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은 이미 변장한 상태였고 황씨 재단의 보디가드와 똑같은 차림이었다. 그는 그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눈빛으로 평온하게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공교롭게도...현재 염구준의 모습은 그 사내의 부하 자체였다!“여기서 뭐 해!”염구준의 변장술을 읽을 수 없었던 사내는 질책하기 시작했다.“여기는 보스의 사무실이야. 네가 있을 곳이 아니란 말이다! 얼른 애들을 모아서 그 용하국 자식을 처리해야 하니 서둘러!”사내는 염구준을 재촉했다.염구준은 웃음을 터뜨렸다.변장 후의 모습으로 너무도 쉽게 재단의 본부로 잠입했고 심지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이제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사람을 잘못 본 것 같아.”염구준은 손으로 얼굴을 몇 번 만진 후 목을 부드럽게 문질렀다.“네가 말한 용하국 자식이 혹시 이런 모습인가?”변장을 해제하니 원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자 사내가 외쳤다.“이 자식이!”“너, 너...”소스라치게 놀란 사내는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들어온 거야? 너...”“넌 이제 죽자.”염구준은 이같은 하찮은 것들 하고는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그는 무심하게 손을 휘둘렀다.퍽!사내의 몸은 순식간에 뒤편의 사무실로 날아갔고 마치 기차에 부딪힌 마대자루마냥 벽에 세게 부딪힌 후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즉사하고 말았다.“너야?!”사무실에 있던 황유길은 조건 반사마냥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고 손에 든 담배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심하게 상기되었다.용하국의 그 자식!무술 대군이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그 ‘용하국 자식’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여기까지 쳐들어올 줄은 몰랐다!“당신이 황유길이야?”천천히 사무실에 들어선 염구준은 황유길을 흘깃 쳐다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옆에 있는 최시원에게 시선을 돌렸다.반보 천인!이 늙은이는 전신의 정상을 초월한 최고의 강자였다. 천상의 경지에 다다른 비범함을 넘어선
최시원이 앞으로 나서며 공포에 질린 황유길을 뒤로 물렸다. 그런 다음 손에 쥔 구슬 두개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차갑게 말했다.“그대가 바로 말로 듣던 염구준, 염 전주로군! 6년 전, 전 세계 전장을 누비며 무패의 전설이 된 인물! 내 제자 박동건을 다치게 한 빚, 오늘 내가 갚아주마!”‘박동건의 스승?’염구준의 눈이 좁아지며, 미간을 찌푸렸다.전신경지에 돌파하고 반보천인 경지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동급의 상대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더군다나 침착한 노인의 기운을 봐서, 반보천인의 경지에 머문 지 오래 된 것 같았다. 그의 몸엔 사람을 압박하는 기이한 힘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지금까지 만난 상대중에 이보다 더 강한 자는 없었다!“젊은 나이에 벌써 그 경지에 도달하다니, 참으로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있구나!”최시원이 손에 쥔 검은 구슬을 돌리며 오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나를 만난 이상,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좌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 말거라!”그 말을 끝으로 최시원은 염구준을 향해 왼손을 쫙 뻗어 움켜쥐는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염구준은 무형의 기운이 자신의 몸을 꽉 옥죄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최시원의 공격은 온전히 먹혀들지 않았다. 염구준의 몸은 아주 살짝 떨리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다. “흠?”최시원이 살짝 놀란 눈빛으로 염구준을 깊이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곧 뭔가 깨달았은지,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설마… 선천도체?”선천도체라는 말을 들은 염구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실 그동안 염구준도 자신의 놀라운 성장 속도에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선천도체라는 말을 들으니, 모든 것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 염씨 가문에서 추방당하고 신무 옥패로 수련하게 되면서 확실히 남들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었다. 심지어 18살에 전신경지를 돌파하기까지 어떠한 막힘도 없었다. 지금 보니 이 모든 것이 선천도체의 효과였던 것이다!“전신전 전주의 명성이 과연
그 말과 동시에 최시원의 실루엣이 희미해지더니, 순식간에 사라지며 염구준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왼손을 마치 갈고리처럼 굽히며 염구준의 목을 행해 팔을 뻗었다.“빠르시네요.”하지만 염구준도 가만히 당해주고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순식간에 눈 근육을 수축하더니, 오른손 검지를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여 최시원의 왼손 맥문을 겨냥했다. “역시 전신전 전주, 전투 경험이 풍부하군!”최시원이 가볍게 웃으며 다시 몸을 변화시켰다. 그리고는 마치 원숭이처럼 순식간에 염구준 뒤로 몸을 날리더니, 어깨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반대로 염구준은 몸을 낮추는 동시에 회전시키더니, 왼발을 주축을 삼아 오른발을 바닥을 쓸 듯 발차기를 날렸다.이건 용하국의 고무학에서 기초가 되는 동작, 쓸어 차기였다!“아주 훌륭한 반사신경이야!”최시원이 감탄하며 점프로 가볍게 염구준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입으로 훅하고 바람을 내뱉았다.그러자 옅은 청색 빛을 띤 바람의 칼날이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염구준을 향해 쏟아졌다.아무리 반응이 빠른 사람이라도 이 거리에서 피하기는 무리일 터! 최시원은 자신의 공격이 먹혀들었음을 확신했다!“와라!”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이 눈빛을 가라앉히며 숨을 들이켜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공격에 당황한 것이 아닌, 반격하기 위해 멈춘 것이었다.후웅! 사자의 울음소리 같은 굉음이 염구준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이것 또한 용하국의 고무학에 들어있는 비전, 사자후공이었다!눈으로도 볼 수 있는 강력한 토네이도 같은 기운이 염구준 입에서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바람의 칼날을 흩으러 버렸다. 동시에 최시원은 충격에 몸이 흔들리며 얼굴이 살짝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던지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치채지도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에겐 충분했다. 강자끼리의 싸움은 원래 찰나에 이루어진다!“죽어라!”최시원의 몸이 흔들리는 순간 염구준은 놓치지 않고 두 주먹을 허공을 행해 날렸다. 허공에 일곱개로 보이
칠상권은 괜히 필살기가 아니었다.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염구준은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다. 경맥, 혈관, 장부, 혈류 등 모든 곳에서 손상이 일어났다. 그 대가로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가진 공격력을 가지게 되었다.등가교환, 막대한 대가를 치룰수록 주먹의 위력은 더 무서워졌다. 염구준은 중상을 각오하고 칠상권의 힘을 발휘한 것이다. 공중에 연달아 기폭음들이 울리며 최시원의 가슴을 가격했다. 마흔아홉 번의 주먹이 거의 동시에 목표물에 부딪히며 굉음을 만들어냈다. 최시원의 몸은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흔들리며 뒤로 밀려났다. 오장육부가 뭉개지며 입에서 피가 솟구쳤다. 동시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순식간에 끓어올랐던 기운이 꺼졌다. 이토록 무서운 일격엔 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과연 반보천인에 오래 머문 고수답게 강하군….”염구준은 칠상권을 사용하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은 탓에 입가에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고 최시원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만약 상대가 전신의 경지였다면 좀 전의 공격으로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시원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있는 강자로서 결코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염구준이 칠상권을 날리는 순간, 그는 급속도로 운기에 돌입하여 최소 절반의 위력은 감소시킨 것이다.이건 반보천인의 고수만 할 수 있는 기술로, 염구준의 천인지력과 같은 원리를 가진 방어법이었다.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어.”최시원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몸을 안정시켰다. 그리고는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80여년을 수련했건만, 너에게 당할뻔하다니, 정말 놀라운 실력이구나! 하지만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지 얼마 안 됐는지, 아직 실력이 완전히 숙달된 건 아니네. 지금부터 너에게 진정한 반보천인이 무엇인지 보여주마!”그 말과 함께 최시원은 공격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구슬 두개를 염구준을 향해 날렸다. 염구준은 당황하지 않고
“가자, 빨리 가!”최시원은 황유길을 끌고 복도를 따라 도망쳤다. 그는 끊임없이 역류하는 피 때문에 얼굴색이 점점 파리해지고 있었다.“대사님, 괜찮으십니까?”황유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창백한 얼굴의 최시원을 향해 물었다.“저한텐 분명 세속에선 적수가 될만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그러다가 문득 아까 염구준과 최시원이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잠깐, 저 염구준이 바로 그 전신전 전주였단 말입니까? 세상에… 내가 전신전 전주를 건드렸다니…! 이걸 용하국이 알게 되면 저희 고려국도 화를 면치 못할 텐데, 어쩌면 좋습니까!”최시원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염구준만 이 자리에서 죽인다면 용하국에 이 소식이 전달될 일도 없을 터! 반드시 여기서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최시원이 숨을 헐떡이며 황유길의 손목을 붙잡았다.“염구준의 실력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 사형이 준 보석이 아니었다면, 진짜 죽을뻔 했네. 황 사장, 지금 부하들 당장 불러와. 수류탄, 로켓포, 유탄발사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염구준을 제거해야 해!”그 말을 들은 황유길이 놀라 펄쩍 뛰며 말했다.“대사님, 여긴 제 회사입니다. 저희 회사 모든 부서가 있는 종합 건물인데, 그런 무기를 사용하다가 직원들이 다치기라도 한다면….”염구준을 죽일 수만 있다면, 하찮은 이들의 목숨쯤 얼마든지 없어져도 상관없었다!“건물이 무너지면 다시 지으면 되고, 직원들이 죽으면 다시 채용하면 되잖아! 염구준이 도망치면 우리는 용하국 전체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야!”최시원이 다시 피를 토하며 황유길의 옷깃을 붙잡은 채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말대로 해. 지금 당장 네 부하들을 시켜 염구준을 제거해라! 절대로 내 말을 허투루 여기지 마! 사형이 준 보석 결계는 3분밖에 못 버텨. 아니, 염구준의 실력이라면 3분조차 못 버틸 거다. 그때 가서 죽는 건 우리가 될 거야!”사무실 건물에 대규모
두 남자는 염구준을 발견하는 순간 망설임없이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개시했다. 그들은 각각 좌우로 뛰어오르며 단검과 너클을 염구준을 향해 휘둘렀다.“여기서 전투를 치르면 안 되겠어.”염구준의 동공이 수축되더니, 갑자기 몸을 거의 지면과 30도를 이룰 정도로 낮추었다. 그런 다음 오로지 코어의 힘만으로 몸을 지탱하며 바닥을 박차고 화살처럼 두 남자 사이로 뛰어들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상처를 치료해야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칠상권을 사용한 후유증으로 염구준은 내상이 심각한 상태였다. 두 강자와 길게 얽히면 상처가 더 악화되어 무도 근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게 뻔했다.“정말 빠르군!”두 주자는 공격할 틈도 없이 염구준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반보천인, 내공을 쓴 것도 아니었지만, 무도왕자의 경지에 있는 그들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놓치면 안 돼!”사무실 밖에서 누군가가 광기에 가득찬 목소리로 외쳤다.“사장님의 명령이시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염구준을 해치워야 한다! 모두 발포해! 염구준을 죽여라!”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복도 끝에서부터 끝에서까지, 총 백이십 여명이나 되는 덩치들이 눈에 광기를 뿜은 채 수류탄, 로켓, 기관총, 각종 무기들을 발포했다.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며 연기가 자욱하게 드리웠다.“겨우 이까짓 것으로 날 막으려 들어? 기가 차는군!”이때 염구준이 회장실을 뛰쳐나오며 말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있던 몸을 공중에 회전시키며 순식간에 천장에 도마뱀처럼 들러붙었다.용하국의 고무학, 도마뱀장공!그는 평지를 걷는 것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상황에서도 전혀 속도를 잃지 않은 채 움직이고 있었다.염구준의 존재를 발견한 덩치들이 다시 무기들을 재정비하며 빠르게 그를 향해 쏟아붙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폭격 아래에 황규길의 사무실은 순식간에 벽과 천장이 무너지며 쑥대밭이 되었다. 공격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았고, 마침 염구준의 뒤를 추격하던 두 강자에게도
“여기 88층이야. 우리는 엘리베이터 타자!”비상통로 난간 아래로 무턱대고 기관총을 쏟아 붙이던 황유길의 부하 중 한 명이 외쳤다. “아래층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건물 출입문 닫으라고 얼른 알려! 어떻게든 염구준이 이 건물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해!”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덩치들이 속전속결 팀으로 나누어 매서운 눈빛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염구준이 아직 건물 내부에 있다면, 절대로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됐다! 건물 안에서 반드시 끝장을 봐야만 했다!한편, 왕씨 재단 건물 밖.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수많은 행인들과 차량들이 지나가는 도심 중앙 건물 옥상에서 불길이 번지다니, 모두들 두려움에 떨었다. 이들에게도 눈과 귀가 있었다. 옥상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폭발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피해요! 얼른 피해요!”이때, 한 행인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뭔가 떨어지고 있어요!”그러자 사람들이 다급히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에 맞았다가는 그 자리에 즉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약 10초가 지났을까, 쨍그랑!커다란 유리 파편과 부서진 책상과 의자, 거기에 피투성이 시체까지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정말 처참한 광경이었다. 너도나도 모두 놀라 숨을 들이켜며 입을 틀어막았다.“사람이 죽었어요!”그러다가 너도 나도 약속이라도 한 듯,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건 평범한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그러는 사이, 한 인물이 19층 방탄유리를 주먹을 깨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안정적으로 지면에 착지해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섞여 모습을 감추었다.“괜찮으세요?”혼란 속에서 도망치던 한 행인이 갑작스레 나타난 청년을 보고 놀라 물었다.“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저처럼 옥상에서 난 폭발 소리 때문에 놀라신 거예요?”염구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좀 전까진 위험했던 건 맞지만, 지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혈단신으로 황씨 재단에 뛰어든 염구준, 그리고 일어난 대규모 폭발 사건…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은 분명했다!두 여자가 가슴을 졸이고 있을 때… 갑자기 안전가옥 입구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이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내부 제어 스위치를 눌러 완전히 다시 입구를 봉쇄했다. 그런 다음 계단을 내려가 떨리는 발걸음으로 거실로 들어갔다.“구준 씨!”“염구준 오빠!”손가을과 한채인은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특히 손가을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염구준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염구준이 다치다니!결혼 뒤로 이토록 약해진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황씨 재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누가 염구준을 상처 입힌 것일까?“괜찮아, 괜찮아요. 나 말고 내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두 여자의 걱정 어린 표정을 눈치챈 염구준이 고개를 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서랍 쪽에 있는 금속 상자에 들어있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인 한 캡슐을 꺼냈다.전신전 내부인만 사용할 수 있는 특효 응급 캡슐이었다.“가을아, 한채인 씨.”염구준이 캡슐을 삼키며 손가을과 한채인을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봤다.“지금 당장 상처 치료를 해야 해. 캡슐을 복용한 후 약 3에서 5일 동안은 혼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고열에 휩싸일 수 있지만, 치료 과정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아마 황유길 부하들이 이곳을 수색하러 올 거야. 하지만 결코 안전 가옥 방어를 쉽게 뚫진 못할 테니, 아무리 걱정돼도 내가 알아서 일어날 때까지 절대로 먼저 깨우면 안 돼! 알겠지, 가을아? 한채인 씨도 알겠죠?”말을 마친 그는 소파에 가부좌를 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동시에 서서히 캡슐 효과가 나타내며 손상된 장부과 경맥, 혈맥 등을 회복해 나갔다. “구준 씨….”손가을은 눈물을 글썽이며 염구준 옆을 지켰다. 중간중간 그가 얼굴을 찡그리거나 땀을 흘릴 때마다 조심스레 옆에서 보살펴주는 것도 잊지 앉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