말했다.“먼저 먹어. 난 샛별이 좀 있다가 먹을게.”“안 급해. 샛별이 재우고 같이 먹으면 돼.”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30분 정도 지나자, 샛별이는 잠이 들었는데 심재경이 방에 데려가 침대에 내려놓자,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심재경은 아직 손을 샛별이 등에서 빼지 않았기에 허리를 굽혀 계속 안은 자세로 토닥거렸다. 그러자 샛별이는 다시 눈을 감았고 잠시 후 고른 숨소리가 들리자, 심재경은 부드럽게 팔을 빼냈다. 샛별이는 입술을 꿈틀거리더니 이번에는 깨지 않고 계속 잤다. 샛별이가 다시 깨지 않자, 심재경은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었다. 그는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딸이 곤히 자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살금살금 방을 나왔다.안이슬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심재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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