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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번 생은 헛된 망상 안 품어

“송 선생님이 선물을 대신 전해주라고 해서요.”

설영준이 불쑥 말을 꺼내며 방금 송재이가 건넨 보석함을 오서희에게 전했다.

“자, 받으세요.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대요 송 선생님이.”

오서희와 송재이 모두 흠칫 놀랐다.

오서희는 방금 다른 손님들과 얘기를 나눌 때 일부러 흘리듯 투덜댔었다.

송재이처럼 하찮은 집안의 여자들은 역시 룰을 잘 모른다고, 빈손으로 초대에 응하는 게 무슨 경우냐고 잔뜩 불만을 토로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경우지?

진짜 가난해서 아무것도 살 능력이 안 돼 공짜로 한 끼 얻어먹으려고 온 줄 알았더니 인제 와서 선물을 덥석 건넬 줄이야!

설영준이 산 목걸이로 지금 송재이에게 체면을 한껏 살려주고 있다.

그녀는 괴롭고 난처할 따름이었다.

설영준이 대체 왜 이렇게 나오는 걸까? 그녀는 이 남자를 힐긋 쳐다봤다.

방금 사모님이 그토록 난감하게 굴 땐 선뜻 나서지도 않더니 지금 왜 도와주고 있지?

변덕스러운 이 남자의 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송재이는 별수 없이 일단 입을 다물고 묵묵히 있었다.

재벌가 사모님들은 발코니 입구에 서서 오서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석함을 여는 걸 지켜보았다.

눈썰미가 좋은 누군가는 이 목걸이가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또 더 눈치 빠른 누군가가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어머? 이상하네. 이 목걸이는 오늘 영준이가 선물한 것과 똑같잖아요. 그 세트랑 정말 똑같아요!”

송재이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방금 말을 꺼낸 사람은 평소에 오서희와 친하게 지내는 서보경 사모님이다.

다들 함께 어울려서 화투도 종종 치곤 한다.

겉보기엔 친한 것 같아도 실은 암묵적으로 서로 헐뜯으며 복잡한 질투의 심리가 얽혀 있다.

서보경은 금세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가까이 다가오더니 더 오버하며 외쳤다.

“어머나, 세상에. 내가 뭐랬어요! 이거 완전 똑같은 거잖아요!”

그녀는 웃으며 송재이와 설영준을 번갈아 보았다.

“우리 영준이랑 도영의 피아노 선생님 안목이 이렇게나 똑같을 줄이야. 무슨 목걸이도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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