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921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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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그래?”강지혁은 수중에 있는 가위를 보더니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방금 그 순간, 그는 그녀라면 기꺼이 목숨을 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미친 게 틀림없다.한 번도 여자에게 자신의 목숨을 줘도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의 죽음은 오직 그가 결정하는 것이니까. 애초에 그녀와 헤어진 것도 그렇게 될까 봐 겁이 나서 아니었나?그런데 왜 헤어진 마당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그의 침묵 때문에 임유진이 뭔가 오해했는지 다급하게 해명했다.“너랑 헤어졌을 때 확실히 힘들고 고통스럽긴 했어도 다 지난 일이야. 고작 헤어진 거로 상대를 죽이려는 생각은 안 해.”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다 지난 일이라고 했을 때, 마치 심장에 뭔가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나 죽이고 싶단 생각 한 적 없어?”강지혁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응, 없어.”“내가 죽는 건 싫다는 뜻이야?”그는 그녀를 꿰뚫어 보듯 집요하게 눈을 맞춰왔다.“죽길 바라지는 않아.”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한들 그것 때문에 강지혁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서로가 모든 걸 잊고 각자의 길을 가기만을 바랐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안 될 것 같지만...“그럼 너는 날 죽일 일도 없겠네?”임유진은 그의 말이 조금 웃겼다. 일단 그의 말은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 S 시 제일 꼭대기에 있는 남자를 고작 변호사 비서 따위가 무슨 수로 죽일 수 있을까.“그건 내가 대답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대답해 줘.”강지혁은 그녀의 답을 원했다.그의 눈과 마주하자 임유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그녀는 입을 달싹이다 한참 뒤에야 ‘응’이라는 한 글자를 내뱉었다.이에 강지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눈가가 예쁘게 접힌 것이 진심으로 기쁜 듯했다.“그 말 꼭 기억해.”그는 다시 수중의 가위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계속 잘라.”머리를 다 자르고 나니 임유진은 손이 다 얼어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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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애착 인형 같은 건가...?임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상념에서 빠져나와 다시 한번 사건 자료에 집중했다.며칠 후면 이재하의 재판이 열리게 된다. 김은아 쪽은 이대로 계속 질질 끌며 배상금을 주지 않을 생각인 듯했다.배상금으로 거의 억 단위의 돈을 주기보다 1년 형을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임유진은 교통사고를 낸 진정한 가해자가 소지혜라는 걸 거의 90% 확신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유력 증거는 잡지 못한 상태다.역시 사고 현장을 다시 한번 둘러보며 증거를 찾을 수밖에 없는 건가? 이거 말고는 현재로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증거를 찾지 못하면 재판에서 이긴다고 한들 이재하 가족은 일 푼도 얻지 못하게 된다.“뭘 그렇게 열심히 봐?”그때 강지혁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강지혁은 어느새 화상 회의를 끝내고 그녀의 곁에 와 있었다.그는 허리를 숙이고 한 손으로 책상을 지탱한 채 그녀가 보고 있던 사건 자료를 바라보았다.“사건 좀 보는 중이야.”“정말 그 작은 로펌에서 변호사 비서로 계속 일할 거야? 내가 좀 도와줄까?”강지혁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아예 로펌을 세워줄게. 그러면 너는 변호사 자격증도 있으니까 남들 보조가 아니라 네가 직접 사건을 받을 수도 있게 돼.”“괜찮아. 지금은 일단 경력을 쌓고 싶어.”“그래서 거절하려고?”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공기도 덩달아 무거워진 듯했다.임유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강지혁, 나한테 뭘 자꾸 해주지 않아도 돼. 네가 언니랑 윤이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고마우니까.”그녀는 그에게 기댈 생각이 없다.강지혁이 정말 로펌을 차려준다고 해도 그건 결국 그녀의 것이 아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 같은 것일 테니까. 언젠가 그의 마음이 또 변하게 되면 그것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다.강지혁은 손가락으로 그녀가 입술을 깨물지 않게 입술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왜 계속 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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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임유진은 입으로는 혁이라고 내뱉으면서 마음속으로는 ‘그는 강지혁이다.’를 계속해서 외쳤다.“네 앞에서 나는 그저 혁이일 뿐이야.”강지혁은 이 말과 함께 두 팔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그녀의 몸은 그의 향기로 감싸졌다. 임유진의 눈은 어둡게 가라앉았다.강지혁은 더 이상 혁이가 될 수 없다. 헤어짐을 입 밖으로 냈을 때 그녀의 혁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으니까....호텔 방 안.이경빈은 지금 공수진과 통화를 하고 있다.“내일 갈 거야. 인터넷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경빈 씨, 대체 무슨 일인데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요? 따지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무슨 일인지는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공수진의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줘야 할 것처럼 가녀렸다.“돌아가면 다 얘기해줄게.”이경빈은 전화를 끊은 뒤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그는 요즘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탁유미와의 과거 추억들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녀의 미소, 그녀의 눈물, 임신했다며 외치던 그녀의 모습과 그에 자신이 어떻게 답했는지 그리고 얼마 전 그녀를 찾아가 자신의 애를 낳으라고 했을 때 날카로운 유리잔으로 망설임 없이 배를 찌르던 모습까지...그녀에게는 이미 그의 피가 흐르는 아이가 있었다. 청각 장애가 있는 아이, 윤이.윤이와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리자 이경빈은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그때 그는 아이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에 윤이는 그와 닮은 두 눈으로 멀뚱히 바라만 보다가 열심히 손으로 휘적거리며 애써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오는 건 옹알이와 비슷한 말뿐이었다.아이가 청각장애인 걸 알아채자마자 밖에서는 냉혈한이라 불리던 그가 어쩐 일인지 동정이라는 걸 했다.하지만 그 아이가 자기 아들이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이경빈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외투를 들고 방을 나섰다.거실에 있던 부하는 그가 나가려고 하자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대표님, 이 시간에 어디 가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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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아저씨!”윤이는 활짝 웃으며 그를 불렀다. 그리고 이경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탁유미 엄마도 화장실에서 나왔다가 이경빈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단번에 창백해졌다. 서둘러 손자를 데려오려고 했지만, 이경빈의 싸늘한 시선과 마주하고는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이경빈은 탁씨 집안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그때 탁유미 엄마는 그에게 재판에 서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싸늘한 한마디만 남기고 그녀를 내쫓았다.“이건 탁씨 집안이 이씨 집안과 공수진에게 진 빚입니다. 솔직히 고작 몇 년간 옥살이하는 것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아시겠습니까?”탁유미는 엄마가 무서워하는 걸 느끼고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탁유미 엄마는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는 듯했다.“이경빈, 할 말 있으면 나랑 밖에서 해.”이경빈은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너 찾으러 온 거 아니야.”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윤이와 시선을 맞추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윤이 너는 탁 씨가 아니고 이 씨야.”그 말에 탁유미는 그가 뭐하러 왔는지 단번에 깨달았다.‘안 돼! 말하지 마!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이대로 윤이가 알아버리면...!’그녀가 아들의 귀를 막으려고 재빠르게 다가왔지만 한발 늦었다.이경빈의 청량한 목소리가 그의 입을 뚫고 나와 이 작은 방에 울려 퍼졌다.“내가 네 아빠야.”“아니야!”탁유미는 윤이의 곁으로 다가와 그를 노려보았다.만약 이경빈이 윤이의 팔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쯤 윤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을 것이다.“유전자 검사 보고서라도 눈앞에 대령해야 인정할래?”이경빈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윤이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이경빈을 한번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탁유미를 바라보았다.“엄마, 아빠는 하늘나라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아저씨가 내 아빠라고 그래요?”탁유미는 입술을 깨물었다.대체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네 아빠는 한 번도 너를 원한 적 없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심지어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윤이는 이 세상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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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그럼 앞으로 아빠도 우리랑 같이 사는 거예요?”아이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갈망이 묻어있었다. 평소 보는 애니메이션 속의 가족들은 모두 함께 살았으니 말이다.이경빈이 그런 아이를 보며 뭐라고 얘기하려는 찰나 탁유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윤이야, 아... 빠는 바쁜 것 같으니까 이만 잘 가라고 인사할까?”그녀는 아빠라는 두 글자를 힘겹게 입에 올렸다.“아빠는 오늘 우리랑 같이 안 있어요?”윤이가 실망한 듯 풀이 죽은 얼굴로 물었다.“집이 너무 작아서 아빠는 들어올 수 없을 것 같네.”탁유미는 이경빈에게 제발 그가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서 줬으면 하는 간절함을 담아 눈빛을 보냈다.이경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하려던 말이 그녀의 눈빛 때문에 목구멍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대체 왜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거지?!지금 눈치를 봐야 할 건 탁유미 쪽이 아닌가!하지만 결국 이경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 윤이야, 아빠한테 잘 가세요 하고 우리는 이만 자자.”아이는 그녀의 말대로 이경빈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한번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이에 탁유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탁유미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씻으러 화장실로 간 뒤 탁유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경빈, 너랑 내 사이가 어떻든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쓸데없는 말 하지 마.”“어차피 알게 될 건데 조금 더 빨리 알게 된다고 해도 다를 것 없잖아.”이경빈이 차갑게 대꾸했다.“너 지금 이러는 거 복수 때문이잖아. 이참에 한번 물어나 보자. 3년 형으로도 부족하고 내가 내 배를 찌른 것도 부족하면 대체 네가 원하는 건 뭔데?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복수를 끝낼 수 있는 건데? 팔이나 다리라도 잘라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래야 네 마음이 풀려?”탁유미는 하루라도 빨리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다.이경빈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점점 더 표정을 굳혔다.“팔과 다리? 고작 그 정도로 될 것 같아? 나는 윤이를 네 곁에 둘 생각 없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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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이경빈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아까 탁유미가 잡았던 팔을 매만졌다.두 사람이 다시 만난 뒤로 탁유미가 먼저 잡아 온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팔을 잡혔을 때 그녀의 손 떨림이 여실히 느껴졌다. 게다가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살갗이 닿았을 때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녀의 손이 마치 산 사람이 아닌 것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다.이경빈은 어느새 또 탁유미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를 동정해서는 안 된다. 아이는 반드시 이씨 집안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임유진은 한시라도 빨리 단서를 모으고 싶은 마음에 홀로 가해자 차량 궤적을 따라 CCTV가 없는 그 도로에 도착했다.그리고 이곳에 오기 몇 분 전에는 인터넷에 글까지 올리며 사고 당시 시간대에 CCTV가 없었던 구간을 지나간 차량이 있는지, 혹 블랙박스에 뭔가 찍힌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하지만 당연하게도 연락을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꽤 시간이 흘렀고 만약 정말 찍혔다 하더라도 데이터가 지워졌을 수도 있다.게다가 임유진이 쓴 글을 마침 그 도로를 지났던 사람이 볼 확률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았다.임유진은 도로를 거닐며 혹시라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CCTV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물론 이 작업도 경찰 쪽에서 이미 다 한 것이라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그녀는 거의 1분에 한 번꼴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러다 드디어 그녀의 글에 답변을 단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그날 그 시간대에 확실히 그쪽을 지나쳤고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두 여자가 내린 것을 봤다며 임유진의 연락처를 물었다.임유진은 이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이건 행운인 걸까? 정말 증거를 잡은 걸까?!그녀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건넜다. 그러자 1분도 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아보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이’님 맞으세요?”‘진이’는 임유진의 닉네임이었다.“네, 혹시 ‘강산’님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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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네,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임유진은 활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다!만약 소지혜가 진정한 가해자라는 게 밝혀지고 그녀가 재산을 옮기는 것까지 미리 막아버린다면 이재하는 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임유진은 그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10분이 거의 다 되어갈 때쯤 흰색 봉고차 한 대가 그녀 쪽으로 다가오더니 이윽고 그녀 앞에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진이’님 맞아요?”임유진의 시선이 운전석에 있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그 남자 역시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얼굴에는 마스크까지 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채더니 단번에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리고 차 문은 쾅 하고 닫혔다.“출발해!”남자가 운전석을 향해 외치자 차에 시동이 걸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역시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임유진은 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방금 그녀가 있던 곳은 CCTV가 없는 곳이다. 그리고 상대방도 아마 그 점을 알고 이렇게 당당하게 유괴를 했을 것이다.“그 여자 허튼짓 못 하게 꽉 잡아.”운전석 남자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도착하기 전에 재미 좀 봐도 되지?”임유진을 제압한 남자가 변태 같은 얼굴로 물었다.“죽이지만 않으면 돼. 지시 사항에는 그 여자를 당분간 병원 신세 지게 하면 된다고 했으니까.”지시 사항?!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인가?임유진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더러운 손으로 그녀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열심히 발버둥 쳐봤지만 소용없었다. 두 손은 남자에 의해 묶여있었고 얼굴은 여러 번 맞은 탓에 입가에는 피까지 흘렀다.“돈 때문이면 내가 더 줄게요.”임유진은 침착하게 말을 내뱉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냉정해야만 살 수 있다.“돈? 변호사 비서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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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좋아. 대신 번호만 부르라고 하고 전화는 네가 걸어. 저 여자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으면 바로 팔을 부러트려.”운전석 남자가 무서운 말을 늘어놓았다.이에 임유진는 잠깐 두려움이 스쳤다가 이내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적어도 지금은 잘만 하면 살 수 있을 테니 감옥에 있을 당시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감옥에 있을 때는 아무리 애를 써봐도 매를 피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맞을 때마다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임유진에게 번호를 부르라고 했다. 임유진은 강지혁의 번호를 알려주었다.생각해보면 지금처럼 웃기는 일도 없다. 강지혁에게는 그렇게 철벽을 치며 심지어 마음속으로 강지혁은 혁이가 아니라고 외치면서 막상 이런 순간에는 결국 강지혁에게 기대고 만다.그때 전화가 연결되고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임유진이 부른 번호는 오직 임유진만 알고 있는 번호였다. 하지만 강지혁의 휴대폰에 보이는 번호는 그녀의 것이 아닌 낯선 번호였다.“설마 동생한테 전화한 거야?”남자는 임유진이 자기를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해 발끈하며 외쳤다.“아니에요. 난 동생 같은 거 없어요. 이건 그냥... 일종의 플레이 같은 거예요.”임유진이 다급하게 해명했다.“X랄도 가지가지 하네.”강지혁은 그들의 대화로 단번에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챘다.“너 누구야?”“네 여자 지금 우리 손에 있거든? 살리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내 계좌로 20억 이체해.”“그러지.”강지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대신 그 여자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가는 단 1푼도 못 받을 줄 알아.”“돈이나 준비해 놓고 그딴 소리를 해!”“다시 한번 경고하는 데 그 여자 건드리지 마. 만약 내 말 어기면 고통밖에 없는 인생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게 해줄 거야.”그의 싸늘한 음성에 남자는 순간 손이 떨려와 하마터면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릴 뻔했다.“목소리 들어야겠으니까 바꿔.”남자는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두 손이 묶여있는 임유진 앞으로 휴대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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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강지혁이라면 분명히 그녀를 무사히 구출해 줄 테니까.임유진은 이런 생각을 한 자신이 기가 막힌 지 자기도 모르게 쓰게 웃었다.뭐든 혼자 하겠다고 결심해놓고 결국에는 또 그에게 기대게 된다.그들의 차량은 계속 P 시 쪽으로 달렸고 곧 있으면 S 시를 벗어나게 된다. 임유진은 강지혁이 무슨 생각인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이제 곧 톨게이트 쪽을 지나가려 할 때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뭐야, 왜 서?”남자가 운전석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운전석 쪽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들려오지 않았다.남자는 결국 혀를 한번 차더니 임유진을 향해 얌전히 있으라는 명령을 한 후 상반신을 앞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머리를 운전석 쪽으로 내밀어 바깥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남자의 몸도 운전석 남자처럼 굳어버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체 뭘 본 거지?임유진은 손이 묶인 채 시트에 눕혀져 있어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그때 누군가 밖에서 확성기로 말을 걸어왔다.“너희들은 이미 포위됐다. 저항할 생각하지 말고 순순히 잡히는 게 좋을 거다.”임유진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강지혁의 지시인 걸까?그때 굳게 닫혔던 차 문이 열리고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신속하게 남자 두 명을 차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경찰들 뒤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강지혁이다!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강지혁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마치 누구 한 명 죽일 기세로 얼굴을 굳혔다.“아무도 이쪽으로 오지 마!”강지혁은 반대편을 향해 별안간 그렇게 외치더니 차 안으로 들어가 묶여있던 그녀의 손을 풀어주고 자신의 외투도 벗어주었다.“둘 중 누가 이랬어? 아니면 둘 다야?”강지혁은 부어오른 임유진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조금 전에 몇 대 맞은 것이 벌써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임유진은 긴장이 풀린 건지 그제야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마스크 안 한 남자가 이랬어.”“그리고 다른 데는 다친 곳 없어? 혹시 저놈들이 너한테...”“괜찮아! 그냥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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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이 남자가 바로 그 돈줄인 건가?대체 얼마나 대단한 남자이기에 경찰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강지혁의 시선이 마스크를 안 한 남자 쪽으로 향하더니 뒤에 있던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내가 가면 손버릇이 더러운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려줘.”“네, 알겠습니다.”부하들은 눈앞에 남자는 이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겠다는 생각에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마스크 안 한 남자는 그 말에 한기를 느끼더니 강지혁이 임유진을 안고 옆에 주차된 벤틀리에 올라타려 하자 돌연 큰소리로 외쳤다.“당신 정체가 뭐야? 그리고 그 여자는 정말 변호사 비서 맞아?”돈줄이라는 남자가 절세미녀도 아닌 여자 때문에 이런 소동을 벌인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그리고 단순히 돈 되는 일을 받았을 뿐인데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지혁은 이미 임유진과 함께 차에 올라탔고 벤틀리는 유유히 현장을 벗어났다.차 안에서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고마워.”오늘은 강지혁이 아니었으면 분명히 끔찍한 결과를 맞았을 것이다.“그 상황에도 침착하게 나한테 연락을 다 했네. 잘했어.”강지혁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말을 이었다.“너한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 누구 생각나는 거 있어?”임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이 원한을 품었을 수는 있을 테지만 이 정도 악랄한 수단을 쓸 사람은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벌써 두 번째야.”“뭐가?”임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저번에 단지 앞에서도 너 해치려는 놈들이 있었잖아.”“같은... 사람의 짓이라는 거야?”“조사해 보면 알겠지.”강지혁은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시 부드러운 얼굴로 돌아왔다.“많이 아파?”“조금. 하지만 참을 만해.”볼이 따끔하게 아파 왔지만 감옥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었다.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피 나? 티슈로 닦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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