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43화

이승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벌써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이씨 가문 사람들에 귀찮은 기색을 내비쳤다.

가문 사람들은 이승하가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무 말 없이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제일 오른쪽에 서 있던 깔끔한 정장 차림의 75세 노인, 이태석이 눈물을 글썽이며 이승하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지팡이를 꼭 쥐고서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승하야, 고생 많았다.”

이태석의 목소리는 그가 지나온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는 양 무게가 있었다.

게다가 흔들림 없는 그의 기세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

이씨 가문 대대로 이어진 그 아우라의 시초가 바로 이태석이었다.

이승하는 그에게 시선을 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태석은 이승하와 자신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감에 왠지 모르게 조금 어색하고 불편해졌다.

그는 이승하가 어렸을 때 그의 어머니인 박화영을 향한 죄책감 때문에 그녀의 행위를 묵인하며 한 번도 손주를 감싸주지 못했었다.

이승하를 후계자로 공을 들인 건 사실이나 이승하는 그런 그에게 애정을 느끼지 않았고 큰 뒤로는 본가에 찾아가지도 않았다.

이태석은 이승하의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를 알고 있기에 몇 마디 당부의 말만 건넨 뒤 바로 병실을 떠나버렸다.

제일 큰 어르신을 시작해 이씨 가문 사람들도 저마다 한마디 하고 하나둘 병실을 빠져나갔다.

이승하는 유일하게 남은 이연석을 보며 물었다.

“서유는?”

이연석은 소수빈과 잠깐 눈을 마주치더니 어색하게 바닥을 보며 답했다.

“어제 형 자고 있을 때 왔었어요, 가혜 씨랑 함께. 그러다 가혜 씨가 몸이 안 좋아진 바람에 다시 집으로 갔고요...”

이승하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

“이연석, 너 거짓말할 때 눈동자가 아래로 향하는 버릇 좀 고쳐야겠다.”

그 말에 이연석이 뜨끔하며 다급히 해명하려는데 또다시 이승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유한테 뭔 일 있는 거야?”

이연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