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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얇은 흰 셔츠 사이로 그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자 갑자기 온몸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의 쇄골에 청룡의 문신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그가 금빛 가면 남자는 아닌 것 같아 그녀는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승하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

“역시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걸 제일 잘하나 봐?”

방금 김시후의 품에 기대어 있는 자신을 그가 본 것 같았다.

“난...”

서유가 해명하려는데 그는 마치 더러운 것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물티슈를 꺼내 미친 듯이 손가락을 닦았다.

다 닦은 뒤 물티슈를 서유의 얼굴에 던졌다.

싸늘한 눈빛이 하찮은 것을 바라보듯 그녀를 훑고서는 룸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그녀가 문을 열 필요도 없었지만 그저 이 굴욕의 순간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서유는 굳은 얼굴로 물티슈를 떼어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키며 핸드폰을 꽉 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어떤 사람도 어떤 일도 그녀를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들은 연씨 가문이 주최한 식사 자리에 이승하가 참석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뒤 그들은 연씨 가문의 깊은 뜻을 이해했다.

김씨 가문이 요즘 연씨 가문을 표적으로 삼고 문제를 만들었었다. 이승하가 연지유를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이승하가 나섰으니 김씨 가문의 사람들도 연지유를 더는 난감하게 만들진 않을 테다.

그들은 오히려 웃는 얼굴로 이승하에게 상석을 내어주며 아부를 떨었다. 이승하는 무심하게 그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김시후가 룸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이승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방금 화장실에서 김시후는 다른 임원이 보낸 이승하가 왔다는 문자를 확인했다.

연지유와 이승하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씨 가문과 연씨 가문이 이후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결혼 상대이기 때문에 이승하가 연지유를 도와주는 것이라면 이해되었다. 그렇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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