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빈은 계속해서 물었다.“전 대표, 전 대표의 아내감이 담긴 사진 한번 볼 수 있을까요?”“그건 안 돼요. 고빈 씨가 마음에 들어 하면 제가 제 무덤을 파헤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고빈은 어이없었다.“제가 그녀에 대한 구애가 성공하게 되어 결혼한다면 꼭 고빈 씨를 초대할게요. 그렇게 되면 고빈 씨도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전호영과 고현의 결혼식에는 고빈 처남이 빠질 수 없었다.전호영의 말을 듣더니 고빈은 더 이상 자주 사진을 요구하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고빈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전 대표가 결혼하면 꼭 저를 초대해야 해요. 가능하다면 제가 전 대표의 들러리가 되어 드릴게요. 제가 좋은 기운을 이어받아 다음번에 결혼할 사람이 될 거예요.”“우리 부모님은 제가 집에만 돌아오면 저의 결혼 때문에 자꾸 잔소리하거든요.”전호영은 웃기만 했을 뿐 허락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 처남이 들러리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처남을 신랑 들러리로 세울 수 있다면 그때 다시 고빈이게 답장할 계획이었다.고빈은 미래의 처남이자 유일한 처남이기 때문에 전호영은 그래도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잠깐 다녀올게요.”전호영은 물을 많이 마셨다.전호영이 떠나자 고현은 중얼거렸다.“참 교활한 녀석이군. 아직도 아내감이 누군지 안 알려주는구먼.”고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일을 먹으며 말했다.“어느 가문의 딸이든 우리와 관계는 없어.”고빈은 디저트를 누나 앞으로 밀어 놓으면서 말했다.전 대표가 자리에 없을 때 빨리 디저트 좀 먹어. 평소에 밖에서 많이 먹지도 못하잖아.”고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호텔에 식사 자리 예약해 놓았어. 곧 밥 먹으러 갈 건데 디저트 먹어서 뭐 하냐. 계속 안 먹다 보니 당기지도 않아.”고현은 디저트를 좋아했다. 하지만 남자로 분장한 지 오래되었기에 디저트도 잘 다치지 않았다.“난 배고파. 누나가 날 이렇게 빨리 불러온 탓에 아무것도 못 먹었단 말이야.”고빈은 또 디저트를 입에 넣고는 휴대전화기를
온천에 가서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폭로할 거로 의심했다.전호영은 꿍꿍이가 많았다. 고현이 정말 물로 내려간다면 정말 들통날지도 모른다.남자는 온천에 갈 때 반바지를 입고 물에 들어간다. 고현의 몸에는 가짜 복근을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옷을 벗으면 들통날 게 뻔했다.고현은 아예 물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전호영이 뭐라고 생각하든 계획대로 진행할 생각이었다.“고 대표 왜 물에 안 들어와요?”전호영과 고빈은 이미 물에 들어갔다. 고현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전호영은 고현을 향해 소리쳤다.고현은 잘생긴 얼굴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고현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눈빛으로 전호영의 건장한 몸을 감상했다.전호영의 몸집은 고빈보다 더 컸다. 동생은 연약해 보였다.고빈은 동생이 아직도 어리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의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고현은 미안해하며 대답했다.“최근에 제 피부에 염증이 있어요. 저는 안 내려갈게요.”고빈도 누나의 말에 맞장구쳤다.“우리 누나가 피부에 염증이 있어요. 좋아졌다 나빠졌다 해요. 아까 밥 먹을 때 전 대표가 눈치 못 챘겠지만 우리 누나가 생선류를 안 먹었어요. 먹으면 더 가려울까 봐 다치지도 않아요.”전호영은 이내 말했다.“제 불찰이에요. 고 대표가 피부에 문제가 있을 줄 몰랐어요. 그럴 줄 알았다면 온천에도 안 오는 건데. 고 대표가 지금 의자에만 앉았게 됐군요.”“괜찮아요. 당신들 천천히 몸을 담그며 쉬세요. 저는 이 근처로 돌아다닐게요.”말을 마친 고현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전호영과 동생이 금세 새로운 화제를 꺼내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더니 고현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고씨 집안 남매는 전호영과 같이 온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야 세 사람은 고씨 저택으로 돌아갔다.고빈은 집에 들어서자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쳤다.“엄마, 우리 다녀왔어요.”하인이 대답하였다.“두 분 모두 나가셨어요.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지만 부인께서 집에서
전호영은 이내 대답했다.“내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내가 게이라고 착각할걸. 그렇게 된다면 강성과 관성에서 내가 실시간 검색 1위로 오를지도 몰라.”전이진은 그 말을 듣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동생의 처지가 너무 웃긴 것이다.애초에 전씨 할머니가 여운초를 골라주셨을 때 전이진은 할머니가 너무 했다고 생각했다. 전이진의 아내감은 앞을 못 보기 때문이었다.여운초와 접촉한 후에야 전이진은 차츰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여전히 자신을 예뻐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운초는 순진한 모습으로 전이진을 자신에게 점점 빠져들게 했다.모두가 여운초를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전이진은 그녀와 접촉한 후에야 않았다. 여운초는 절대 순진한 양이 아니었다.여운초의 눈만 치료해 준다면 전이진은 완벽한 아내감이라고 생각했다.전호영의 아내감 고현과 비교해보면 전이진은 그래도 할머니가 자신을 더 이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전씨 할머니가 전씨 형제들에게 찾아준 아내감은 모두 완벽하지 않은, 구애하기 어려운 여자들이였다.형수님은 부족함이 없지만 형수님의 집안 배경이 조금 부족했다. 앞으로 전씨 가문의 진정한 큰 사모님이 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하예정은 요즘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다.전태윤도 하예정이 사업 때문에 자신을 소홀히 대한다고 원망이 가득할 저도였다.여운초는 눈이 안 보일 뿐 다른 방면은 우수했다. 하지만 고현은 아주 훌륭하지만 20년 넘게 남장을 하고 있었으니 전호영이 고현을 데려오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이진 형!”전이진의 호탕한 웃음에 전호영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전화 좀 끊고 웃으면 안 돼? 내가 지금 기분이 정말 별로란 말이야.”“널 들으라고 웃는 거야. 네가 듣지 못한다면 내가 아무리 크게 웃어도 네가 못 듣잖아. 그러게 누가 지금까지 미루고 있으랬어? 벌써 9월이야, 날짜도 안 보고 말이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
“우빈이 잠 든 거야?”“조금 전에 샤워하다가 잠들 뻔했거든. 점심에 쉬지도 않고 종일 놀더니 졸리지 않은 게 더 이상해. 지금 잠들면 아마 내일 점심에야 깨날 수 있을걸.”전태윤은 우빈을 침대에 눕히고 우빈의 옷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입혀줬다. 그리고 수건으로 우빈의 머리를 닦아 주었다.사내아이의 머리카락이 매우 짧았기에 마른 수건을 몇 번 닦아내니 바로 말랐다.그리고 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침대 반대편으로 옮긴 후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호영이가 왜 전화 왔어?”우빈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에야 전태윤은 다가와서 물었다.하예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전화기 너머 전호영에게 말했다.“남자든 여자든 일단 정상적으로 구애하는 건 어때요? 할머니가 호영 도련님을 해칠 리는 없잖아요.”전호영은 대답했다.“형수님, 둘째 형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 그래요. 고현 씨의 여성 신분을 들춰내느니 차라리 마음을 들춰내는 것이 더 효과 있을 거라고 봐요. 고현 씨는 어렸을 때부터 남장을 20년 넘게 하고 다녔는데 하루 이틀에 허점을 찾기는 바빠요.”“폭로하는 게 그리 쉬웠다면 고현 씨도 20년 넘게 분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지난번에 심효진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본 적 있어요.”“그분의 언행과 행동, 일거수일투족 모두 남자 다름없었어요. 그리고 가짜 목젖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을 일부러 낮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전혀 허점을 찾을 수 없겠던데요.”“고씨 그룹 사람들은 매일 고현 씨와 접촉해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어요.”“먼저 고현 씨의 여성 신분을 폭로할 생각이라면 올해가 지나가도 폭로할 수 없을 겁니다. 할머니가 도련님께 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죠?”하예정은 전호영이 처음부터 한 계획이 틀렸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한 다음에야 구애할 작정이었다.고현은 남자 행세를 20년 넘게 해왔다. 몸이 남자로 변하지 않았을 뿐, 그것 빼고는 진짜 남자
형수님과 둘째 형이 직접 고현에게 구애하라는 제안을 떠 올린 전호영은 내일부터 직접 쫓아다닐 계획이었다.게이라는 의심을 받고 실시간 검색에 오르더라도 자신이 진짜 게이가 아니라는 것만 알면 그뿐이었다.할머니가 전호영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음, 할머니가 날 해지지는 않으시겠지? 난 할머니의 친손자잖아.'그리고 조용한 하루가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전태윤은 일찍 관성으로 돌아갔다.하예정과 할머니는 예진 리조트에 남아 2, 3일 후에 다시 관성에 돌아갈 예정이었다.정겨울은 이미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 산후조리했다.우빈은 예진 리조트가 너무 좋았다. 많은 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기들이 말을 못 해도, 울기만 해도 그곳에서 놀기 너무 좋았다.매일 준호와 함께 정겨울한테로 달려가 아기들을 쳐다봤다.우빈이는 하예정에게 동생 한 명 낳아달라고 졸랐다. 준호은 남동생 네 명에 여동생이 한 명이 있다고 했다. 우빈이는 욕심이 그렇게 많지 않고 여동생 딱 한 명만 낳아달라고 졸랐다.하예정은 우빈의 말을 듣더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예정은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우빈의 손에 휴대전화를 쥐여주며 말했다.“동생 갖고 싶으면 엄마에게 말해봐.“우빈은 휴대전화를 꼭 쥐고는 하예진에게 말했다.“엄마, 나 동생 갖고 싶은데 언제 낳아 줄 거예요? 저는 욕심 안 부리고 동생 한 명만 있으면 돼요.”하예진은 한참 말이 없다가 그제야 대답했다.“엄마는 우빈이 하나로 충분해. 동생을 안 낳을 거야.”“왜요?”우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준호의 엄마는 준호에게 동생을 낳아줬는데 엄마는 왜 안돼?”하예진은 해석했다.”엄마는 낳고 싶지 않아. 엄마는 너 하나면 돼. 둘째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엄마와 아빠는 이미 이혼했어. 엄마 혼자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어.”아들이 갑자기 동생을 달라고 아우성쳤다. 알고 보니 모연정의 아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거었다.우빈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그러면 엄마가 아저씨와 함께 아이를 낳으면 안 돼?”엄
우빈이가 원한다면 엄마와 작은이모가 자신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하예진은 전화 건너편에서 정신없이 웃었다. 하예진은 계속 웃으며 말했다.“어쩐지 동생을 낳아달라고 조르나 했어. 그전에는 한 번도 이런 일로 싸운 적 없거든. 준호와 싸워서 그런 거였어.”“괜찮아, 금방 잊어버릴 거야. 나이가 비슷해서 잘 놀아서 다행이다. 가끔 장난감을 두고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가 금방 화해하고 그러는 거지 뭐. 애들은 다 그래.”하예정이 언니와 통화할 때 준호는 물총 두 자루를 들고 들어왔다.“우빈아.”“준호는 걸어오면서 우빈을 불렀다.“우빈아, 물총 놀이하러 가자. 나에게 물총 엄청 많으니까 너 한 자루 줄게.”“그래!”방금까지 서러워하던 우빈은 준호가 물총 놀이를 하러 가자고 부르는 소리에 바로 모든 것을 뒷전으로 하고 준호에게로 총총걸음으로 다가갔다.그리고 두 어린이는 보모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밖으로 나가 물총을 가지고 놀았다.“언니, 괜찮아요. 둘이 또 밖으로 물총놀이 하러 갔어.”“응, 언제쯤 돌아올 계획이야?”“며칠 후면 돌아갈 거야. 우빈이가 준호랑 더 놀고 싶다며 떠나지 않겠대. 유치원에 가기 싫은 모양이야.”하예진은 생각할수록 웃겼다.“놀음에 탐해서 엄마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유치원에도 가기 싫은가 봐. 그곳에서 이틀 정도 더 놀다가 돌아와. 마음도 잘 추슬러야 유치원 갈 때도 울지 않지.”“응. 언니. 주형인은 아직도 안 깨어났어?”하예정은 주형인의 안부를 물었다.“아직. 조금 전에 병원에 다녀왔거든. 주서인을 보러 갔는데 많이 다치지 않아서 곧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예진은 매일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하예진은 주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아들을 봐서이다. 다만 아들 때문에 전 형님과 시부모님을 보러 간 것뿐이다.주형인은 아직 중환자실에 누워있었고 주씨 집안 모두가 주형인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의사도 주형인이 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가족들이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기에
언니와의 통화를 마친 하예정은 우빈이가 밖에서 환하게 웃는 소리를 들었다. 하예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또 웃었다.“아이들의 기분은 꼭 날씨와 같다니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우빈이가 하예정에게 언제 동생을 낳아 줄 건지 캐묻지만 않으면 되었다.하예진은 자신의 새 가게로 돌아와 차를 세웠다. 이때 노동명이 휠체어를 타고 가게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경호원 한 명이 그의 휠체어를 밀면서 나왔다.노동명은 하예진을 찾으러 왔다. 하예진이 가게에 없는 것을 보자 바로 떠날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하예진이 이 시간에 돌아올 줄은 몰랐다.하예진이 차에서 내리자 노동명은 경호원에게 밀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노동명은 가게 입구에 앉아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하예진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동명 씨, 언제 오셨어요? 오래 기다리셨어요?”하예진은 걸어오면서 노동명을 보며 물었다.“제가 가게에 없을 때 급한 일 있으면 전화 주시지.”“나도 조금 전에 와서 둘러본 거야. 당신이 없는 걸 보고 집에 가려던 참에 당신이 돌아온 거야. 별일은 없고 그냥 당신을 보러 온 거야.”하예진은 지금 노동명이 일어나려 하는 자신감이자 버팀목이다.점점 더 훌륭해지는 그녀를 보면서 노동명은 위기감을 느껴야만 재활을 견지할 수 있었다.하예진이 걱정되었다. 노동명은 휠체어를 타서라도 하예진을 다른 남자들로부터 지켜야 했다.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예진은 노동명을 가게 안으로 밀어가면서 말했다.“사무실 실내장식이 끝났어요. 들어가서 물 한 잔 마셔요.”“그래.”노동명은 하예진이 그를 밀고 갈 때 고개를 돌려 하예진을 쳐다봤다.사무실에 들어서자 노동명은 물었다.“아까 어디 갔어? 당신이 하루 토스트에 있는 줄 알고 먼저 그곳으로 갔어. 그 가게에 없는 걸 보고 여기로 온 거야.”“병원에 다녀왔어요.”하예진은 솔직히 말했다.“주형인의 상황도 물어볼 겸 주서인을 보러 갔어요. 우빈의 아빠니까요.”노동명은 답했다.“응.”질투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
“예진아, 난 너를 너무 좋아해. 오랫동안 좋아해 왔어. 내가 너무 둔해서 일찍 당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어. 아니면 진작 고백했을 거야. 어쩌면 우리 서로에 대한 적응 기간이 지났을지도 몰라.”하예진은 노동명이 잡은 손을 빼고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예진은 고개를 들었다. 노동명의 기대 섞인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동명 씨, 내일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지금 바로 당신에게 답장 드릴 수 없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재혼을 생각해 본 적 없거든요.”“먼저 재활치료 잘 받으세요. 만약 당신이 회복한다면, 제가 마음이 바뀌면 다시 당신을 고려해 볼게요. 동명 씨에게 기회를 드릴게요.”이 답변이 노동명을 안심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희망 있는 대답이었다. 노동명은 웃으면서 답했다.“예진아, 희망이라도 줘서 고마워.”앞으로 노동명은 매일 재활 치료가 끝나면 경호원에게 하예진 한 테로 가자고 지시할 것이고 매일 얼굴도장을 찍을 계획이었다.다른 남자가 하예진에게 접근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하예진은 젊었다. 게다가 날씬한 몸매를 되찾아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그날 전태윤이 노동명을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간 날 하예진이 노동명을 데려다줬다. 하예진이 노동명을 밀고 가게를 나올 때 맞은편의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슈퍼의 젊은 사장이 하예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하예진은 아마 눈치도 못 챘을 것이다.노동명은 지금 불구이지만 그의 예리함은 하예진보다 조금 더 강했다. 그 슈퍼 사장의 눈빛을 보았다.“동명 씨, 저도 마음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지금 이런 생활이 너무 충실하고 자유로워요. 생각이 바뀌지 않을지도 몰라요.”하예진은 아들을 데리고 사는 이런 생활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면 낮에는 자유로워서 자신의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시집가게 된다면 시댁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 뻔했다. 노씨 집안이 재벌 가문이라 하예진이 아무것도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남편과 시댁 식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