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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초가을의 바람은 차가웠다.

신유리가 말을 하기도 전에 이신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마가 왜 이렇게 차? 옷 너무 얇게 입은 거 아니야?”

신유리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며 이신의 손을 피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바람 때문에 그래.”

이신은 그녀가 분명히 피하는 모습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손을 거두어들이며 신유리 머리 위에 있는 청록색의 작은 덩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시 있으니까 조심해.”

신유리는 그제야 그가 가리키는 덩굴을 보았다. 청록색의 덩굴 위로 파란색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고 꽃 옆에는 작고 뾰족한 가시들이 나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쪽은 모두 오래된 집이라 집집마다 지붕이나 베란다가 이런 덩굴에 둘러싸여 있었다.

신유리는 처음에 평범한 식물로 알고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 이상한 듯 물었다.

“왜 집집마다 이 식물을 심는 거야?”

“예전엔 안전을 위해서 심었어. 이 식물은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좋은 보안 수단이었어.”

이신이 말을 마치자 신유리는 그제야 그가 거둬들인 손등이 약간 붉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신을 향해 물었다.

“손 좀 보여줘 봐.”

이신은 잠시 멈칫하다가 손을 신유리 앞으로 내밀었다. 손등은 가시에 긁힌 상처가 나 있었다. 비록 상처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붉게 부어올랐다.

신유리는 그 몇 갈래의 긁힌 자국을 보면서 가책을 느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다쳤네.”

이신은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 가시의 날카로운 정도를 신유리가 모르는 것도 아닌 데다가 이미 이신의 손등에 상처까지 나 있었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내 기억이 맞으면 앞에 진료소가 있었던 것 같아. 같이 가자. 네 손이 얼마나 귀중한 손인데.”

이신은 버닝 스타의 디자이너로서 평소 전시회의 설계도마저도 그가 그려야 하는 상황인데 신유리는 이대로 그냥 놔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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