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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신유리의 이 말은 다소 자조적이었다.

비록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서준혁은 지난번 그의 사무실에서 주현과 하정숙을 만났을 때 직접 뱉은 말이었다.

신유리의 성격은 인자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송지음의 일도 아직 처리되지 않아서 좋은 태도로 서준혁을 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요즘 버닝 스타와 화인 그룹의 일은 당분간 허경천이 맡고 있었다.

이번에도 허경천은 화인 그룹의 사람들과 연락이 안 돼서 신유리가 직접 이석민한테 연락한 것이었다.

그녀는 속눈썹을 떨더니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커피숍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단지 느리고 경쾌한 피아노곡 한 곡만 울려 퍼졌다. 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 속에 신유리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는 손가락을 굽혀 손가락 마디로 탁자 위를 덤덤하게 두드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 탓이라는 거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께서 생각이 많으신 것 같네요. 전 그저 이런 상황에 대해 말했을 뿐이에요.”

서준혁은 새까만 눈동자에 냉소가 스쳐 지나갔지만 신유리의 안색은 전혀 변함없었다.

“대표님.”

옆에 있던 이석민은 상황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서준혁에게 주의를 주었다.

“4시에 미팅이 잡혀있어서 아직 40분 남았습니다.”

서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더니 이내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냉담했고 얼굴의 감정도 모두 거두어들인 채 공적인 일은 공정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이었다.

“3단계 기획안과 2단계 보고서까지 모두 올리고 나서 재무부를 찾아가 송금받으세요.”

이건 거의 다 됐다는 뜻이었다.

신유리는 원래 서준혁이 또 트집을 잡으면서 며칠을 끌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서준혁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럼 대표님께서 먼저 서명해 주세요.”

서준혁은 신유리가 정 없이 서류를 내밀자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내 눈을 내리깔고 입을 오므린 채 양미간 사이도 어둡게 드리워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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