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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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유남준의 낯빛은 별로 수그러지지 않았다.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박민정이 물었다.“출근한 거 아니었어요?”그러자 그의 잘생긴 얼굴에 불쾌한 내색이 더 훤히 드러났다.집밖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출근은 무슨.“오늘 출근 안 해도 돼.”“아, 그래요? 그럼 푹 쉬어요.”박민정이 일어나자 유남준은 그의 앞을 떡하니 가로막았다.“뭐 할 말 더 없어?”어젯밤 일이 떠오른 박민정은 서둘러 대답했다.“없어요. 나 일해야 되니까 이만 나갈게요.”말을 마치고 방을 나가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품에 꼭 감싸 안았다.그의 목울대가 약간 울렁였다.“민정아. 기억해, 난 유남우가 아니야. 또한 영원히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없어.”박민정이 멈칫하며 그를 올려다봤다.“다 기억해 낸 거예요?”“아니.”그의 큰 손바닥이 박민정의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네가 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거 싫어, 난.”박민정은 그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그저 잠시 말실수한 거예요.”“그래? 그래야 할 거야.”유남준의 말에는 경고의 의미가 다분했다.그의 말투가 왜 갑자기 이리 퉁명스러워졌는지. 박민정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유남준의 휴대폰이 울렸다.그가 전화를 받는 틈을 타 박민정은 재빨리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방에서 나온 뒤, 그녀는 얼른 작업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품 안이 텅 비자 유남준은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대표님, 대표님이 살고 계신 집 밖에 최근 자꾸 수상한 놈들이 기웃거리는데 오늘 드디어 한 놈을 잡아서 족쳤더니 사모님께서 보냈다고 합니다.”저편에서 경호원이 보고했다.유남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보냈대?”“아이 하나 감시하라고 했다는데요.”아이라...지금 이 집에 아이라곤 예찬이밖에 없는데, 고영란이 왜 예찬이를 감시하라고 했을까.잠깐 생각하다 유남준은 휴대폰으로 지시했다.“그놈 어머니 앞에 내다 버려.”...유앤케이.온몸에 두들겨 맞아 피멍이 든 한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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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호산그룹.유남우가 사람을 보내 윤소현을 배웅하게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비서 홍주영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진짜 저 여자랑 약혼하실 거예요?”윤소현이 비록 이력 상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지만 오만하고 도도한 데다가 지나치게 공리주의적인 성품을 지녀 유남우한테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라고 홍주영은 생각했다.컵에 담긴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유남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이제 나이가 찼으니 결혼 해야지.”그와 같은 나이면 진작에 결혼해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고도 남는다.“하지만 결혼을 목적으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결혼하는 건 너무...”“가서 일해.”홍주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홍주영은 분에 겨워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하는수 없이 떠나갔다....약혼식 청첩장은 금방 하객들한테 전달되었고, 유남준도 물론 받게 되었다.한창 일 하고 있던 유남준은 서다희가 유남우와 윤소현의 약혼식 소식을 알리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이 없었다.“안 간다고 할까요?”유남준이 그의 친동생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서다희가 제안했다.“약혼한다는데 당연히 참석해야지.”유남준은 며칠 전 박민정이 자신을 보며 유남우의 이름을 불렀던 일을 떠올렸다. 유남우의 약혼식에서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는 궁금했다.집에 돌아가자 유남준은 청첩장을 박민정한테 내밀었다.예기치도 않은 소식에 박민정은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슬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왜 나한테 이걸...”“우린 부부니까 당연히 같이 참석해야 할 거 아니야.”박민정은 듣자마자 거절하려고 하는데, 곁에 있던 은정숙이 입을 열었다.“네가 형수님인데 참석하는 게 예의상 맞는 거야.”은정숙이 웬일로 유남주의 편을 드는지 박민정은 얼떨떨했다.“알겠어요. 그럼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녀가 이리 쉽게 승낙할지는 유남준도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이왕 선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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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바보야, 그렇게 신통한 의사가 어딨어.”박민정이 농담한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는 은정숙은 그녀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난 너무 오래 살고 싶지 않아. 늙은이야, 오래 살아봤자 젊은 사람의 미움이나 받지. 이만큼 산 것도 충분해.”박민정은 눈시울이 젖어 들었으나 애써 눈물을 삼켰다.“무슨 말씀이에요... 살아 계셔서 예찬이랑 윤우가 자라는 모습도 지켜보고 결혼해서 애 낳는 것도 보셔야죠. 그러면 외증조할머니가 되시는 거예요.”그녀의 말을 들으며 은정숙은 눈에 희망이 어렸다. 그때까지 살 수만 있으면 너무나 좋으련만 자신이 몸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친딸보다 더 친한 아이를 얻게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유일하게 시름이 놓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박민정을 혼자 두고 떠나는 것이었다. 은정숙은 며칠 전부터 유남준이 일부 기억을 되찾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빚을 졌다는것도 거짓말이거니와 그가 박민정의 곁에 남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아챘다.비록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내고 있지만, 박민정이 구했다는 해외 전문가도 유남준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걸 알고 있다.그 일을 제외한 다른 일에서도 유남준이 정말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응, 그래. 내가 오래오래 살아서 애들이 결혼하는 걸 지켜보마.”“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럼 전문가분들한테 모레 오라고 할게요.”“그래.”박민정은 그제야 안심하고 은정숙이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다 방을 나와 전문가한테 연락을 취했다.그녀가 나간 후 누군가 또 방문을 두드렸다.은정숙은 눈을 떴다.“들어와요.”유남준이 방안에 들어섰다.“고마워요, 아주머니.”그는 누구한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 적이 드물었다.은정숙이 그를 대하는 낯빛은 여전히 그리 좋지 않았다.“고맙다는 말은 넣어둬요. 유남준 씨를 도우려는 게 아니니까.”박민정이 유남준한테 일말의 감정이 남아 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고, 유남준도 변했기에 그녀가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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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유남준의 준수한 외모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잘생기니까 참 좋네. 눈이 멀어도 스폰해 주는 사람이 있고.”“여자가 스폰해 준다고 어떻게 단정해? 저 여자도 예쁘게 생긴 거 같은데.”“그것도 그렇네? 그럼 남자가 여자를 스폰해 주는 건가? 아니, 굳이 왜 장님한테?”물건 사는 여자 몇 명이 조심스럽게 의논하고 있었다.그녀들의 대화가 유남준의 귀에 속속들이 박혀 들어왔다. 말끝마다 장님, 장님 하는 통에 유남준은 온몸으로 찬 기운을 내뿜었다.“민정아, 나 잠시 나갔다 올게.”“내가 도와줘요?”“아니, 괜찮아.”유남준은 혼자 나가기로 했다. 길은 다 기억하고 있지만 사람과 부딪힐까봐 걱정이었다.이때 매장 여직원이 얼른 유남준의 곁에 가서 부축하며 홀딱 반한 얼굴로 물었다.“손님, 어디로 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까요?”그러나 그녀의 방글방글 웃는 얼굴은 겨우 3초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홱 뿌리쳤기 때문이다.유남준은 지극히도 불쾌한 어조로 짧게 한마디 했다.“꺼져!”여직원은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매장안은 삽시에 조용해졌다. 박민정도 이쪽으로 눈길을 돌렸다.유남준이 화를 내는 모습은 기억을 잃고 나서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얼른 다가가서 바닥에 주저앉은 여직원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죄송해요. 이 사람이 낯선 사람이 만지는 걸 싫어해요.”여직원은 유남준의 사나운 반응에 놀라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아, 네. 괜찮아요.”그제야 박민정은 유남준의 팔을 잡으며 비난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이든 말로 하면 되지, 왜 여자를 밀치고 그래요?”방금 여직원한테 팔이 잡혀 속이 엄청 불편한 데다가 박민정이 이렇게 얘기하니 유남준은 더 화가 치밀어올랐다.“난 밀친 게 아니라 그저 손을 뿌리쳤을 뿐이야.”“그래도 좀 신사답게 행동해요, 네?”박민정이 소리를 낮추어 타이르자 유남준은 마지못한 얼굴로 대답했다.“알았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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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윤소현!그 이름을 듣는 순간 박민정은 온몸이 경직되었다.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유남준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왜 그래?”박민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아무것도.”유남준의 미간을 찌푸리며 좋았던 기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네가 가기 싫으면 나 혼자 갈게.”“아줌마가 얘기했잖아요. 내가 형수니까 반드시 가야 한다고요.”유남우의 형수임을 인정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남준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집에 돌아가서 산 선물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박민정은 소파에 쓰러져 휴식을 취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전화를 받아 누군지 묻기도 전에 전화기 저편으로부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 나 남우야.”그 한마디 말에 박민정은 일순 가슴이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이전에 두 사람이 만나긴 했었지만,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관계상 두 사람이 지켜야 하는 선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무슨 일이에요?”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갑자기 입을 열려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만나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유남우가 물었다.전에 박민정을 여러 번 만나고 싶어 했지만 전부 그녀한테 거절당하여 이번에는 직접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자신을 만나기를 원하는지 그도 확실하지 않았다.박민정은 어렸을 때 유남우가 항상 자신을 도왔다는 생각에 거절하기가 미안하여 대답했다.“좋아요.”“그럼 너희 집에서 우회전하고 200미터 되는 곳으로 와. 내가 거기서 기다릴게.”유남우는 박민정이 사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벌써 근처에 와있을 줄 생각지도 못한 박민정은 전화를 끊자마자 외투를 가지고 나갔다.유남준은 서재에서 일을 보느라 그녀가 나간 것을 모르고 있었다. 유남우가 이곳까지 찾아 올 줄은 그도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박민정은 외투를 걸치고 우산을 쓰고 나갔다. 밖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어 눈앞이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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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유남우는 마침내 그녀가 묻자 얇은 입술을 살짝 벙긋했다.“민정아, 너 아주 어릴 때부터 유씨 가문에 왔잖아. 유씨 가문에 쌍둥이가 있다는 거 들었어?”박민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유남준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착각한 건 아닌지 궁금해했을 것이다.하지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진주로 온 이후 가끔 유씨 가문에 드나들었다.남들 입에서조차 유남준이 쌍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나는 심각한 병을 가지고 태어나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햇볕을 무서워해서 어릴 때 거의 모든 시간을 중환자실에서 보냈어. 가족들은 심지어 내가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내 존재를 외부에 알릴 수가 없었어. 상태가 조금 호전된 후에야 유씨 가문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몸이 너무 약해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었고, 너 외에는 거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지.”유남우는 말을 이어갔다.“애초에 내가 형인 유남준이라고 말한 이유는 네가 큰 병을 앓는 나를 싫어할까 봐, 그리고 유씨 가문에서 나 같은 놈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박민정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고초를 깨달았다.“미안해요, 전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일부러 남우 씨를 만나지 않고 모른 척하려던 게 아니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에요. 어렸을 때 남우 씨가 나를 도와주고 곁에 있어 주던 모습 아직도 기억해요.”박민정은 붉어진 눈으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한때 자신을 오빠보다 더 아껴주던 사람과 이런 이유로 멀어진 자신이 갑자기 바보처럼 느껴졌다.유남우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자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그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민정아, 우리 약속 기억해?”박민정은 그를 올려다보았다.“나 돌아오면 결혼하기로 약속했잖아, 기억나?”유남우가 분명하게 묻자 박민정의 몸이 약간 굳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때 그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칼에 찔렸다.그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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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박민정은 멈칫하며 유남우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저 이미 결혼했어요.”당황한 그녀의 눈빛에 담긴 거부감이 유남우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유남우는 목이 메어왔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야 손을 거두었고 그의 눈에는 쓸쓸함이 가득했다.“그럼 우리 앞으로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거야?”박민정은 진정하고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네, 이제 우린 그냥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죠. 약혼식에 저도 참석하러 갈게요.”“알았어,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유남우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더 이상 할 말 없으면 이만 갈게요.”박민정은 눈을 밟으며 다시 걸어갔다.유남우는 차 옆에 서서 그녀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마치 박민정은 깊은 눈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진주.홍주영은 유남우가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자 의아했다.유남우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다.“도련님, 지금 어디예요?”유남우는 차에 다시 앉아 얇은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일이 있어 밖에 나왔어. 오늘은 사무실에 안 돌아갈 거야.”“하지만 오늘 저녁 약속이 또 있는데...”“취소해.”홍주영은 적어도 10년 이상 유남우를 돌봐온 터라, 오늘 그의 목소리 톤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다.“도련님, 고민이 있으면 참지 말고 저한테 말해요.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할게요.”고민이라...유남우의 눈 밑으로 자조 섞인 웃음이 스쳐 지나가며 그는 따뜻하게 말했다.“그런 일 없어. 난 괜찮아. 일이나 해.”그렇게 말한 뒤 그는 전화를 끊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후유증이 많이 남아있어 언제 재발할지 알 수 없었다.이날 유남우는 차를 몰고 돌아가는 대신 박민정의 집이 보이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계속 차에 앉아 저쪽을 바라봤다....한편 박민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주방 쪽에서 음식 냄새가 났다.유남준이 부엌에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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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박민정은 어리둥절했고, 저쪽에서 조석천이 외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아이의 아빠가 누구야? 내가 죽여버릴 거다!!!”뒤이어 꽃병과 가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박예찬도 그 소리를 듣고 급히 말했다.“엄마, 통화 그만해요. 하랑 이모 보러 가야겠어요. 할아버지한테 때리지 말라고 해야죠.”“... 그래.”박예찬은 전화를 끊고 방 안에서 나왔다.조하랑이 배 째라는 식으로 소파에 누워 있고, 조석천은 화를 내며 물건을 깨부쉈다.꽃병을 떨어뜨리긴 했지만 모두 주의를 기울여 딸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아빠, 그만 물어봐요. 애 아빠가 누군지 나도 몰라요. 오며 가며 스치듯 만난 사람이에요.”조하랑이 하품을 했다.“그러니까 나한테 김인우 씨 소개시켜주는 거 그만하고 소개팅도 시키지 마요. 부잣집 도련님이 애가 있는 여자를 받아줄 리 없으니까요.”조석천은 아기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말에 체면이 바닥을 치는 것 같았다.“좋은 건 다 놔두고 나쁜 것만 배우네! 내가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너 오늘 내가 죽인다! 저놈이 누구의 아이인지 모른다고 했지? 모르면 버려야지!”조석천이 손을 들어 조하랑의 얼굴에 내리치려던 순간 박예찬은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조석천의 외투를 잡아당겼다.“할아버지, 엄마 때리지 마세요. 화가 나면 차라리 저를 때리세요.”아이는 당당하게 가슴을 쑥 내밀며 말했고 조석천은 자신의 다리만큼도 크지 않은 아이가 어른스럽게 나서는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렸다.“아가야, 방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는 엄마를 때리려는 게 아니라...”조석천은 잠시 멈칫했다.“그냥 어깨를 두드려주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조하랑을 세차게 두드렸다.조하랑은 눈을 흘겼다. 늘 엄격하기만 했던 아빠가 예찬에게 이렇게 다정할 줄은 정말 몰랐다.“그럼 할아버지, 저를 보내실 거예요?”박예찬의 큰 눈이 조석천을 빤히 바라보았다.조석천이 이렇게 착한 아이를 어디다 버리겠나.“아가, 네가 잘못 들은 거야. 밖에 있는 길고양이를 말한 거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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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박민정은 예전처럼 애교를 부리는 게 아닌 조심스러움이 스며든 박윤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곧바로 설명했다.“엄마가 오늘 너무 바빠서 전화하는 걸 깜빡했어. 미안해, 내일 보러 갈게, 알았지?”이 말을 들은 박윤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정하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괜찮아요, 엄마 바쁘잖아요. 난 병원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굳이 올 필요는 없어요.”예전 같았으면 박윤우는 분명 박민정에게 곁에 있어 달라고 애교를 부렸을 텐데 지금은 예찬이처럼 어른스러워졌다.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유난히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조용히 내일은 꼭 윤우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은 박민정은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그때 눈앞에 키가 큰 인물이 서서 빛을 가리고 있었다.박민정은 살짝 찡그린 채 눈을 떴고, 언제 왔는지 근처에 서 있는 유남준을 보았다.“무슨 일 있어요?”박민정이 의아하게 말했다.“저녁 먹기 전에 정말 산책 다녀온 거야?”유남준이 물었고 박민정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네, 왜요?” “아니야.”유남준은 그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는 자리를 뜨자마자 경호원을 불러 감시카메라를 확인했다.역시나 오늘 주변의 모든 감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그럼 더 멀리 있는 곳을 확인해 봐.”“네.”유남준이 경호원이 알아낸 모든 차량 정보를 받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모두 인근 차량이었고 차 주인의 정보가 나왔다.차량 중 한 대는 유앤케이 그룹 소유였다.유남준은 부하들에게 차량을 구체적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녹화 영상이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유남준은 서다희에게 열어보라고 했고, 차 안에 유남우가 앉아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서다희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지만 유남준에게 유남우의 소식을 전했다.유남준은 아무 말 없이 듣고 전화를 끊었다.박민정은 샤워를 마치고 나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데 방 문을 열자마자 유남준이 방 안에 앉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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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박민정은 그를 상대하기 싫어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을 감싼 채 유남준이 옆에 눕도록 내버려두었다.“여기서 잘 거면 이렇게 자요.”불을 끄고 박민정이 잠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유남준은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다음 날, 박민정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혔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뒤로 젖혀 유남준의 잘생긴 얼굴과 마주했다.박민정은 그가 깨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허겁지겁 그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고, 곧바로 재킷을 입고 일어났다.막 침실 문을 열고 나오니 은정숙도 이미 깨어있었다.어르신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민정아, 이리 와. 얘기 좀 하자.”박민정은 은정숙이 분명 오해한 것 같아 민망했다.은정숙을 따라 방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이렇게 설명했다.“어젯밤에 그 사람이 안 가겠다고 고집부린 거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민정아, 늙은이인 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널 응원할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은정숙이 덧붙였다.은정숙은 어쩔 수 없이 말을 잇지 못했다.“유남준이 정말 변한 것 같으니까 이제 잘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우리 같은 기성세대들은 그래도 부부는 원래 상대가 좋다고 생각해. 게다가 너희는 자식도 있잖아.”박민정은 은정숙의 말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묵묵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생각해 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따 의사 선생님이 오실 테니 좀 쉬고 계세요.”“그래.”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박민정은 의사에게 연락하러 나갔다.그녀가 연락을 마쳤을 때쯤 유남준도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민정아.”박민정은 대꾸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소리도 내지 않고 무시했다.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이 차가워진 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박민정이 외출한 줄 알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고 초인종이 울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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