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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공기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강유리와 문기준은 호구를 보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방금 우리 이모가 여기 계신 줄 알고 연기하신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가식적인 모습이 평소에 이기심으로 가득 찬 모습보다 더 보기가 역겹습니다."

"..."

당황한 고정남을 무시하고 강유리는 곧장 차에 올라탔다.

차가 천천히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강유리는 릴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릴리는 한참 뒤에야 전화를 받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때요? 고정남이 진짜로 갔나요?"

"네가 오라고 한 거야?"

릴리가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죠!"

강유리가 외출하기 전에 받은 전화의 내용을 그녀도 들었다.

LK그룹의 호텔에서 홀대받았다면 누구의 작품일지는 뻔하다.

요즘 서울 전체가 고성그룹과 LK그룹의 정략결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성그룹 쇼핑몰의 대형 스크린에는 두 사람의 결혼식 뮤직비디오와 카운트다운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

반면 강유리의 결혼식은 분명히 LK그룹 사장의 결혼식이고 심지어 LK그룹의 호텔에서 올리는데도 아무도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말을 꺼내면 성신영의 새언니 결혼식이라고 할 뿐이다.

릴리는 고정남의 그 가식적인 애틋함이 어머니 앞에서는 어떻게 연기할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

"뻔뻔한 말을 어쩌면 그리도 술술 내뱉는지."

강유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무슨 말을 했는데요?"

강유리는 고정남의 말투를 따라 하며 말했다.

"고성그룹과 LK그룹의 협력은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처음부터 LK그룹 사람이라고 인정했는데 지금에 와서 쫓아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도 알고 있다. 일전에 내가 릴리에게 했던 말들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하지만 방금 나한테 소식도 전해주고, 아버지 노릇을 할 기회를 다시 줬다는 건 아직 그 아이 마음속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 아닐까."

"..."

릴리는 이 말을 듣고 기가 찼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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