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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유산

송재이는 마치 긴 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

설씨 일가.

그날 설도영은 또 강제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자 한창 위층에서 심술을 부리며 한사코 내려오지 않았다.

오서희는 설도영을 찾으러 올라갔고 텅 빈 거실에 송재이 홀로 피아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따분하게 앉아있었고 창밖의 뜨거운 햇살이 집안에 스며들어 그녀의 몸을 비췄다. 순간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차올랐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이때 문득 중저음의 감미로운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정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말투였다.

송재이는 어렴풋이 고개 들어 아래에서 위로 쭉 훑어보았더니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기품이 차 넘치고 눈가에는 여자를 매혹시킬 고고한 매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그녀는 마치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뒤로 뭔가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당황해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송재이입니다. 오서희 사모님께서 오늘부터 피아노 과외를 해달라고 부탁하셔서요...”

그때 그녀는 살짝 겁에 질린 채 소녀의 천진난만함과 솔직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고 두 눈동자는 한없이 맑고 깨끗했다.

그게 바로 송재이와 설영준의 첫 만남이다.

나중에 설영준이 몹쓸 짓과 몹쓸 말을 수없이 해왔지만 첫 만남이 그토록 아름다웠던지라 그녀의 마음이 찢어지고 눈물이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그 첫 만남으로 그녀는 평생을 지체했다.

22살 되던 그해, 송재이는 사랑의 시련을 맞닥뜨렸다.

...

송재이는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어렴풋이 눈을 떠보니 어두컴컴한 작은 방 안에 있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곳은 병원 병실이었다.

문 앞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왔는데 뜻밖에도 주현아와 지민건이었다!

‘저 둘이 왜 동시에 여기로 온 걸까?’

송재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나 앉으려 했는데 그제야 손에 수액을 맞고 있는 걸 발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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