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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아이가 생겼다는 탁유미의 말은 그저 감정을 이용해 자신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발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틀렸다. 애초에 자신은 그녀에게 감정 따위 남아 있지 않으니까!

요만큼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다!

이경빈은 마음속으로 이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하지만 왜인지 그녀가 피를 뚝뚝 흘리던 그 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탁유미는 그날, 마치 그와의 인연을 모두 잘라내려는 듯했다.

얼마나 어렵게 그녀를 다시 찾아냈는데 만약 이대로 또다시 못 보게 된다면...

이런 가정을 할 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

아직 제대로 복수를 끝내지도 못했는데, 고작 몇 년 옥살이 한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경빈은 결국 돌고 돌아 그 핑계로 자신을 설득하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그 여자한테 사람 붙여. 그리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알리고.”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쉽게 사라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탁유미, 날 안 보는 게 네 소원이면, 나는 절대 그 소원이 이뤄지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

탁유미의 집에서 나온 후 곽동현은 임유진을 입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가는 길, 곽동현이 물었다.

“윤이네 정말 이사 가기로 한 거예요?”

“네.”

“아쉽네요. 윤이랑은 조금 더 같이 놀고 싶었는데.”

곽동현은 진심으로 윤이가 마음에 들었다.

“사는 곳이 달라지는 것뿐이에요. 앞으로 쭉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때 도로 반대편에서 차 한 대가 무섭게 돌진하더니 곽동현의 차가 목적인 듯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곽동현은 재빨리 핸들을 꺾은 후 브레이크를 밟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화가 났는지 안전벨트를 풀고 임유진에게 말했다.

“유진 씨는 여기 있어요. 대체 또 어떤 부잣집 도련님이 이런 정신머리로 운전을 하는 건지.”

그는 방금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차가 한정판 벤틀리에 가격이 어마어마한 차량이라는 걸 알고 있다.

곽동현이 운전석에서 내리려는데 임유진이 그의 손을 잡고 제지했다.

일부러라도 스킨십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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