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812 챕터
제151화
김시후는 고개를 돌려버린 서유를 보자 가슴에 사무치는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그의 몸도 같이 휘청거렸다."정말 이승하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거야? 그래서 나한테 이러는거냐고...""서유야, 내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지 넌 알잖아. 근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말을 하는 김시후의 눈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매정한 서유를 향한 원망이었고 제가 아닌 다른 이를 마음에 품은 것에 대한 원망이었다. 서유는 김시후를 한번 쳐다보더니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그래, 나 이승하 좋아해. 너도 나랑 만났으니까 알잖아. 사랑할 때의 내가 어떤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승하야. 그래서 너한테 여지 줄 생각 없어. 너도 나 좀 그만 놔주면 안돼?"서유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김시후의 가슴에 비수가 되여 꽂혔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휘청거리던 몸도 주체 못하고 더욱 거세게 떨려왔다. 김서하는 화가 난 발걸음으로 한걸음에 서유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쥐여잡고는 입을 맞췄다.강압적인 입맞춤은 예전과 같았다. 하나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유가 더 이상 그 입맞춤에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아무런 반응도 없는 서유를 놓아주고 증오가 서린 차가운 그녀의 표정을 보았을 때, 김시후는 정말 모든 것이 끝났음을 자각했다."언젠가는 네 선택을 후회하게 될 거야."김시후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고 벽에 흔들리는 몸을 겨우 지탱한 채 밖으로 나갔다.그 안쓰러운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유도 코끝이 찡해오며 눈물을 흘렸다.그런 서유를 본 가혜는 분명 아직도 김시후를 잊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까지 모질어야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서유야, 혹시 그때 김시후가 너를 때린 것 때문에 그래?"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일은 그냥 오해였어. 김시후가 그런 게 아니야."이번에는 가혜가 묻기도 전에 서유가 먼저 김시후의 쌍둥이 형에 대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가혜는 오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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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서유는 귤을 받아 입에 넣고 여러 번 씹어봤지만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귤을 삼킬 때는 위산이 역류하는 듯 쓰라린 느낌 때문에 도로 뱉어낼 뻔한걸 가혜가 걱정할까 봐 겨우 참아냈다.아무래도 마음이 뒤숭숭한 가혜가 서유의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는지 고개를 숙이고 사과만 깎고 있었다.다 깎은 사과는 또 서유의 손에 쥐여주었다. 서유는 이번엔 받기만 하고 먹진 않았다. 사과를 침대맡에 놓으며 서유가 물었다."가혜야, 은우 씨 빚은 얼마나 되는지 너한테 얘기했어?""응."가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4천 만원이래."강은우는 4천 만원이라는 큰 빚을 지고 가혜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빚 갚으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린 것이다."은우 돈으로 갚는댔어. 내껀 손도 안 댄다고..."가혜는 서유가 혹시 또 무어라 말을 할까 다급히 한마디 보탰다. 하지만 그마저도 서유가 듣기에는 어이가 없었다.강은우가 해온 신혼집은 대출은 가혜가 갚는데 강은우는 결혼 후에도 경제권을 가혜에게 넘기지 않고 있었다.결혼 후 대출금 뿐만 아니라 평소에 먹고 쓰는 것 까지 다 가혜 월급에서 나간다는 것을 서유가 알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가혜는 결혼 후에 일들은 서유가 걱정할까 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중이었다.화난 서유를 보고 가혜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 하고 나서 은우가 좀 달라진 것 같긴 했어. 여전히 나한테 잘해주긴 하는데 그냥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아. 뭐라고 정확히 말은 못하지만..."강은우가 가혜를 아끼는 것은 그냥 다정한 몇 마디 말 뿐이 아니라 같아 살면서 작은 것 하나에도 다 묻어나 있었다. 퇴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출장 갔다 돌아오면 집안일부터 다 해놓고 밥이나 빨래도 모두 혼자 도맡았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혜를 배려하고 있었다.항상 애정을 갈구하던 가혜가 이렇게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당연히 제 마음을 남김없이 내어주었고 강은우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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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한숨을 쉬는 서유를 보며 가혜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서유를 위로하고 나섰다."에이, 괜찮아. 그거 얼마나 한다고, 내가 술 몇 병만 더 팔면 금방 다시 모을 수 있어."하지만 서유가 어떻게 걱정을 하지 않겠는가. 가혜가 몇 년 동안 집을 사겠다고 어떻게 돈을 모아왔는지 뻔히 아는데. 다 손님들에게 술을 팔아 벌어들인 팁들이었다. 조금 조금씩 힘들게 모아온 돈이었다.서유는 가혜가 그렇게 일하다 몸이라도 상할까 걱정되었지만 가혜는 괜찮다며 말했다."네가 지금 걱정해야 될건 너랑 송사월 그리고 이승하 사이의 문제야. 나는 진짜 괜찮다니까.""나 이제 그 사람들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 이미 끝난 사이야. 나한텐 너만 남았으니까 당연히 너를 걱정하지.""진짜 진짜 괜찮아. 나 아직 젊고 일할 수 있는 나이잖아.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가혜는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은 강은우를 믿고 있었고 또 믿고 싶었기에 이 일을 더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만약 강은우가 정말 자신에게 해선 안될 짓을 했거나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걸 알게 된다면 그땐 아무 미련없이 관계를 끊어 낼 준비가 되어있었다.가혜는 마음이 약했지만 한 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단호했다. 마음에서 떠나버린 것이라면 그게 사람이든 일이든 서유보다도 더 모질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가혜는 서유와 좀 더 얘기를 나누다 밥이라도 해먹여야 겠다며 일어났다. 뭐라도 좀 먹이고 나서 가혜는 또 급히 저녁 일을 하러 나갔다.가혜가 나가자 서유도 점점 차분해졌다. 원래 자신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해 얘기해주려 했는데 지금 가혜는 자신의 상황만으로도 벅찰 것 같아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주서희가 준 특효약이 있는 한 당장은 죽지 않을 테니까.급히 내려간 가혜는 집 아래에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열린 창문 너머로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보였다. 가혜는 한 눈에 그들이 김시후의 사람들임을 알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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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가혜와 시답잖은 말 몇 마디를 나누던 김시후는 다시 서유를 언급하자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지난 몇 년간 서유랑 이승하는 연인보다는 계약으로 묶인 관계에 가까웠어.""근데 서유가 이승하를 좋아했던 건 맞아.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서유는 아직도 많이 힘들어했을 거야."가혜는 숨기는 것 없이 김시후에게 말했다. 가혜도 김시후가 빨리 그 아픔 속에서 헤여나오길 바랬다.모든 일은 김시후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김시후를 잊기 위해 서유가 이승하를 사랑했던 것이니.김시후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더 착잡해졌다. 마음속에 난 구멍이 점점 더 커져가 김시후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한번 놓치면 이번 생엔 기회 없어. 빨리 잊어."가혜는 말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김시후는 시트에 기댄 채 하도 울어 이미 충혈된 눈을 감았다.그때 부산에서 걸려 온 연락을 받은 경호원이 차창을 두드렸다."대표님, 이사장님 전화 오셨습니다."김시후는 마음을 추스리고 핸드폰을 받아들었다.수화기 너머로 낮고 힘 없는 이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시후야, 이제 그만 부산으로 돌아와."김시후는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서유가 살고 있는 그곳을 쳐다봤다.김씨 가문, 그 망할 놈의 김씨 가문 때문에 김시후는 서유를 잃었다.서유가 몸을 판 일로 크게 싸웠을 때 화가 난 서유가 뛰쳐나간 틈을 타 김씨 가문의 사람들이 찾아왔다.그때는 큰형이 아니라 집사가 와서 싫다는 김시후를 억지로 납치해 갔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김시후는 차에서 뛰여내리기 까지 하며 발버둥 쳐봤지만 결국은 예정된 결말이었다.큰형이 말하길 그들은 쌍둥이고 태어날 때 일이 좀 있었는데 작은 아버지가 김씨 가문의 승계권을 탐내 온 가족을 납치했었단다. 그 사이에 사고가 생겨 어머니는 그 자리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되셨다. 그때 유괴범에게 잡혀간 김시후는 2년이 지나서야 양부모를 찾았는데 그들마저 죽자 고아원에 보내진 것이다.큰형은 다행히도 아버지가 목숨걸고 지키신 덕에 살아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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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주서희는 코트를 고급져 보이는 쇼핑백에 넣어 들고는 별장을 나갔다. 서재 문을 여니 석양이 진 하늘의 노을빛이 통창 너머로 이승하의 얼굴에 드리워지며 그의 몸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이승하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고고한 뒷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손가락 사이에 꽂혀있는 담배는 한 눈에 들어왔다.담배 연기가 이승하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어 어딘가 더 고귀하고 신비로워 보이면서 유혹적으로 다가왔다.주서희는 쓰레기통에 작은 산을 이루며 쌓여있는 담배꽁초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전에 알던 이승하는 담배를 피지 않았었는데 언제부터 손을 대기 시작 한건지 이미 제대로 인이 박힌 것 같았다.하지만 주서희는 이승하의 일에 간섭할 수 없었기에 그저 못본 척 하며 손을 들어 노크를 했다."들어와."이승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마치 그 어떤 것에도 감흥이라곤 없는 사람 같았다. 주서희는 쇼핑백을 들고 들어갔다."대표님, 서유씨가 돌려보낸 옷입니다."쇼핑백을 건네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바라본 이승하가 차갑게 말했다."버려."지나치게 담담하게 내뱉는 그 말은 마치 이 물건이 이승하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네."주서희는 짧게 답을 하고는 쇼핑백을 들고 방을 나섰다.주서희는 이승하가 버리라고 할 것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어찌됐든 이승하의 물건은 그녀가 함부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서희가 문 앞까지 걸어가 쇼핑백을 버리려 할 때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들렸다."거기 그냥 둬."주서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지만 이승하는 여전히 그녀를 등지고 서 있었다.여전히 노을 아래에서 가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는 한 모금 한 모금 빨아들이고 있었다."그럼 이 대표님, 전 먼저 병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주서희가 떠난 뒤에야 고개를 돌렸다.서유가 걸쳤던 옷일 뿐인데, 그저 옷 한 벌일 뿐인데, 그 옷 하나가 언제나 단호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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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김시후는 서울을 떠나기 전 서유에게 문자를 남겼다.[나 갈게. 앞으로 귀찮게 하는 일 없을 거야. 잘 지내.]짧은 한 문장에도 서유를 향한 존중이 담겨있었다.문자를 본 서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송사월은 송사월일 때도, 김시후일 때도 서유를 힘들게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알겠다고 답장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제가 한 모진 말들이 상처가 되였을 사람에게 또 여지를 주는 것 같아 감정을 억누르며 핸드폰을 내려놓고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서유는 김시후, 이승하와의 관계를 비소로 완전히 정리했다. 이젠 누구도 서유를 찾지 않을 것이기에 서유는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다.그전에 동아 그룹에 가서 퇴직 절차를 끝내고 가혜에게도 기회를 봐 얘기를 해야 했다.동아 그룹에 도착한 서유는 바로 대표실로 찾아갔다. 금방 돌아온 연지유는 여느 때처럼 다리를 꼬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서유가 들어오는 것을 본 연지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꼰 채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듯 서유를 쳐다봤다."서유 씨, 김 대표님 안 모시고 회사엔 어쩐 일이야?"비꼬는 듯한 말투의 연지유는 서유가 무단결근한 것을 언급하려는 듯 보였다.서유는 이미 일상이 되여버린 연지유의 비아냥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말했다."김 대표님은 부산으로 돌아가셨어요. 대표님 이젠 약속 지키셔야죠. 사직서 수리 부탁드립니다."사실 서유는 이런 퇴사증명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죽기 전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싶었다.김시후가 이렇게 빨리 부산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던 연지유가 잠시 멈칫하다가 서유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김 대표가 널 안 데려갔어?"김시후가 서유를 맘에 들어 했다면 데려갔을 텐데.그러면 서유를 동아 그룹의 부산 지사로 보내 김시후를 이용 할 생각이었다.김시후도 역시 다른 남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자를 장난감 취급하는 건 똑같네. 서유도 뭐 별거 없네.연지유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연지유는 이래뵈도 자본가였기에 쓸모 없어진 말은 폐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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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서유도 다른 말 않고 자료를 넣어두었던 서랍 열쇠와 고객 정보, 그리고 다른 보안 파일들까지 다 원영에게 넘겨주었다.인수인계를 마친 서유가 인사팀에 가 퇴사 절차를 마무리 하려고 일어섰는데 대표 비서실을 나가기도 전에 파일을 한가득 안고 오는 최민지를 마주쳤다."어머, 이게 누구야! 김 대표님 새 애인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을까?"얼굴에 조소를 띈 채 최민지는 말을 이어 나갔다."그래, 김 대표님이 서유 씨를 데려가실 리가 없지. 왜, 대표님 한테 버림받고 갈 데 없으니까 동아로 다시 온 거에요?"그 앙칼진 목소리를 듣고 있던 원영이 참지 못하겠는지 한마디 했다."서유 씨 회사 그만뒀어요."최민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김 대표한테 버림받아 놓고 회사도 그만 두다니, 뭐 새로운 스폰서라도 찾은 거야?'최민지는 예쁘장한 서유의 얼굴을 당장이라도 찢어 버리고 싶었다. ‘얼굴 하나 믿고 남자를 몇이나 후리고 다니는 거야.'심지어 꼬시는 것마다 다 서유한테 넘어갔다. 자신이 몇 년 동안 그 짓거리를 해도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는데 그걸 번번이 해내는 서유에 독이 제대로 오른 최민지였다.서유는 그런 최민지를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이 인수인계 서류를 가지고 인사팀으로 향했다.서유에게 무시를 당하자 화가 난 최민지가 소리를 질렀다."저 불여시! 그런 인생도 언젠가는 끝날 거야!"참다 못한 서유도 그런 최민지를 향해 쏘아붙였다."없는 당신보단 낫죠 제가."정곡을 제대로 찔린 최민지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해왔다."더러운 년!"서유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더러운 걸로 치면 민지 씨만 할까요 제가. 나이 사십에 아직도 남자랑 한번 자보려고 발악하는 게 더 추악해요. 부끄러운 걸 알아야지 사람이."서유는 말을 마치고 최민지가 뭐라 하든 더는 대꾸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눌렀다.아래층에 있는 인사팀에 가서 서류를 건네주고 몇 가지만 더 작성하면 이 지긋지긋한 회사도 끝이었다. 이온 인터내셔널을 나서는 서유는 홀가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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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산부인과에 들어갈 수 없었던 강은우는 임산부를 들여보내고는 휴게실에서 쉬려고 했다.그런데 뒤를 도는 순간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서유를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깜짝 놀란 강은우는 뒷걸음을 치더니 겨우 바로 서서 서유를 바라보았다."서, 서유 씨가 여긴 어떻게...""은우 씨는 어쩐 일인데요? 빚 갚으러 간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 있냐고요."서유의 말을 들은 강은우의 얼굴에는 어딘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유가 자신이 빚 갚으러 간 사실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가혜와 서유는 오래된 절친 사이니 물론 가혜가 말을 해줬겠지만 결혼 후에도 이런 부부 사이의 사소한 일까지 서유에게 알려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잠시 당황했던 강은우는 이내 침착하게 말을 했다."빚 갚으러 간 거 맞아요. 지금은 동생이 몸이 불편하대서 병원 데리고 온거고요."강은우의 본가는 서울 외곽에 있으니 세 시간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또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여동생이요?"서유는 강은우의 여동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강은우는 산부인과에 앉아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는 임산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요. 여동생이 임신 중이라 결혼식엔 못 왔어요. 그래서 못 봤을 거에요. 가혜는 알고 있는데 아마도 서유 씨 한테 얘기 안 했나 보네요."강은우의 뒷마디는 어딘가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죽고 못 사는 절친이라도 우정은 별거 없다고 비웃는 듯 싶었다.그 말을 들은 서유는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강은우의 눈빛이 전처럼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서유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갔다. 하지만 바로 문을 닫진 않고 구석에 숨은 채 산부인과 쪽을 지켜보았다. 강은우는 서유가 간 줄로만 알고 산부인과 쪽으로 손을 젓자 아까 그 임산부가 걸어나왔다. 뭐라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강은우의 팔을 잡고 좌우로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듯 보였다. 강은우는 그런 여자의 코끝을 살짝 튕겨냈다. 지나치게 다정한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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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서유는 그들이 들어간 병실을 기억해 놓고 병원 근처 마트로 가서 과일 바구니 두 개를 샀다. 다 사고 돌아올 때 마침 병원으로 들어가려 하는 가혜를 보았다."서유야, 넌 병원엔 왜 온 거야? 혹시 또 심장이 아프기라도 한 거야?"‘상간녀'를 잡으러 급히 온 가혜가 서유를 보더니 바로 멈춰서서 서유 몸 상태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아니야 나 괜찮아. 서희 씨가 약 몇 개 가져가라고 해서 온 거야."가혜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괜찮으면 다행이라고 했다.서유는 손에 든 과일바구니를 가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새언니가 병문안 가는 데 과일 정도는 들고 가야지."가혜는 병실 문을 연 뒤 어떤 일이 생겨도 흥분하지 말라는 서유의 뜻을 알아차렸다.일단은 새언니가 병문안 온 걸로 하고 사건의 사실여부를 밝힌 뒤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했다.가혜는 서유에게서 과일바구니를 받아 들고 말했다."그러게. 내가 생각이 짧았네."서유는 가혜의 팔짱을 끼며 기죽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가자. 내가 같이 가줄게."서유는 서둘러 약을 가지러 가지 않고 계속 가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가혜 옆에 있어 주기 위해서였다.가혜가 무엇을 보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가혜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어야 했다. 서유가 있어 가혜도 좀 차분해진 마음으로 병실로 향했다.병실 문을 열기 전 투명한 창으로 가혜는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그 임산부는 스무 살쯤 돼 보이는 젊은 아가씨였다.몸매도 흠잡을 데 없었고 얼굴도 어린 티가 확 나보였다.눈썹은 반달 눈웃음과 함께 예쁘게 호선을 그렸고 포도알 처럼 진하고 큰 눈동자는 참 맑고 순수해 보였다.여자인 가혜가 봐도 이렇게 예쁘고 챙겨주고 싶은데 남자들은 오죽할까.강은우는 침대 옆에 앉아 빨대를 꽂은 컵을 들고 임산부에게 물을 먹여주고 있었다.별다른 행동은 없었지만 물을 마실 때조차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두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일단 들어가자."가혜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지만 서유의 말에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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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평소에 가혜 앞에선 그렇게 돈타령을 해대던 강은우가 여동생은 이렇게 비싼 사립병원에 데려오다니, 가혜는 그 4천 만원이 이 병원비로 쓰인 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만약 정말 여동생이라면 4천 만원을 썼대도 이해 할 것이다. 근데 그게 아니라면...가혜가 강은우를 향해 눈을 치켜뜨자 강은우도 많이 놀랐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강은우는 가혜 손에 들린 과일 바구니를 받아 들며 말했다."얘 남편 이 정도 능력은 있어. 해외에 있어서 바로 올 수 없었던 것 뿐이야."눕 듯이 기대있던 여자도 드디어 입을 열었다."아 새언니죠, 남편이 아직 안 왔는데 태동이 오는 바람에... 오빠가 또 마침 집에 왔길래 병원 좀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강은우를 쳐다보며 말했다."다 오빠 탓이야. 새언니 한테 미리 얘기하라니까. 오빠가 하도 긴장해서 나도 깜빡했잖아."그녀가 말한 '새언니 맞죠' 에서부터 기분이 확 상한 가혜였다. 그 뒤로 또 이어진 '너무 긴장해서 나도 깜빡했다'는 말에 가혜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무슨 여우짓이야, 다 보이는 게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가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괜찮아요, 이 사람이 얘기 안 해도 새언닌데 아가씨 보러 와야죠."일부러 새언니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하자 침대에 앉아있던 여자의 표정도 보기좋게 구겨졌다.그 둘의 대화를 눈여겨보던 서유가 여자의 작은 변화를 놓칠 리 없었다.여자가 새언니라는 말에 유독 반응을 하자 서유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말을 했다."가혜야, 은우 씨가 너 힘들까 봐 말 안했나봐. 아니면 네가 새언니니까 여동생이 아프다는데 어쨌든 와봐야 하잖아."말을 마친 서유가 강은우를 쏘아보며 말했다."그쵸, 형부?"서유는 강은우를 형부라고 부르며 자신과 가혜는 친자매 같은 사이임을 다시 한번 각인 시켜주었다.만약 가혜를 힘들게 한다면 동생으로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강은우는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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