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청주에서 지민건이 송재이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다행히 제때 경찰에 신고하여 현행범으로 잡혔다.송재이는 경찰 협조하여 사건기록을 남겼다.경찰서에서 나오기 전에 상대방은 송재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으니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리라고 했다.며칠 후, 송재이는 지민건이 1년 4개월의 판결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다.이 소식을 듣고 난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하지만 지민건의 입장에서는 이 결과가 오히려 나았다.지금도 많은 빚쟁이가 지민건을 찾아오기에 오히려 판결을 받으면 화를 피면 하기 때문이다.지금 감옥에 들어가면 적어도 1년이 넘는 시간을 조용히 피신할 수 있을 것이다.송재이는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웃음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저었다.지민건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차창 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창밖의 빛이 쏟아져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송재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일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바로 인간 세상이다. 그 변화를 누가 알겠는가?지민건이 판결을 받자마자 박윤찬은 설영준에게 전화하여 이 일을 알려주었다.전화를 받은 설영준은 담담하게 알았다고 대답했다.통화하며 박윤찬은 설영준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음을 알아냈다.“왜 그래요?”“괜찮아, 바빠서 이만 끊을게.”설영준은 말을 마치고는 휴대전화를 꺼버렸다.설한 그룹은 해성병원의 주주이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하여 돈만 충분히 주면 설영준은 한 사람의 진료 기록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설영준은 송재이의 병력을 보았다. 송재이가 처음 병원에 와서 진행한 임신 검사 결과와 초음파 사진도 있었다.이제 겨우 두 달밖에 안 되다 보니 콩알만 한 까만 덩어리가 보일 뿐이었다.설영준은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또 송재이와 아이를 낳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송재이의 진료 기록을 받아와
송재이는 온종일 심란했다.낮에 지민건의 판결 결과를 알았고 저녁에는 또 민효연의 집에 가서 연우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연우를 보며 송재이는 또 도정원과 도경욱이 생각났다.송재이는 연우에게 도씨 부자에 관해 물어보고 싶었으나 민효연이 옆에 있어 더는 물어보지 못했다.민효연과 설영준은 모두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그들의 앞에서 송재이는 언제나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초등학생처럼 영혼마저 털린 듯 비밀이 없어진다.민효연의 의아스러워하는 눈빛에 그녀는 주눅이 들어 뒤로 물러났다.피곤한 송재이는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자려 했다. 그런데 설영준의 차가 그녀의 아파트 건물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지난번에 설영준이 그녀를 끌고 차 안에서 한 짓을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여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느꼈다.“여긴 왜 왔어?”송재이는 자신의 차를 세우고는 설영준의 차 옆으로 걸어가서 창문을 두드렸다.설영준은 진작 송재이를 보았으나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오히려 여유만만하게 그녀가 먼저 내리기를 기다렸다.그리고 그녀가 그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설영준은 두 손을 머리 뒤로 기대고 여유롭고 편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재이 씨 방금 데이트했어? 왜 이렇게 예쁘게 꾸몄어?”설영준은 무심한 듯 덤덤하게 물었다.송재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힐끗 보았다.‘평소와 같은 차림새일 뿐, 별거 없어.’“나 수업 끝났어.”송재이가 말했다.“민효연 사장님 댁에서 돌아온 거야?”설영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응.”“도정원 대표님도 만났어?”송재이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저었다.“아니.”설영준은 덤덤하게 송재이의 표정을 눈여겨보았다.그러다가 조수석에서 크라프트 백을 불쑥 들어 올렸다. 꽤 큰 봉지였다.“자, 네 거야!”봉지 안에는 송재이가 앞서 장하 별장에 남겨둔 옷가지가 담겨있었다.당시 그녀는 캐리어 공간이 부족해서 물건을 다 가져오지 못했다.나머지 것들은 가질 생각이
또 보름이 지났다. 오케스트라는 섣달 그믐날이 되어서야 마침내 쉬기 시작했다.송재이는 일찍 일어나 물건을 사서 어머니의 묘소로 차를 몰고 갔다.철이 들었는지 이제는 울지 않고 웃으며 엄마한테 좋은 말을 했다.돌아오니 거리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모두 기쁨에 겨워 새해맞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따금 멀지 않은 곳에서 새 해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이웃들도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었다.이렇게 떠들썩한 날에 송재이는 오히려 홀로 있었다. 작년에는 병실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기에 쓸쓸했지만 외롭지 않았다.하지만 올해는...갑자기 도정원과 연우가 생각났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둘은 나의 가족일까?’송재이는 알고 싶었으나 감히 증거를 찾지 못했다.송재이는 집으로 돌아온 후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텔레비전을 켰다.텔레비전에서는 설날 특집이 한창이었다.그녀는 집안의 쓸쓸한 분위기를 깨려고 볼륨을 좀 높였으나 줄곧 딴생각하고 있었다.이때 유은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유은정은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했다.유은정은 송재이가 혼자 설 쇠는 것을 알고는 외로워할까 봐 집으로 초대했다.송재이는 동정과 연민을 받고 싶지 않아 유은정의 성의를 거절했다.“괜찮아, 설날 특집 보다가 일찍 씻고 잘 거야.”유은정은 한참 동안 조용히 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심심하면 언제든지 놀러와. 우리 엄마 아빠 모두 너를 환영해.”“그래!”전화를 끊자 송재이의 웃음도 사라졌다.그녀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 화장실을 가려고 했다.무심코 텔레비전을 힐끗 보니 광고가 방송되고 있었다.다섯 식구가 나란히 모여 떡국을 만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떡국! 송재이는 예전에 엄마에게서 떡국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었기에 솜씨가 좋았다.도씨 부자를 찾아갈 핑계가 없었는데 마침 떡국을 만들어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저번에 도경욱이 입원했을 때도 가봤으니 억지는 아니겠지?’
설영준을 보자마자 그날 화가 나서 울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또 가슴이 아팠다.송재이는 입술을 깨물고 화가 나서 말했다.“너! 난... 싫어!”송재이가 자기도 모르게 거절하자 박윤찬과 설도영은 동시에 멍해졌다.평소에 송재이는 부드럽고 얌전해 보였으나 방금 얼굴에 억지가 스쳐 지나갔다.설도영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다짜고짜 송재이의 쇼핑백을 들어 차 안에 실었다.“악!”설도영에게 끌려가는 송재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재이 씨,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라 택시 잡기가 어려워요. 우리가 데려다줄게요. 항상 귀찮게 하였는데 이번엔 우리 형이 나를 대신해서 보답하게 해요. 그렇죠? 형, 운전해요!”설도영은 건방을 떨며 감히 설영준에게 운전하라고 지시했다.설영준이 백미러에서 설도영을 보자 설도영은 입을 다물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형, 운전해요, 집에 가요.”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설영준의 차에 탔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영준과 함께 이 차에서 섹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차에는 또 갑자기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송재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마치 자신의 가장 은밀한 사생활을 다른 사람이 엿보인 것 같아 부끄러웠다.그녀는 또 몰래 설영준을 힐끔 보았다. 그녀의 자리에서는 그의 옆모습만 보였다.설영준은 운전대를 잡고는 운전에 몰두했다.‘이 사람은 어색하지도 않아? 나만 부끄러워하고 있어?’송재이는 설영준의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그날 설영준은 갑자기 영문도 모르는 그녀 앞에서 그녀의 옷을 집어 던졌는데, 마치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많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또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려 한다.하지만 이것은 설영준의 생각이 아니라 박윤찬과 설도영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호의를 베풀었을 수도 있다.“재이 씨, 이 봉지 안에 떡국 재료가 가득하네요. 식구가 몇 분이세요? 이렇게 많이 샀어요?”“아!”정신을 차리고 보니 설도영이 호기심에 쇼핑백을 열어보고
‘분위기까지 조절해?’‘내가 마스코트야?’송재이는 설도영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이상한 말을 하는 이 아이는 사춘기였다.송재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 떡국 재료도 샀는데...”“같이 먹어!”설영준이 말했다.그는 송재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설동훈과 오서희가 없으니 송재이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원래는 집에 돌아가서 떡국을 많이 만들어서 도씨 부자에게 주려고 했었는데 이러면 떡국을 줄 수 없게 된다.송재이는 걱정이 되어 창밖을 바라보았다.바깥 거리에 사람이 갈수록 적어졌고 차는 교외를 향해 천천히 산길을 달렸다. 설씨네 집과 가까워졌다.어떤 일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예전에 설도영과 함께 있었던 그 3년, 사실 그녀는 매년 섣달 그믐날 그와 함께 있고 싶었으나 그는 항상 곁에 없었다.그때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소녀 같은 생각과 환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그녀를 위해 원칙을 깨거나 갑자기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를 바라는 등이런 비현실적인 망상을 가지고 그녀는 세월을 보냈다.하지만 송재이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망상을 접었을 때, 그는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 설을 쇠겠다고 말했다. 비록 설도영과 박윤찬도 함께 있었지만 송재이에게는 남다른 설이었다.다시 설씨 저택에 돌아오니 이곳의 모든 것이 익숙하고도 낯설었다.지난번에 떠날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나 이렇게 다시 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대문에서 별장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설도영과 설영준이 앞에서 걸었고 송재이가 그 뒤를 따랐다.마지막으로 박윤찬은 손에 쇼핑백을 들고 걸었다.“지민건 사건은 이미 판결이 났으니 적어도 1년 이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갑자기 뒤에서 박윤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네!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어요. 상업적으로 그를 억압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왜 항상 저를 괴롭혔는지 모르겠어요.”송재이는 참지 못하고 하소연했다. 박윤찬은 가볍게 웃으며
설도영도 마침 고개를 돌려 설영준과 박윤찬, 송재이, 세 사람을 보았다.그는 눈썹을 찡그리고 설영준과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주춤했다. 설날에도 매를 맞고 싶지 않았다.‘됐어! 입 다물고 벙어리가 되는 것이 나아.’설 씨 저택에는 뜻밖에도 아줌마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모두 휴가여서 그들 몇 명만 있었다.박윤찬은 집에 들어온 후 잠시도 쉬지 않고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손을 씻고 서랍에서 앞치마를 꺼내서 전을 부치고 떡국을 만들려 했다.설도영이 거실로 가서 텔레비전을 켜자, 안에서 떠들썩한 설날 특집 소리가 들려왔다.원래 화려하고 냉랭한 인상을 주던 설씨 저택에서 뜻밖에도 설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설도영은 텔레비전에 빠져들었고 송재이와 설영준은 안방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송재이는 입술을 깨물었다.“난 혼자 설 쇠는 것이 편해. 왜 하필 나를 영준 씨 집에 데려왔어?”“분위기 메이커.”설영준은 냉담하게 말했다.송재이는 언짢았다. 이 말은 마치 늙은 술꾼이 술자리에서 아가씨들을 찾아 자기의 나쁜 취미를 만족시키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이 세 남자는 누구도 ‘늙은이’가 아니었다.나이가 제일 많은 설영준도 28세밖에 안 되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윤찬 씨를 도와 채소 씻으러 부엌으로 갈게.”송재이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빠른 걸음으로 부엌에 들어갔다.설영준만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았다.거실에는 설영준과 설도영만 남았다.“형, 왜 재이 씨를 이렇게 무섭게 대해요?”설도영을 텔레비전을 보며 설영준에게 물었다.설영준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내가 무서워?”“여자들은 담이 작고 수줍음이 많아서 달래야 해요.”설도영은 진지하게 말했다.“너 여자친구 생겼어?”“...네?”설도영은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돌렸다.“난 이제 겨우 16살이에요. 친구들은 너무 어려서 눈에 띄지 않아요!”“여자친구도 없는데 무슨 경험담이야?”설영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설도영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
설영준은 송재이가 도정원과 연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말을 하다 보니 그녀가 활짝 웃는 것을 보았다.박윤찬은 대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했다.그래서 떡국이나 김치, 전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송재이는 도정원과 통화한 후 박윤찬을 도와 계속 음식을 만들었다.음식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갈까 봐 질끈 동여매고는 진지하게 만들었다.전을 부치는 그녀의 얼굴은 얌전하고 부드러웠다.고개를 숙이니 머리카락 몇 올이 귓가에서 흘러내렸다. 설영준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가늘고 늘씬한 몸매,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외모, 아무리 보아도 미인이 따로 없었다.설영준은 많은 사람을 봐왔기에 진정한 미인을 한눈에 알아봤다.그렇지 않았다면, 한눈에 반하지 않았을 것이다.송재이의 어머니가 아프고, 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와 교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녀가 좀 못생겼으면 이런 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다.‘틀림없이 나 외에도 송재이에게 반한 남자가 적지 않을 거야.’설영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송재이를 보면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아 간지러운지 송재이는 손으로 얼굴을 긁었다.손에 있는 밀가루가 얼굴에 묻었지만 송재이는 얼굴에 밀가루가 묻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전을 부쳤다.열심히 전을 부치는 모습은 마치 열심히 숙제하는 초등학생 같았다.맞은편 박윤찬은 그녀의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귀엽고 예뻐 사랑을 듬뿍 받을 외모지만 하필이면 전을 부치고 있는데 게다가 아주 열심히 한다. 동그랗게 구워진 전은 앙증맞고 깜찍해서 마치 예술품과 같았다.박윤찬은 원래 잘 웃지 않으나 송재이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옆에서 티슈를 꺼내어 얼굴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네? 여기요?”송재이는 부끄러워하며 티슈를 받아 두 번이나 닦았지만 제대로 닦지 못했다. 박윤찬은 휴대전화를 꺼내어 거울삼아 비춰줬고, 그제야 송재이는 겨우 밀가루를 닦아냈다.박윤찬과 송재이는 모두 손놀
음식을 다 먹은 후 박윤찬은 일어나서 설거지했다. 송재이는 설씨 저택에 놀러 온 손님이기에 밥을 다 먹은 후 손을 떼고 바로 갈 수 없었다.그래서 덩달아 바쁘게 움직였다.바깥 날씨가 이미 어두워졌다. 그믐날 밤, 멀리서 불꽃놀이 소리가 들려왔다.갑자기 밤하늘로 치솟는 불꽃도 있다. 송재이는 창가에 서서 잠시 바라보았다.설도영은 흥분된 얼굴로 갑자기 2층에서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재이 선생님, 우리도 불꽃놀이 해요!”말을 마친 후 설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형, 해도 돼?”“마음대로!”설영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런 후 네 사람은 불꽃을 나누었다.송재이는 이미 몇 년이나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기대가 되었다.설영준은 흰 셔츠만 입었고 마당으로 나갈 때는 잿빛 스웨터를 하나 더 껴입었다.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가 손가락 사이에 끼고는 송재이의 불꽃에 불을 붙였다.불꽃에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밝아졌다.또렷하고 환한 불꽃은 그녀의 얼굴을 화사하게 비추었다.수많은 별빛이 그녀의 눈에 비쳐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여기서 설도영이 가장 어렸지만, 오히려 송재이가 제일 즐거워했다.“마음에 들어?”설영준은 그녀의 뒤에 서서 폴짝폴짝 뒤는 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한마디 물었다.“응!”송재이는 불꽃놀이를 하며 대답했다.설영준은 하늘 높이 치솟는 불꽃에 불을 붙이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불꽃은 하늘로 뛰어올라 밤하늘에서 꽃을 피웠다.송재이는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다.별장 구역은 인가가 드물다. 주변은 거의 그들의 불꽃놀이 장소로 변했다.다른 사람들도 함께였지만 이것은 송재이와 설영준이 함께한 첫 설이었다.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밤하늘에 흩어진 불꽃을 보며 송재이는 마음속으로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심정을 몰랐다. 아마 그에게는 오늘 밤도 여느 날처럼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송재이는 영원히 오늘 밤과 이 불꽃놀이를 기억할 것이다.앞으로 힘들고 외로운 길을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