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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관대할 수 없어

송재이는 다시 매일 오케스트라에 가서 리허설을 했다.

이날 송재이는 금방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마침 위층에서 담배를 피우고 내려오는 연지수와 마주쳤다.

연지수가 물었다.

“이제 곧 수석 공모를 앞두고 있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휴가를 내는 거죠? 너무 자신만만한 거예요 아니면 자포자기하는 거예요?”

평소 같으면 송재이는 무조건 그녀와 말싸움을 벌일 테지만 요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유산의 아픔이 아직 마음에 남아있고 그리 쉽게 가셔지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연지수도 저기압인 송재이를 눈치채더니 미간을 구겼다.

“요즘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던데 단장님이 이 일로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요. 시간 내서 단장님 앞에서 잘 좀 표현해 봐요. 어쩌면 다음에 자본가들과의 식사 자리에 우리를 데리고 갈지도 모르잖아요. 만에 하나 횡재가 떨어져서 어느 부자의 눈에 들지도 모르잖아요...”

“대체 무슨 만에 하나가 그렇게 많아요?”

송재이는 지금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시큰둥하게 그녀에게 반박했다. 시선조차 안 준 채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부자의 눈에 들면 그다음은요? 몇백억 투자해서 수석 피아니스트로 만들어준대요? 오케스트라의 일인자가 된대요? 드라마 좀 그만 봐요!”

전에는 항상 연지수가 이상야릇한 말투로 송재이에게 쏘아붙였지만 오늘은 처음 송재이가 이토록 공격적인 말투로 그녀에게 반박했다.

연지수는 평상시에 말재주가 뛰어나더니 지금 이 순간, 말문이 턱 막히고 송재이가 수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송재이는 옷을 다 갈아입고 가방과 핸드폰을 챙겨서 자리를 떠났다.

송재이는 문밖을 나서면서 카톡을 확인했다.

민효연의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송 선생님, 오늘 과외하러 와주실 수 있나요? 연우가 선생님을 엄청 그리워해요.]

송재이는 병원에 입원한 며칠 동안 오케스트라에 병가를 냈을 뿐만 아니라 민효연한테도 휴가를 냈다. 그때 민효연의 답장은 이랬다.

[푹 쉬어요.]

송재이는 민효연의 말 속에 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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