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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응.”

태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집으로 들어온 예정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청국장을 좀 포장했는데, 먹어볼래요?”

태윤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호텔에서 그렇게 먹어놓고 또 먹는단 말이야? 진짜 먹보 아냐?

“청국장은 냄새가 좀 고약하긴 해도 먹을수록 맛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 남자분은 청국장을 아주 좋아했데요.”

예정은 태윤 옆에 앉아 비닐을 열었다. 청국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태윤은 슬쩍 자리를 옆으로 피했다. 거리를 좀 두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일부러 맡을 필요는 없으니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

“아, 만 원짜리에 있는 그 남자요.”

“…….”

태윤이 돈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은행카드의 일련번호뿐이다.

“한 입맛 좀 봐요. 맛있다니까. 진짜로, 보기랑 달라요. 먹으면 맛있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

“당신이나 먹어, 그리고 말이야, 베란다에 가서 먹으면 안 돼? 냄새 못 참겠어.”

예정은 태윤의 토할 것 같은 표정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돈 잘 버는 사람들은 좀 까다롭고 예민하게 사는 것 같아.’

예정은 베란다에서 맛있게 청국장을 먹어 치웠다.

태윤은 방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은 모두 다 다른 법이니까.

“태윤씨, 오늘 저녁에 야근할 필요 없으면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날 수 있나요?”

예정은 베란다에서 물었다.

태윤은 잠시 침묵했다가 차갑게 물었다.

“무슨 일?”

‘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차가운 사람인 것 같아.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차갑잖아.’

예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런 사람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 어느 날 더 이상 못 참겠으면, 이혼하면 그만이다.

“내일 꽃가게까지 좀 태워다 줘요. 화분 몇 개 좀 사서 베란다에 두고 키우려고요. 당신이 차가 있으니까 편하잖아요.”

태윤은 말이 없었다.

“일찍 못 일어나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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