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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관계가 여기서 그치지 않아

민효연의 별장은 교외에 있다.

문밖을 나선 송재이는 한참 걷고 나서야 겨우 택시를 잡았다.

늦가을의 밤은 늘 그렇듯 조금 쌀쌀했다.

바람이 일자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날을 세어보니 올해 구정은 2월이었다.

이젠 고작 3개월밖에 안 남았다.

이전 같으면 송재이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그녀는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고 첫 아이까지 유산했으니 인생의 변화무쌍함과 처량함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고작 25살 어린 나이인데...

동년배의 유은정은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의 사진과 영상을 보낸다거나, 신상 립스틱 색상을 의논하고 있는데 송재이는 정작 이런 것들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절대 이렇지 않았다.

송재이는 하이힐을 신고 평탄한 돌담길을 걸었다.

그녀는 길을 걸을 때 바닥을 내려다보는 습관이 있어 고개를 반쯤 숙였다.

가끔 바람이 불면 얼굴 양옆의 머리가 가볍게 흩날린다.

그러면 그녀는 자연스럽게 귀 뒤로 흘려넘긴다.

사실 송재이 본인은 자신의 이 동작이 매우 여성스럽다는 걸 전혀 모른다.

그녀와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차 한 대가 줄곧 천천히 그녀를 따라왔다.

도정원은 조수석에 앉아 한 손을 차창에 걸치고 있었다.

그도 똑같이 송재이를 한참 응시했다.

그러다 결국 머리를 돌려 설영준을 바라봤다.

“송 선생님이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셨어요?”

설영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3년이요.”

“두 분 무슨 사이에요?”

“연우 가르치기 전에 제 남동생 피아노 선생님이었어요.”

“그리고요?”

도정원이 눈썹을 들썩거리며 보기 드문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영준과 송재이의 관계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걸 바로 알아챈 듯싶다.

설영준은 그를 힐긋 쳐다봤다.

도정원은 양손을 들어 항복하는 자세를 하며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송재이 씨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살짝 눈에 익었어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방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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