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관계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30 챕터
제21화
“도련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둘째 사모님께서 그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바로 뛰쳐나갔네요.”흠칫하던 유나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진 비서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데?거실을 기웃거리니 정말 진명수였다. 진 비서님은 여길 어떻게 들어오신 거지? 그리고 방금 얘기한 그 사람은... 또 누구인 거야?엄마가 급히 떠난 게 그 사람 때문인 건가?추측할 수 없다면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녀는 더 이상 엿듣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진명수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나은 씨.”유나은은 이연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방금 엄마가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급히 가셨다고 하셨는데. 그 사람이... 누구예요?”얼마나 중요한 사람이기에 김준희가 그렇게 당황한 기색으로 부랴부랴 만나러 간 것일까?유나은은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러나 진명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나은 씨, 도련님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도련님께 직접 물어보시죠.”직접 물어보라고?그녀는 현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집에 들어오라고 허락한 적 없어요. 당장 나가세요.”“나가요. 똑같은 말 반복하기 싫어요.”유나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은 씨, 화 풀어요.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진명수는 자신이 마침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걸 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쭈뼛쭈뼛 돌아섰다. 방문이 닫히고 의미심장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점점 배짱이 커지는 건가? 이젠 내 사람한테까지 뭐라 하는 거야?”“내가 뭘? 이게 다 삼촌이 눈감아 줘서 그런 거지.”유나은은 테이블을 돌아서 그의 건너편에 앉았다. “알면 됐어.”맞은편에 앉아 있는 그녀를 보며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그렇게 멀리 앉아 있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해?”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응. 무서워.”그의 말투에 불쾌함이 가득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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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유나은은 남자에 대한 기억도 흐릿해져 갔다. 만약 사진을 보지 않는다면 가끔 그의 생김새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유종원, 그녀의 생부였다.유나은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삼촌은 왜 갑자기 내 생부에 관해서 묻는 거야?”이연준은 그냥 갑자기 떠오른 것이라며 대답하곤 되물었다.“원망한 적은 없어?”“딱히 원망할 것도 없었어.”유나은은 담담했다.“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잖아.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나를 키우고 싶어 하셨지만, 양육권은 우리 엄마가 가져왔잖아. 그리고 날 데리고 이씨 일가로 와서 나를 낳아주신 아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어.”유나은은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이연준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면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지만 이연준의 심장은 돌로 만든 것처럼 차갑고 냉정하여 그런 그녀를 보고도 동정하지 않았다.“삼촌,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왜 갑자기 내 생부에 관해 물어본 거야?”그녀는 꼭 대답을 듣고 싶었다.“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이연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그녀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금요일 시간 비워 놔. 본가에 가야 하니까.”유나은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갑자기 본가는 왜?”“왜, 본가로 가기 싫어?”이연준은 바로 그녀의 마음을 파악했다.“할아버지가 그냥 넘어가 주실 줄 알았냐.”유나은은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인 김준희는 그녀가 떠날 때도 몇 번이나 본가로 돌아가 할아버지인 이동건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 생활이 그다지 좋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나도 알아.”그녀는 얌전히 대답했다.그녀의 모습은 얌전해 보이긴 했지만 이연준의 눈에는 그저 꾸며낸 모습이었다. 오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이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리고 또. 네가 하고 있던 이상한 생각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야.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유나은은 그의 말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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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조금이라도 먹어. 배곯지 말고.”조현태는 주승아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주승아는 말로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젓가락을 들지도 않았다. 그녀의 정신은 온통 핸드폰에 가 있었다. 핸드폰 화면만 빤히 보면서 유나은의 답장만 기다렸다.조현태는 결국 화제를 돌려 물었다.“유나은 씨는 의사야?”“응.”주승아는 그제야 관심을 보이며 대답했다.“우리 나은이는 정신과 석사를 졸업한 엘리트야. 아주 대단하다고.”“정신과?”의사라는 직업을 들었을 때 조현태는 의아하지 않았다. 그가 의아해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유나은 씨는 왜 정신과를 선택한 거래?”주승아는 조현태의 의아함을 눈치채고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너무 많은 거 알려고 하네.”조현태는 순간 당황해했다.“미안, 미안.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다른 의미는 없었어.”주승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정신과는 아주 좋은 학과야. 전에 학술회가 있어서 유나은 씨 학교에 간 적이 있었는데 학교도 아주 좋은 학교였고 유나은 씨 공부도 아주 잘한다고 들었었어.”손지태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주승아는 손지태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았다.“난 지금까지 외삼촌이 나은이랑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 줄 알았는데 아파트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을 줄은 몰랐어. 지금은 또 학교에서 나은이 소문도 들었다고 하고...”주승아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손지태에게 손가락질했다.“외삼촌, 말해봐.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 거야?”“뭐 많다고 할 수도 있고 적다고 할 수도 있지.”손지태는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모르는 건 아직 많아. 나중에 천천히 다 말해줄게.”주승아는 계속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더니 문자가 왔다.그토록 기다리던 유나은의 답장이었다.[난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문자를 보고 나서야 주승아는 마음이 놓였다....시간은 흘러 빠르게 금요일이 되었다. 유나은은 약속했던 대로 본가로 돌아가 이동건에게 잘못을 인정했다.그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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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유나은은 이상윤이라는 계부에 다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여하간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니 수시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지금처럼 갑자기 문을 닫으며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상윤은 지금 발병 상태라는 것을.“상윤 아저씨였군요.”유나은은 두려움을 억누르며 최대한 그를 자극하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아저씨, 아침은 드셨어요?”“응, 먹었어.”이상윤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나은아, 이제야 온 거야? 아침 아직 안 먹었지?”유나은은 슬쩍슬쩍 뒷걸음질을 치며 물었다.“전 당연히 먹었어요. 아저씨, 우리 엄마는 어딨어요?”그녀는 최대한 티 나지 않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고 하지만 이상윤은 결국 눈치를 채고 말았다. 그는 두어 걸음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준희는 아침부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더라고... 나은아, 왜 자꾸만 뒤로 가는 거니. 혹시 내가 무서운 거니?”긴장한 유나은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아뇨. 제가 왜 아저씨를 무서워하겠어요...”방 안에는 둘 뿐이었다. 유나은은 이상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렇게 피하는 것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뭔가 떠오른 듯 유나은은 이상윤의 뒤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엄마, 오셨어요?”속아 넘어간 이상윤은 뒤돌아보았다.그 짧은 몇 초 사이에 유나은은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 문을 열었다. 이상윤은 유나은이 이런 거짓말을 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는지 뒤늦은 반응을 보였지만 유나은은 이미 문을 열고 나간 상태였다.방 안은 사실 어둡지 않았다.하지만 빠르게 달려 나온 그 순간 유나은은 방 밖이 이렇게나 환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긴장감에 차가웠던 손발마저 다시 온기를 되찾았다.다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뒤에 있는 이상윤이 그녀를 어떻게 부르든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앞만 보고 달렸다.너무도 빠르게 달린 터라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거리가 가까워질 때쯤 누군가 소리를 쳤다.“조심해!”유나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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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왜 불러. 얼른 삼촌한테 죄송하다고 사과해. 앞으론 절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고.”김준희는 그녀는 재촉했다.유나은은 손을 들어 김준희가 꼬집었던 팔을 쓸어만졌다. 꽤나 아팠다.억울한 그녀는 속상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고분고분 잘못을 인정했다. 그녀는 이연줄 얼굴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삼촌, 죄송해요. 앞으로는 뛰어다니지 않을게요.”이연준은 그녀의 팔을 힐끔 보더니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그게...”유나은은 머뭇거렸다.이상윤은 자주 발작을 일으켰고 이동건은 이상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이 죽는 큰 사고가 나지 않으면 전부 없었던 일로 하면서 무시했기에 이씨 일가의 사람들은 그의 앞에서 감히 이상윤에 대해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게다가 이씨도 아닌 그녀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유나은은 다시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 제가 규칙을 잊은 것 뿐이에요.”이연준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다음은 없어야 할 거야.”유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김준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연준이 그냥 넘어가줄 줄은 몰랐기에 그녀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만약 평소였다면 분명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이동건은 결혼을 세번 했었고 아들도 세명이 있었다. 큰 아들은 마음이 넓고 온화했으며 둘째 아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이연준은 이동건을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었다. 성격이 냉정하며 칼 같았으며 잔인한 짓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동건보다 이연준을 더 두려워했다.김준희도 평소엔 염라대왕 같은 이연준을 최대한 피해 다녔다. 오늘도 그 일때문에 피해다니고 있었다...“먼저 돌아가 있어.”김준희는 유나은을 먼저 돌려보내려고 했다.유나은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이연준과 김준희가 떠난 뒤 그녀는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창피하게 다리에 힘은 왜 풀리는데...'하필이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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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지금 이 순간 유나은의 얼굴에 드디어 웃음이 그려졌다. 더는 아까의 우울하던 모습이 아니었다.“그래, 이렇게 웃어야지.”이원우는 손을 들어 유나은의 이마를 톡 쳤다.“한창 젊은 아가씨가 활력 있게 살아야지. 자꾸만 미간을 찌푸리고 울적해 있으면 보기 안 좋아.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 괜히 혼자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가 병나지 말고.”이원우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그의 몇 마디 말로 유나은은 기분이 좋아졌다.“응, 알았어. 고마워, 오빠.”유나은은 활짝 웃었다.진심에서 나온 웃음이었기에 평소처럼 어색하지 않았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이원우가 말했다.“응.”유나은은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누군가가 맞은 편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진명수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사실 그는 이제 막 도착해서 이연준에게 유나은이 방금 당했던 일을 보고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유나은과 이원우를 보게 되었다.진명수는 한참 멍하니 서 있었지만 이연준의 안색을 살필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미칠 것 같았다.‘유나은 씨 제발 우리 도련님 앞에서도 가끔 그렇게 웃어주세요. 그러면 유나은 씨도 좋고 우리 모두에게도 좋잖아요!!!'“도련님...”진명수는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이연준의 안색은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 그의 주위로 엄청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진명수는 난감했다. 몇 번이나 마른침을 삼킨 후에야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방금 상윤 도련님께서 둘째 사모님인 척 속여 유나은 씨를 불러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 상윤 도련님께선 정상이셨고 유나은 씨는 아마도 발병한 것으로 착각해 놀라 도망친 것으로 보입니다.”이연준의 머릿속에 창백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그런 일이 있어 겁을 먹었음에도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누가 말을 전한 거죠.”이연준은 몸을 틀었다. 더는 유나은과 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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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동건은 그녀를 발견했지만, 딱히 좋은 표정을 지어주지 않았다.“돌아올 줄은 아는구나.”옆에 있던 이상윤은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나은아, 왔어?”유나은은 이상윤을 보자마자 아까의 일이 떠올랐다. 집사는 그에게 오늘의 이상윤은 정상이라고 했다. 그럼 대체 이상윤은 왜 그랬던 것일까? 게다가 방금 그 모습은 정말로 정상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생각을 지우고 이상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단정한 모습으로 이동건의 말에 대답했다.“오늘 할아버지께 잘못을 인정하고자 왔습니다.”그녀의 말에 이동건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흥,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아는구나.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게 아니었어.”유나은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저를 힘들게 키우셨으니 저는 앞으로 이씨 가문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절대 다시 떠나는 일 없을 테니 그만 용서해주세요.”이 말은 유나은의 초심과 고집에 어긋나는 말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숙이며 잘못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이씨 가문의 담장은 너무도 높았고 하찮은 그녀의 날개론 날아 넘을 수 없었다.이동건은 그런 그녀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그래, 그럼 네게 한 가지 일을 맡기지.”그 말을 들은 유나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집사가 들어오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곧이어 이동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그녀가 느낀 불길한 예감을 적중했다......유나은이 이씨 가문 본가에서 나왔을 때는 점심이었다.이동건은 그녀에게 짐을 정리하라고 했다. 그리곤 차를 대기시켜 그녀를 서화 아파트로 데려다주었다.주승아의 연락을 받은 유나은은 이동건이 대기시킨 차를 거절했다.몇 분 뒤, 그녀는 주승아의 차에 올라탔다.“나은아,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빨간불이 켜지고 주승아는 브레이크를 밟았다.“혹시 할아버지한테 욕을 들은 거야?”유나은은 솔직하게 말했다.“이번은 아니고 지난번에.”주승아는 핸들에 손을 올렸다.“지난번에는 아마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고 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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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집으로 돌아온 후, 유나은은 캐리어에 짐을 챙겨 넣었다.옆에 서 있던 주승아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나은아...”“오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었잖아. 그냥 해. 괜찮아.”유나은은 굳이 주승아를 보지 않아도 할 말이 아주 많지만 고통스럽게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집으로 오는 길에 그녀는 이동건이 제안한 것을 주승아에게 전부 말해주었다. 주승아는 그녀의 말에 바로 도로 한가운데서 브레이크를 밟았다.뒤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에 교통경찰이 다가왔고 결국 두 사람을 따끔하게 혼낸 뒤에야 가라고 했다. 아주 창피했다.“나은아, 너 정말로 스완 시티로 갈 거야?”주승아는 당사자인 유나은보다 더 초조했다.이동건이 제안한 것은 바로 이상윤과 함께 스완 시티에 갔다가 오라는 것이었다.너무도 무서운 제안이었다.이상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악마였기 때문이었다.유나은은 드레스룸에서 대충 옷 두 벌을 꺼내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이씨 가문에선 나한테 거절할 여지를 주지 않았어. 그러니까 난 반드시 가야 해.”마음 급해진 주승아는 유나은을 따라 들어왔다.“하지만 네 새아빠는 자주 발작을 일으키잖아. 정말로 둘이 같이 스완 시티로 갔다가 발작을 일으켜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너 설마 그동안 그 새아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잊은 거...”“그만 말해.”유나은은 말허리를 자르면서 입술을 틀어 물었다.그러나 주승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수능 전날에 네 엄마는 조금 쉬게 해준다는 이유로 널 데리고 호숫가로 놀러 가셨지. 그런데 거기 가서 너한테 신경조차 안 쓰셔서 네 새아빠가 널 배에서 밀어버렸잖아. 그날 후로 고열에 시달려서 하마터면 수능 포기할 뻔했었지.”그날의 기억은 영원히 유나은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고 트라우마로 남기도 했다.“그리고 또. 네 새아빠는 갑자기 하이에나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네가 하이에나는 아주 무서운 동물이라고, 일반인은 사육할 수 없다고 말했었는데 굳이 하이에나를 어디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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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유나은은 주승아의 손을 떼면서 말했다.“승아야, 너는 내가 아니잖아.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 난 이대로 도망치면 안 돼.”도망치는 건 둘째 치고 그녀가 떠나면 김준희는 이동건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여하간에 김준희는 그녀의 엄마였으니 그렇게 혼자 내버려 두고 갈 수는 없었다.“됐어.”더 이야기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안 주승아는 벽에 기대어 섰다.“내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으니까 그럼 난 네가 무사히 스완 시티로 갔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네.”유나은은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응, 그럴 거야.”주승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스완 시티에서 돌아오고 나면 내 외삼촌이랑 자리를 만들어 줄게.”유나은은 지난번에 이연준이 자신에게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행여나 손지태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지게 될까 봐 걱정된 그녀는 주승아에게 말했다.“그건 괜찮아. 자리 안 만들어줘도 돼. 네 외삼촌이랑 잘 안 맞는 거 같았거든.”주승아는 바로 대꾸했다.“뭐? 왜? 지난번에 분명 우리 외삼촌이 좋다고 했잖아.”유나은은 그럴싸한 핑계를 댔다.“나 같은 집안에서 사는 사람이랑 연애하면 많이 힘드시게 될 거야.”그러나 주승아는 그녀와 생각이 다른 듯했다.“나은아, 그런 이유로 포기해서는 안 돼. 그러면 다가온 운명의 상대도 잃게 될 거야.”‘운명의 상대?'유나은은 곰곰이 생각했다. 자신 같은 사람에게 정말로 운명의 상대가 있을지 말이다.다만 주승아는 호의였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 한 말이었기에 유나은은 더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무사히 스완 시티에서 돌아온 뒤 다시 이야기를 꺼내 보기로 했다.이틀 후 아침.서화 아파트 앞엔 호화로운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유나은은 캐리어를 끌고 나오자 경호원이 다가갔다.“유나은 씨, 짐을 제게 주시면 됩니다.”유나은은 바로 캐리어를 경호원에게 건넸다.차 자동문이 서서히 열리고 김준희가 내렸다. 그러나 유나은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을 차 안에 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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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유나은은 이번에 혼자 이상윤을 따라가는 것인 줄 알았지만, 이원우도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방금 내가 한 말 듣긴 한 거니?”김준희는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 그녀는 유나은의 무관심한 태도를 아주 싫어했다.“할아버지가 시키신 일은 제가 다 알아서 잘 해낼 거고 그 외의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유나은은 분명한 태도로 말하며 김준희가 하고 있는 생각을 없애보려고 했다.김준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유나은을 밀치며 말했다.“나은아, 아닌 척 그만해. 내가 모를 거로 생각했니?”유나은은 비틀거렸다.이때 경호원이 다가와 말했다.“유나은 씨,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유나은은 고개를 들어 경호원을 보았다. 방금 캐리어를 건넬 때 자세히 보진 못했다. 지금 보니 어딘가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어디서 봤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내 말 명심하고 얼른 차에 타.”김준희는 제 분수를 잘 알고 있었고 할 말을 다 했으니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유나은이 차에 올라타자 이상윤은 품속에 꼬옥 끌어안고 있던 갓 구운 빵을 그녀에게 내밀었다.“나은아, 얼른 먹어. 아직도 따끈따끈해.”유나은은 이상윤이 주는 빵을 받았다. 먹기 싫어도 말이다.“고맙습니다, 아저씨.”“나한테 그런 인사는 안 해도 돼.”이상윤은 어투는 아주 다정했다.“나도 알아. 이번에 나랑 함께 스완 시티로 가게 되어서 많이 속상하지.”유나은은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이상윤을 보았다.이상윤은 손을 뻗어 유나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유나은은 본능적으로 그의 손을 피해버렸고 이상윤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남게 되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거두었다.“네가 날 무서워하는 건 당연해. 내가 예전에 아팠을 때 널 많이 다치게 했으니까.”유나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아저씨. 다 지나간 일인데요. 그리고 아저씨 지금 많이 좋아지셨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좋아지실 거예요.”이상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그러길 바라야지.”어느덧 도착한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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