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해 뭐든지 해주는 대표님과 같은 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표님이 이해돼요. 저에 대해 조사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F 그룹에 오기 전 저는 아주 열심히 살았어요.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실 거예요.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동안 어르신이 F 그룹에서 얼마나 정직하게 달려왔는지 알고 있어요. 이번 일이 유일한 오점이고 딸을 위했던 마음에서 한순간 판단이 흐려진 거기에 용서하는 거예요.”염선의는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듣고 있던 최용길도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낯 뜨거워진 그가 엄선우를 바라보았다.“와이프 잘 얻었어요. 너무 우수한 사람이라 소중히 아껴야 할 것 같아요.”“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니 회사에 남도록 하세요.”염선의가 용서한다면 엄선우도 그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을 것이었다.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로서 최용길은 엄선우를 많이 배려했었다.몇 년 동안 자리를 비운 엄선우는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했고 그런 그에게 그 어떤 안 좋은 얘기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을 엄선우도 알고 있었다.“아니!”최용길은 단칼에 거절했다.“난 이제 늙어서 사퇴할 때도 됐어요. 내가 여기에 남아있으면 젊은이들의 성장에 방해만 돼요. 그러다 정신이 똑똑하지 못하는 날엔 일을 또 그르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엄대표는 나를 설득하려 들지 말아요. 물러나기로 했고 나의 회사지분 20프로를 대신 관리해 줘요.”엄선우: “최 대표, 이건...”최용길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엄 대표,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은데 들어줄 건가요?”“말씀하세요.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면 어떻게든 만족시켜 드릴게요.”엄선우는 흔쾌히 대답했다.“그게...”최용길은 최영희를 바라보았다.“내 딸을 이 아가씨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해줘요.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힘으로 해내고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가능할까요?”그는 다시 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아버지의 결정을
결혼?너무 갑작스러웠다.쥐구멍을 찾아 헤매던 여인걸과 임형준도 고개를 들어 염선의를 바라보았다.결혼도 발표했으니, 진짜다.여인걸과 임형준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그들은 사람을 멋대로 판단한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고 있었다.그들은 이미 잘못을 뉘우친 사람을 물고 놔주지 않았다.결국에는 상대를 무너뜨리기는커녕 자신들이 인생을 망친 꼴이 되었다.환호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슬며시 밖으로 빠져나온 여인걸과 임형준은 대판 싸웠다.서로의 얼굴은 긁히고 부었고 머리는 산발이 되었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하고 차에 앉아있던 신세희와 부소경이 이 광경을 보았다.신세희가 눈살을 찡그리며 말했다.“여자들의 싸움이 서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었는데 남자들도 왜 똑같네요? 나이가 많은 임형준이 여인걸을 당할 수 없다지만 여인걸의 얼굴을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놨네요. 혹시 우리가 너무 심했던 건 아니겠죠?”부소경은 고개를 저었다.임형준을 여인걸의 시야에 잡히게 하고 임형준이 염선의의 전 대표라는 정보를 무심하게 흘린 것도 부소경이 사람을 시켜 설계한 것이었다.부소경은 독했다.그와 신세희 그리고 엄선우는 평생 염선의를 도울 수 없었다.염선의가 마음을 고쳐먹게 하려면 어중간한 방법으론 해결이 되지 않았다.만약 이번 기회에 잘 견디고 이겨낸다면 이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부소경이 이렇게까지 그녀를 돕는 데에는 그녀에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서였다.아주 명석한 두뇌와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졌다.심리소질이 조금 약했을 뿐이고 자비감과 지나친 겸손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기에 조금 길을 터주면 높이 날 수 있었다.부소경은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 상태였다. 임형준이 오면 몇 가지 결과 일 거라고 예견했다.하나는 염선의가 그를 보고 움츠러들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였다. 이것이 제일 최악의 상황이다.부소경이 상상한 제일 이상적인 결과는 임형준과 염선의가 만난 후 서로 잠시 당황해하지만, 한 회사의 대표이고 어른인
꼴좋네.최용길의 말처럼 50대가 거의 되는 40대 후반의 사람이 저지른 용서 받을 수 없는 잘못을 하나님은 절대 눈감아주지 않았다.“이 모든 건 임형준의 자업자득이야. 나는 선의 씨가 심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형준 씨도 몇 년 동안 회사에 큰 도움이 될만한 수주액을 얻을 수 있게 하려고 했을 뿐인데 이제 보니 형준 씨는 그럴 자격이 없어.”부소경이 진지하게 말했다.신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남편이 결정한 일이라면 이 팬의 눈에는 다 옳은 일이에요.”부소경이 고개를 돌리고는 지그시 아내를 바라보았다.“어머, 당신이 언제 내 팬까지 됐어?”신세희는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부소경의 어깨에 기댔다.“전 늘 당신의 편이었다고요, 당신은 몰랐겠지만.”“팬이든 아내든, 애인이든 어쨌든 우린 이제 정말 중년이야, 이젠 우리가 젊은이들의 발전과정을 지켜볼 때이지. 선의 씨는 성장할 수 있고 선우는 내조를 잘해주는 아내를 얻었으니 선우가 나를 20년 동안 따른 게 헛되지는 않은 셈이야.”부소경은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참, 선우 씨가 선의 씨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하던데 이번 결혼식은 우리가 올려주자고요, 될수록 성대하게요.”신세희가 제안했다.“좋아, 이번 일은 당신이 맡아서 해봐, 엄씨 집안은 오랜 세월 동안 경사가 난 적도 없고 지금까지 엄선희도 찾지 못했으니, 선우한테 빨리 결혼식을 올리라고 해, 네 어르신들도 모두 기뻐하시도록.”“명 받을겠나이다! 여보, 제가 당장 준비해 볼게요!”신세희가 유머스럽게 말했다.결혼식은 신속하게 준비되었다.사람이 많으면 일 처리가 빠르기 마련이니.신세희 뿐만 아니라 서진희,서준명,민정아 그리고 고윤희도 비록 염선의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염선의라는 이름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치 엄선희가 결혼식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불과 보름 사이에 모든 일들이 준비를 마쳤다.바람은 포근하고 햇볕은 따스한 어느 화창한 날.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딱 좋은 날이었다.염선의는 고급 맞춤 웨딩
미루나는 오늘 예쁜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결혼식 하객과 비교했을 때 하객보다는 식사를 하러 온 사람 같았다. 그녀는 청첩장조차 없었기에 호텔 책임자는 미루나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게다가 사람이라면 보아 낼 수 있었다, 화려한 옷차림으로 꾸몄지만 초라하기 그지없는 여자가 어떻게 오늘 결혼식에 참여하는 손님이겠는가?미루나는 몇 번이나 레드 카펫에 가까이 다가가 문안의 결혼식 현장을 보려고 했지만 매번 호텔 경비원에게 쫓겨나고 말았다.이번에는 또 경비원이 주차 안내를 하는 틈을 다 미루나는 또 고개를 들이밀며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다 결국 서준명에게 발견되었다.“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겁니까!”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던 서준명은 미루나 때문에 화가 치밀고 말았다.미루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뻔뻔스러우면서도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준... 아니 서씨 도련님 전... 전 들어갈 생각 없었어요, 전 그냥 밖에서 볼 생각이었어요... 어쨌든 저도 배우이기도 하고... 유명하기까지 하니까요, 전 그냥 호화로운 결혼식 현장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지금 많이 배워두면 연기할 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미루나 씨는 어쩜 그렇게 뻔뻔하죠?”서준 명은 돌직구를 날려 버렸다.미루나가 입을 열었다.“저... 사실 말 잘 들어요, 저와 만나면서 아셨겠지만요. 도련님께서 반드시... 만족할 수 있도록 할 테니, 저에게... 기회 한 번만 주시면 안 되나요?”서준명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분노가 치밀었다.어쩌다 이렇게 미천한 여자를 만난 걸까!정말 역겨워!너무 역겹단 말이야!“방금 전엔... 배우려고 왔다더니 어떻게 1초 만에 화제를 저한테로 돌릴 수 있는 거죠? 미루나 씨, 오히려 제가 묻고 싶네요, 제가 대체 그쪽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이렇게 집착하며 밤낮없이 망령처럼 따라다니는 거죠?”미루나의 표정은 매우 풍부했다.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은 역시나 난처함과 진심이었다.“서씨 도련님, 저를 싫어하신다는 거 알아요,
“선희 씨가 죽으면 전 평생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아, 퉤퉤퉤! 제가 지금 그쪽이랑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내를 저주하다니! 당신이야말로 죽어 마땅해요!”서준명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당신 같은 여자는 죽어 마땅해요! 본인이 못생겼으면서 감히 제 아내가 못생겼다는 말을 해요? 제 아내가 아무리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처럼 못생기진 않았어, 당신은 진짜 너무 못생겼어, 평소에 거울도 안 봐? 못생긴 게! 정말 못생긴 것들이 더 한다니까! 꺼져!”서준명은 한바탕 소리를 지른 뒤 경비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경비원님, 이리 와서 얼른 이 못생긴 여자를 쫓아내주세요! 제 형님의 결혼식 현장에 들어가려고 하면 바로 경찰서로 보내주세요!”미루나는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두 볼을 매만졌다.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서준명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제가... 제가 너무 못생긴 거죠?”서준명은 이내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원래 매몰차고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주요하게는 집착하는 미루나에게 악독한 말을 해서 미루나의 마음을 단념시킬 생각이었다.이렇게 생각하자 서준명은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맞아요! 너무 못생겼어요, 어찌나 못생겼는지 역겨울 정도니까 얼른 가버려요!”미루나는 몸을 돌리더니 비틀거리며 떠났다.멀어지는 미루나를 보며 서준명이 말했다.“앞으로 더 이상 저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당신뿐만 아니라 어리고 예쁘든, 돈과 권력이 있든 남성의 어떤 여자라도 저는 원하지 않아요, 전 그냥 제 아내 선희 씨만 있으면 되니까. 당신도 이제 나쁜 마음을 갖지 말고 연기에 더 신경을 써서 성공하길 바라요! 알아서 잘하세요!”미루나가 멀어진 걸 본 서준명은 그제야 호텔 안으로 들어가 염선의와 엄선우와 함께 손님들을 맞이했다.염선의와 엄선우의 결혼식은 매우 성대하게 치러졌고 순리롭기까지 했다. 특히 엄선우의 부모님은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들은 곧 마흔이다.부모님은 아들이 한
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자 두 명의 경비원이 머리에 잔풀이 가득하고 진흙투성이인 여인을 끌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염선의도 여자에게 다가갔다.“미루나 씨... 맞죠?”화가 난 경비원이 말했다.“이 여자는 잔디밭 맨 끝 인공 강 옆에 있는 낮은 풀숲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오늘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러질 것을 미리 알고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상습범임에 틀림없습니다. 사모님, 일단 귀중품부터 확인해 보세요, 제가 이 상습 도둑을 경찰서로 보내겠습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는 상습범도 아니고 도둑도 아니에요.”미루나가 말을 더듬거리며 몇 번이나 설명했다. 그녀의 눈빛은 비천하면서도 진지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경비원의 손에서 벗어나며 염선의를 바라보았다.“엄씨 사모님, 사모님은... 사모님은 제가 상습 도둑범이 아닌 걸 아시잖아요, 저를 만난 적 있으시죠? 실례지만 제가 상습 도둑범이 아니라는 걸 저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세요, 전 상습 도둑범이 아니라 배우라고요. 저는 지금도 인기가 있는 편이고 앞으로는 더 유명해질 배우예요. 전 실력이 있고 앞으로... 반드시 유명한 배우가 될 겁니다.”미루나의 말에 염선의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말할 수 없는 쓰라림이 느껴졌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명백을 밝히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염선의는 안타까워하며 물었다.“미루나 씨도 참, 자신의 직업도 있고 연기 실력도 괜찮은데 왜 자꾸 준명 오빠에게 집착하는 건데요, 준명 오빠는 아내가 있다고 말도 해드렸잖아요, 왜 이렇게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거죠?”염선의도 누군가에게 매달린 적 있었기에 그녀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기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각 미루나의 행동으로 인해 충분히 짜증이 났지만 그녀를 너무 나무라지 않았다.미루나는 목을 가다듬더니 조금 민망해하며 말했다.“저는 배우입니다. 저는 그저 성대하고 호화로운 결혼식장을 보고 싶었고 제 연기에 관련해 경험을 쌓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유리만 행복할 수 있다면 F 그룹을 계승하지 않는 게 무슨 대수겠어? 공석으로 비어있는 동안 우리도 좋은 관리자를 찾으면 되는 거야. 이 세상은 원래 능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법이고 그게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그저 F 그룹을 크게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다 좋아.”부소견은 사소한 것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었다.“알겠습니다, 부 대표님, 저도 이 방면에 더 많은 공을 들여 대표님을 위해 천천히 사람을 찾아보겠습니다.”엄선우가 공손하게 말했다.“좋아.”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동안 경비원은 이미 떠났다.경비원에게서 풀려난 미루나는 손을 비비며 당황스러운 눈치로 염선의에게 사과했다. 사과를 마친 그녀는 엄선희의 부모님을 주시했다.“안... 안녕하세요.”“당신이 바로 내 사위한테 자꾸 시집을 가겠다고 한 사람이지?”엄위민은 화를 내며 미루나를 바라보았다.미루나는 침을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저... 저... 저를 믿어주세요, 저도... 엄씨 사모님처럼 보살펴드릴 수 있어요, 전... 준명 오빠와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은 것뿐이에요. 저는 준명 오빠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요, 평범한 친구 사이가 되고 싶어요. 일단은 친구 사이부터 되어야죠...”엄위민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비록 예순이 넘은 나이였지만 알고 있었다, 지금 어떤 업계와 직업이든지 경쟁이 심했고 그건 연예계도 마찬가지라는걸.모두 살아남기 어려웠다.누군가 어떤 스타는 높은 지위를 위해 이랬네 저랬네 하며 말을 하지만, 사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업계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외계인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결백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똥오줌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다.워낙 어수선한 업계였으니.누가 옳고 그름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겠는가?눈앞의 이 여인은 비록 못생기고 피곤함으로 찌들었으며 온몸이 더러웠지만 엄위민은 여전히 그녀의 눈빛에서 진심과 갈망을 보아낼
미루나가 얼마나 심하게 울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뛰쳐가는 미루나를 바라보던 신세희는 1초 동안 머뭇거렸다. 그녀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루나의 뒷모습, 아니 뒷모습이 닮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갑자기 엄선희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어디가 닮았는지는 말할 수 없었다.“당신 왜 그래?”부소경이 신세희에게 물었다.신세희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선희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가봐요, 당신도 알잖아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하나 없던 저에게 선희 씨가 가장 친한 친구라는걸요. 선희 씨는 저의 소울 메이트예요, 나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마음속엔 온통 달콤함으로 가득하다고요. 선희 씨를 만났을 때 저는 달콤한 생활은 제가 누릴 수 없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선희 씨를 만난 뒤부터 선희 씨는 저에게 달콤한 순간들을 선물했어요. 함께 패스트푸드를 먹고, 함께 정아 씨 얘기도 하고, 제가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했지만 한 번도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선희 씨의 기쁨과 환한 웃음, 선희 씨에겐 제가 공주나 다름없었어요, 온 세상이 저를 아껴주었고 그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이죠. 선희 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장수할 수 있어요, 근데 선희 씨는...”이런 생각에 신세희는 더없이 슬펐다.그리고 그녀처럼 슬퍼하고 있는 엄선희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신세희, 부소경, 엄선우 그리고 염선의는 모두 엄위민과 나금희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우리 선희, 이번 생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선의야, 어떻게 그렇게 독한 마음으로 나와 네 아빠만 두고 떠날 수 있어?”나금희는 엄위민의 품에서 울다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다.염선의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엄선희를 직접 본 적 없었고 그저 사진만 본 적 있었다. 사진 속의 엄선희는 작은 태양처럼 확실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방금 신혼부부가 된 그들은 엄위민과 나금희를 부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