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관리인은 신유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리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윗집 수도관이 터져서 이 집을 점검해야 해요.”서준혁은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말했다.“우리 집엔 문제가 없다니까요.”“저희는 안전을 생각해서 그래요.”관리인은 여전히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신유리는 내키지 않았다. 한밤중에 두세 명의 낯선 남자를 집에 들이는 건 조금 무서웠다.그녀가 다시 거절하려는데, 서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그래요.” 그는 말하고 바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도 함께 들어갈 기세였다.신유리는 그를 바라보니 한밤중에 깨어난 짜증이 밀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야?”“이 집을 누가 샀는지 잊은 거야?”서준혁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순간 신유리의 얼굴은 굳어졌고, 문틀을 잡고 있던 손이 꽉 쪼여졌다. 당시 이집은 서준혁이 편리를 위해 산 것이다. 그때 신유리는 화인그룹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녀가 버스로 출퇴근하니 서준혁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이 집을 산것이다. 그리고 힘들게 그녀를 설득해 이 집에 들어오게 했다. 그때 그녀는 서준혁이 그저 매일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했다. 신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준혁이 자신의 집에 들어가도록 내버려두었다.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 들어오자, 신유리는 갑자기 뭔가를 매우 분명하게 깨달았다. 지금 그녀의 집은 서준혁이 산 것이고, 그 뜻은 언제가 그가 이 집을 다시 뺏는다면 그녀는 지낼 곳도 없는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관리인은 안에서 잠시 검사하고 바로 나왔다.서준혁은 맨 마지막에 나왔다. 그는 신유리를 흘겨보며 의미심장한 태도로 말했다.“그래도 머리는 있네. 안전 의식이 있는 거 보면.” 신유리는 그를 쳐다보며 침묵하다 이내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 돌아오긴 했는데 잠은 이미 다 달아났다. 그녀는 핸드폰을
외할아버지는 어리둥절 했다.“멀쩡한 직장을 왜 그만두고 싶어?” 신유리가 인화 그룹에 머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준혁 때문이냐...” 외할아버지는 서준혁과 신유리의 일에 대해 지난번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미 대충 알았다. 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아니에요.”신유리는 스스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그냥 몇 년 동안 계속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재미없어졌어요.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해 보고 싶어요.” 외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말하려다 멈췄다.신유리는 대화 화제를 돌렸다.“의사가 조만간 퇴원 준비해도 된대요?” 외할아버지는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고는 회사 일에 대해 더는 묻지 않았다. 신유리는 저녁때까지 병원에 머물렀고, 할아버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신의 감사 문자를 받았다. 그녀가 막 답장을 하려는데,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는 멈칫하다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한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유리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혜원 중개소입니다. 어젯밤에 주택 임대에 대해 문의하셨죠? 혹시 집을 임대 맡기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임대하고 싶으신 건가요?” 신유리는 어젯밤 잠이 안 와서 부동산 어플을 훑어보다가 결국 계정까지 등록했다.그러자 그녀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저 집 구하려고요.” “그럼 어떤 기준이나 아니면 마음에 드시는 집 있으신가요?”“좀 싼 거요.”신유리가 대답했다.그녀는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책상 위의 무늬를 바라보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언제 들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중개인도 와서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바로 말을 바꿨다.“그럼 카톡 추가할 수 있을 까요? 나중에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연
신유리도 더는 설명하지 않고 곧장 사무실로 돌아갔다. 서류를 금요일 전까지 모두 정리하여 제출하라고 하자, 사무실은 과연 우는 소리로 가득 찼다.양예슬은 얼굴을 찡그리며 신유리에게 물었다.“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비서부에 무슨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걸까요? 예전에는 일주일이었는데 지금은 4일이네요.” 그러자 신유리가 말했다. “요즘 회사에서 몇 가지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서 좀 바쁜 건 사실이에요.”사실이니 양예슬도 할말이 없어 한숨만 쉬었다.“서 대표님이 보너스를 주시는 걸 봐서라도 열심히 야근해야죠.” 신유리는 서준혁이 요구했던 서류 두 개를 그의 이메일로 보낸 다음, 카톡으로 그에게 알려줬다. 점심시간이 되자, 곽정희는 같이 밥 먹기 위해 신유리를 찾아왔다. 그녀는 훨씬 효율이 있었다. 식사 중에도 노트북을 챙겨 제출된 이력서를 선별했다. 화인 그룹의 직원 대우가 아주 좋기 때문에 매년 많은 졸업생이 화인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 신유리의 휴대폰도 울렸다. 전화를 들어보니, 정재준의 생일에 찍은 사진들을 서로 전송해 주고 있었다. 대부분 우서진이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의 사진 찍는 스킬은 최악이었다. 찍힌 사진들을 보면 눈을 뜨고 봐줄 수가 없는 것들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톡방에는 각종 욕설이 난무했다.“유리야.”한창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곽정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고개를 들었다.“왜?”곽정희는 눈을 깜빡이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봐, 내 말이 맞지? 송지음이 정규직으로 전환했어. 쥴리 언니가 직접 파일을 달라고 하잖아” 그녀는 쥴리가 막 보낸 메시지를 신유리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쥴리가 그녀에게 오후에 송지음의 파일을 찾아놓으라는 것이었다. 신유리는 슬쩍 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쥴리는 까다롭기고 유명한데, 만약 서준혁이 말하지 않았다면 쥴리는 송지음의 일에 적극적으로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신유리는
신유리는 송지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녀의 인턴 기간도 거의 끝나가니 말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쥴리가 이미 파일 다 옮겨가지 않았어?”“자료는 아직 비서부에 있어. 부서는 옮기지 않았으니까.”서준혁이 말했다. 신유리의 미간이 흔들렸다. 송지음은 원래 화인 그룹의 비서부에 있었다. 나중에 서준혁에 의해 대표 사무실로 오게 된 것이다. 화인 그룹의 비서부와 대표 사무실 비서부는 두 부서로 나뉘어 있다. 신유리는 송지음에 대한 서준혁의 애정을 생각하면 진작에 옮겨 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지음의 인턴 보고서를 자신이 작성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눈이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자신의 감정을 가렸다. 송지음이 부서를 옮겼는지 안 옮겼는지는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고, 자기 몫의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신유리가 서준혁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송지음은 즐거워하며 말했다.“오늘 내가 저녁 살게요.”그녀가 나오자, 송지음은 눈을 깜빡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유리 언니도 같이 가는 거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언니가 저 항상 데리고 다녔잖아요.”신유리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아니야, 너희들끼리 놀아.”“하지만 언니...”송지음은 그녀를 가로막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기 왜 모두한테 저녁 사는지 몰라요? 나 정규직으로 전환했어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잘난척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말하고는 신유리의 팔짱을 끼며 친한척했다. 그러고는 또다시 밝은 말투로 말했다.“준혁 오빠도 저한테 가장 빨리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턴이라고 했어요. 유리 언니보다도 빠르다고.” 송지음은 말끝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녀가 어느 방면의 정규직 전환을 말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축하해.”신유리가 말했다. 송지음은 원래 신유리 앞에서 제대로 자랑하고 싶었는데, 그녀의 한마디에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어서 그닥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답답해
쥴리는 송지음이 자신을 두어 번 부른 뒤에야 생각을 멈췄다. 그녀는 다시 송지음을 쳐다봤을 때 갑자기 지루한 느낌이 들어 샐러드 하나를 주문하고 앉아서 휴대폰을 보았다. 한편 신유리는 샤브샤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젊은 인턴들의 모습을 따라 하며 머리를 묶고 소매를 걷어붙였다.양예슬은 사람들에게 더 주문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뭘 그리 어려워들 해요. 유리 언니가 쏜다는 데 많이 먹어야죠?” 비록 신유리가 회사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양예슬은 그녀와 함께 지낸 시간 동안 신유리가 사실 매우 심플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양예슬이 신유리에게 물었다.“유리 언니,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난 다 괜찮아요.” 신유리가 대답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인턴들은 서로를 밀며 신유리에게 걸어왔다.신유리의 옆에 앉은 양예슬이 그 상황을 보고 물었다.“청아 씨, 유리 언니랑 할 얘기 있어요? 내가 자리 비켜줄까요?”“아니요.”맨 앞으로 밀려난 오청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했다.“유리 언니, 그동안 잘 보살펴 주신 것에 감사드리기 위해 제가 한 잔 따를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들은 사실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 물어보러 온 것이라는 걸.그녀는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일만 열심히 잘하면 돼요.” 역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다. 오청아는 더 물어보기가 미안해서 몇 마디 다른 얘기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신유리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서 젓가락질을 몇 번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예 혼자 자리를 옮겨 룸의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신은 수시로 업무 진행 상황을 보내왔다. 신유리가 막 파일 하나를 클릭하자마자 외할아버지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가 오늘 밤 병원에 가지 않아, 외할아버지는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되었다.신유리는 휴대폰을 들고 룸에서 나와 좀 조용한 곳에서 전
하정숙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매우 거칠었다. 신유리는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하정숙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하정숙은 그녀가 가만있는 것을 보고 더욱 비꼬며 비아냥거렸다.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지? 준혁이가 너 같은 여자와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씨 가문 사람이랑 사랑에 빠졌다고 하니 이 참에 너가 준혁이 곁을 떠나 우리 체면이라도 세우는 편이 낫겠다.”신유리의 표정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정숙을 바라보았다. 갈색 눈동자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그 말은 송지음에게 하셔야죠.”하정숙이 개의치 않은 듯 싸늘한 비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 하려는 순간, 서준혁이 서재에서 나왔다.이어 서준혁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그에게 상기시켰다. "주말에 임 아가씨랑 저녁 식사하는 거 잊지 마렴."서준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표정으로 말했다. “전 가겠다고 한 적 없어요."하정숙은 말했다. "너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통보하는거야."서준혁은 서씨 저택 대문을 나설 때까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에게 풍기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눈살을 찌푸렸다. 서준혁은 지금 확실히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녀는 이 상태로 서준혁과 함께 있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운전을 하기 위해 서준혁보다 두 발 앞서서 걸어갔지만 차문에 다다르자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운전할게.”신유리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감정적으로 운전하는 건 좋지 않을텐데."하지만 서준혁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지금 네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지 않아?”신유리는 방금 하정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서준혁도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니 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서준혁에게 키를 건네주고 조수석에 탔다.신유리의 이 차는 고가의 외제차가 아니라 그저 몇 백만 원짜리의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 그녀는 이 차를 부드럽게
서준혁은 감정이 거의 없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잠시 후 목젖이 약간 움직이더니 말했다. “그렇지 않아.”송지음의 표정은 알게 모르게 굳어졌다. 그럼에도 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서준혁이 적당한 선에서만 그녀를 좋아할 뿐,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잠시 서준혁을 바라보다가 힘없이 말했다. "그럼 나도 한번 믿어줘. 나도 나쁘지 않다고."서준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가봐."송지음은 차에서 내렸고, 뒤를 돌자마자 환한 미소가 서서히 사라져갔다.신유리는 그곳에서 1시 30분까지 바쁘게 일하다가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졸린 나머지 바로 잠들었다.하지만 그녀가 대접한 요리는 꽤 효과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가 가장 늦게 출근한 사람이었다.양예슬은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인사하며 바로 파일을 하나 건넸다. "유리 언니, 여기 보고된 자료가 예전에 주셨던 주간 보고 자료와 달라요."신유리가 물었다. "오늘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해?"“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잖아요.” 양예슬은 힘차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주셨는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사무실 사람들 모두 사이가 돈독한 편이었고, 신유리가 갑자기 이곳으로 전근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하지만 어젯밤 그녀의 요리를 먹은 뒤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적어도 그녀를 만나면 인사를 하곤 했다.신유리는 과거에 최대한 빨리 승진하기 위해 거의 전적으로 업무에만 집중했고, 동료들 간의 관계에는 매우 무관심했다.나중에 서준혁과 함께한 뒤로는 주변에 동료도 몇 명 안 됐고, 직위에 때문에 친해지고자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화인에서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사무실에서는 양예슬의 환대 덕분에 잘 어울리고 있었다.그래서 어젯밤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로 초대를 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
신유리는 서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서준혁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무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는 대로 해." 그의 말투는 매우 차분했고,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하지만 신유리는 서준혁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 실적대로 송지음을 내보낸다면, 서준혁도 그녀를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았다.신유리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그녀는 말을 마친 후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송지음은 아직 밖에 있었고 신유리를 보아도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제 자신이 정직원이 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조심하지 않았다.신유리가 그녀 옆을 지나가다 잠시 멈춰 서서 옆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정규직 신청서를 제출하는 걸 잊지 마. 기한이 지나면 나도 기다리지 않을 거니까."송지음의 표정은 약간 굳어 있었다. 이미 쥴리가 그녀에게 정규직 신청을 비서실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었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유리 언니. 내일 넘겨드릴게요." 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나갔다. 그녀는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병원에 가야 했다.화연의 업무강도가 높아서, 비서실로 돌아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근하지도 않고 야근을 하고 있었다.양예슬은 그녀가 오후에 병원에 간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리 언니, 응급 상황인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빨리 가보세요."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가려던 중 생각난 것이 있어 양예슬에게 말했다. "너무 늦게까지 야근하지 마세요. 다들 나중에 커피라도 주문하세요 비용은 제가 계산할게요.""유리 언니, 왜 이렇게까지 해주세요?" 양예슬은 다소 화난 말투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회사를 나섰을 때는 이미 조금 늦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식사 중이었다. 그의 상태는 매우 호전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