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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나와 사랑을 나눈 게 수치스러워?

설영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몸의 쾌감 덕분인지 그의 인내심은 평소보다 더 좋았다.

그는 차분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설명했다.

“저번에 도영이가 때려눕힌 그 학생 병원비 대준 거 돌려주는 거야.”

송재이는 입을 뻐끔거리더니 어딘가 궁색해 보였다.

그녀는 상황이 어쩌다 또 이렇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그녀는 또 일방적으로 당했다.

혹시나 반항했다가 그를 자극하기라도 하면 애가 다칠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녀는 설영준의 품이 좋았고 그 품이 그립고 애틋한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송재이는 고개를 숙이고 용모를 단정히 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간질거렸다.

그녀는 옆에 놓인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다가 걸음을 멈췄다.

“설영준 대표님, 나는 이런 원칙이 없는 행위가 수치스러워. 이게 마지막이길 바라. 아니면 마음의 부담이 클 것 같아.”

송재이가 이렇게 말했다.

“나랑 사랑을 나누는 게 수치스러워?”

설영준은 담배가 당기기 시작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아까 얻었던 쾌감은 금세 짜증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몰래 사랑을 나누는 게 수치스럽지 않다고?”

송재이가 고른 단어는 하나같이 날카로웠다. 하지만 다 자기가 자초한 일이라 생각했다.

이 말을 뒤로 송재이는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신은 하이힐이 바닥과 부딪히며 또각또각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소리는 설영준의 귓가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도 공기 속엔 아직 그녀의 향기가 맴도는 것 같았다.

설영준은 의자를 돌려 바깥을 내다봤다.

그렇게 혼자 사무실에 앉아 그 누구도 찾아오지 말기를 바랐다.

지민건이 공정 회사에 고소당한 일은 금세 그 판에서 소문났다.

합의서를 손에 넣지 못한 지민건은 180억을 배상해야 했다.

이 돈은 설영준과 같은 사람에겐 별문제 아니었지만 지민건과 같은 작은 사장에겐 생존이 걸린 큰 문제였다.

한바탕 치르고 나니 지민건의 회사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랫동안 공들여 세운 회사가 이렇게 쉽게 무너진 것이다.

지민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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