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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태윤은 걔가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냥 마음 접으라고 설득 좀 해봐. 태윤은 자기 주위에 가족 빼고는, 한 번도 젊은 여자 문제에 얽힌 적이 없어. 정도 없고 배려도 없는 사람이라니까. 아무리 말해도 소현이 걔는 안 들리나 봐.“

성기현은 여동생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일이 좀 있어서, 내가 갈 수 없으니까 당신한테 부탁 좀 할게.”

“그래, 당신 일 봐. 지금 아가씨한테 가볼게. 아가씨 데리고 어머니랑 같이 쇼핑하지 뭐. 어머니 기분이 많이 가라앉아계신 것 같아....”

성기현의 아내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아주 좋다. 요즘 시어머니가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쇼핑하러 나왔다. 쇼핑하다 보면 어머니 기분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기현은 순간 침묵했다.

기현의 엄마, 이경혜가 우울한 이유가 바로 자기 여동생, 즉 기현의 이모인 이경희가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평생 여동생을 그리워했다.

이경혜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녀가 어렸을 때 가족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그녀와 네 살짜리 여동생만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 자매는 그렇게 보육원에 보내졌고 나중에 돈 많은 부부가 입양할 아이를 찾으러 보육원에 왔다.

그 부부는 이 자매 중 여동생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경혜는 당시 8살이였고 여동생은 4살이였다. 그녀는 동생을 매우 아꼈지만, 여동생이 부잣집에 입양된다는 사실을 알고 보육원에서 자라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부가 동생을 입양하는 것을 찬성했다.

자매는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남겼다. 그날 이후로 자매는 헤어졌고, 몇십 년이 흘렀다.

이경혜는 성인이 된 후 보육원을 나왔다. 그녀는 똑똑하고 강인한 사람이어서 자신의 노력으로 비즈니스계의 엘리트가 되었다. 사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으며, 사장 아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결국 재벌 집에 시집가 성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었다.

이경혜는 여유가 생긴 후, 여동생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나 몇십 년이 지나도록 소식 하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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