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화

주안나를 보자마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아가씨, 안녕하세요!”

“표 집사님, 저희 아빠는요?”

주안나는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씨 가문 집사인 표태훈은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주 회장님은 여전히 안에서 빈소를 지키고 계십니다!”

“하, 표 집사님, 말해주세요, 도대체 아빠는 누구 빈소를 지키고 계시는 거예요? 왜 며칠째 회사 일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 대신 빈소를 지키고 있는 거냐고요.”

그 말에 표태훈이 피식 웃었다.

“아가씨,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주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리 화진 9주 중 제일로 가는 군신이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다는 소식, 아가씨도 들었죠?”

‘아!’

주안나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당연히 알고 있죠! 그분은 오직 한 사람이 군대 역할을 도맡아 하며 여러 해 동안 우리 화진을 침공한 10개국의 야심을 물리쳤고, 더욱이 한 번의 전쟁으로 10개국을 핍박하여 정전협정을 맺게 했잖아요. 이런 전설적인 영웅을 화진 사람으로서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

“그럼 아가씨도 더 잘 아시겠네요. 우리 화진 9주의 군신이 비록 10개국의 침략을 막았지만, 그분은...”

표태훈이 다시 입을 열었고, 그 말을 들은 주안나는 그제야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표 집사님의 뜻은, 저희 아빠가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9주의 군신이라는 말씀이세요?”

“맞습니다!”

표태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도 우리 DH 그룹이 오늘날의 위치에 올라선 건 전부 그 9주의 군신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시, 우리 주씨 가문이 군부와의 합작에 참여할 것을 그분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주안나는 DH그룹의 사람으로서, 회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난 후, 그녀는 단번에 깨달았다.

“저 알았어요! 어쩐지 아빠가 회사 일도 돌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군신의 빈소를 지키고 있던 거였군요!”

한숨을 푹 내뱉은 뒤, 주안나는 묵묵히 구릿빛 대문을 힐끗 보며 말했다.

“표 집사님, 저 안으로 들어가서 아빠 보고 싶어요!”

“좋습니다!”

이윽고 표태훈이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조용한 서재에 들어선 주안나는 그윽한 백단향을 맡았다.

서재의 가장 중간 자리에는 조금 살이 오른 한 중년남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존귀한 위패가 놓여 있었는데, 위에는 “구주왕의 영”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그가 바로 DH 그룹의 회장, 주세호였다.

“아빠!”

주세호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고 주안나는 얼른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빈소를 지키는 이 며칠 동안은 아무도 못 들어온다고!”

“죄송해요! 저도 아빠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사회 쪽 회의가 급해서...”

주안나가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주세호는 분노하며 소리쳤다.

“다시 한번 말하마, 빈소를 지키는 이 며칠 동안 나는 그 어떤 큰일이라도 먼저 제쳐둘 것이야!”

주세호에게 꾸지람을 들은 주안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알겠어요, 죄송해요, 아빠. 그럼 더 폐 끼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주안나는 얼른 자리에서 물러갔다.

그때,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철로 된 영패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바닥에 부딪히며 나는 맑은 소리에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주세호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건 뭐냐?”

주세호는 땅에 떨어진 영패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주안나는 서둘러 영패를 주우며 말했다.

“이건 그냥 쇠붙이에 불과해요!”

“이리 갖고 와라!”

주세호는 손을 뻗었고 주안나는 9주의 영패를 그에게 건넸다.

영패를 본 주세호는 순간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특히 “9주”라는 두 글자를 봤을 때 그의 큰 몸은 흠칫 떨리기도 했다.

“왜 그러세요, 아빠?”

주세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주안나는 황급히 물었다.

하지만 그는 딸의 물음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9주의 영패”라는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그렇게 자그마치 1분 동안 보고 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진짜야! 진짜야! 이게 그의 9주 영패야! 안나야, 얼른 나에게 알려주렴. 이 영패는 대체 어디서 가진 거냐?”

주세호는 감격에 겨워 딸의 팔을 잡았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