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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육시준은 조신한 척 연기하는 강유리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눈썹을 들썩이더니 한참이나 침묵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조신이라는 단어를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강유리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그녀는 남자를 밀쳐내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걸어갔다.

비록 자기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진실한 타격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강유리는 너무 속상했다.

괜히 며칠 동안 고생했다.

육시준은 실망이 가득한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내가 너무 솔직했나…?

저녁. 하늘은 무척이나 우중충했다. 갑자기 비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육시준은 서재에서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을 확인하던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집은 텅 비어있었다. 불을 안 킨 탓인지 집안이 좀 어두웠고 주방도 무척이나 조용했다. 오씨 아주머니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저녁 준비할까요?”

“유리는 아직도 안 들어왔어요?”

강유리는 아침을 먹은 후 바로 밖으로 나갔다. 뭐 하러 가는지 말도 하지 않았다.

육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원에서 엔진소리가 울려 퍼졌다.

빨간색 벤틀리 한 대가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깔끔하게 주차를 했다. 곧이어 차 문이 열리더니 강유리가 크고 작은 쇼핑백을 손에 든 채로 차에서 내렸다.

오씨 아주머니는 문을 열어주며 육시준의 말에 대답했다. “사모님이 오후에 좀 늦으신다고 연락하셨어요. 이렇게 일찍 돌아오실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남자는 눈썹을 들썩였다. 휘어진 그의 입꼬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아줌마한테 연락을 했다고? 나는?

대체 누가 남편이지?

만약 육경서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이게 다 업보라면서 입을 놀렸겠지.

육시준도 옛날에는 똑같은 짓을 했었다…

현관문은 열렸고, 강유리는 물건들을 한가득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까지 축 처져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이리 와봐! 내가 우리 어머님, 아버님 선물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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