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자 두 명의 경비원이 머리에 잔풀이 가득하고 진흙투성이인 여인을 끌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염선의도 여자에게 다가갔다.“미루나 씨... 맞죠?”화가 난 경비원이 말했다.“이 여자는 잔디밭 맨 끝 인공 강 옆에 있는 낮은 풀숲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오늘 결혼식이 성대하게 치러질 것을 미리 알고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상습범임에 틀림없습니다. 사모님, 일단 귀중품부터 확인해 보세요, 제가 이 상습 도둑을 경찰서로 보내겠습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저는 상습범도 아니고 도둑도 아니에요.”미루나가 말을 더듬거리며 몇 번이나 설명했다. 그녀의 눈빛은 비천하면서도 진지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경비원의 손에서 벗어나며 염선의를 바라보았다.“엄씨 사모님, 사모님은... 사모님은 제가 상습 도둑범이 아닌 걸 아시잖아요, 저를 만난 적 있으시죠? 실례지만 제가 상습 도둑범이 아니라는 걸 저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세요, 전 상습 도둑범이 아니라 배우라고요. 저는 지금도 인기가 있는 편이고 앞으로는 더 유명해질 배우예요. 전 실력이 있고 앞으로... 반드시 유명한 배우가 될 겁니다.”미루나의 말에 염선의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말할 수 없는 쓰라림이 느껴졌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명백을 밝히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염선의는 안타까워하며 물었다.“미루나 씨도 참, 자신의 직업도 있고 연기 실력도 괜찮은데 왜 자꾸 준명 오빠에게 집착하는 건데요, 준명 오빠는 아내가 있다고 말도 해드렸잖아요, 왜 이렇게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거죠?”염선의도 누군가에게 매달린 적 있었기에 그녀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기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각 미루나의 행동으로 인해 충분히 짜증이 났지만 그녀를 너무 나무라지 않았다.미루나는 목을 가다듬더니 조금 민망해하며 말했다.“저는 배우입니다. 저는 그저 성대하고 호화로운 결혼식장을 보고 싶었고 제 연기에 관련해 경험을 쌓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유리만 행복할 수 있다면 F 그룹을 계승하지 않는 게 무슨 대수겠어? 공석으로 비어있는 동안 우리도 좋은 관리자를 찾으면 되는 거야. 이 세상은 원래 능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법이고 그게 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그저 F 그룹을 크게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다 좋아.”부소견은 사소한 것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었다.“알겠습니다, 부 대표님, 저도 이 방면에 더 많은 공을 들여 대표님을 위해 천천히 사람을 찾아보겠습니다.”엄선우가 공손하게 말했다.“좋아.”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동안 경비원은 이미 떠났다.경비원에게서 풀려난 미루나는 손을 비비며 당황스러운 눈치로 염선의에게 사과했다. 사과를 마친 그녀는 엄선희의 부모님을 주시했다.“안... 안녕하세요.”“당신이 바로 내 사위한테 자꾸 시집을 가겠다고 한 사람이지?”엄위민은 화를 내며 미루나를 바라보았다.미루나는 침을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저... 저... 저를 믿어주세요, 저도... 엄씨 사모님처럼 보살펴드릴 수 있어요, 전... 준명 오빠와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그냥 친구로 지내고 싶은 것뿐이에요. 저는 준명 오빠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요, 평범한 친구 사이가 되고 싶어요. 일단은 친구 사이부터 되어야죠...”엄위민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비록 예순이 넘은 나이였지만 알고 있었다, 지금 어떤 업계와 직업이든지 경쟁이 심했고 그건 연예계도 마찬가지라는걸.모두 살아남기 어려웠다.누군가 어떤 스타는 높은 지위를 위해 이랬네 저랬네 하며 말을 하지만, 사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업계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외계인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결백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똥오줌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다.워낙 어수선한 업계였으니.누가 옳고 그름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겠는가?눈앞의 이 여인은 비록 못생기고 피곤함으로 찌들었으며 온몸이 더러웠지만 엄위민은 여전히 그녀의 눈빛에서 진심과 갈망을 보아낼
미루나가 얼마나 심하게 울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뛰쳐가는 미루나를 바라보던 신세희는 1초 동안 머뭇거렸다. 그녀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루나의 뒷모습, 아니 뒷모습이 닮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갑자기 엄선희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어디가 닮았는지는 말할 수 없었다.“당신 왜 그래?”부소경이 신세희에게 물었다.신세희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선희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가봐요, 당신도 알잖아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 하나 없던 저에게 선희 씨가 가장 친한 친구라는걸요. 선희 씨는 저의 소울 메이트예요, 나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마음속엔 온통 달콤함으로 가득하다고요. 선희 씨를 만났을 때 저는 달콤한 생활은 제가 누릴 수 없는 사치품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선희 씨를 만난 뒤부터 선희 씨는 저에게 달콤한 순간들을 선물했어요. 함께 패스트푸드를 먹고, 함께 정아 씨 얘기도 하고, 제가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했지만 한 번도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선희 씨의 기쁨과 환한 웃음, 선희 씨에겐 제가 공주나 다름없었어요, 온 세상이 저를 아껴주었고 그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이죠. 선희 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장수할 수 있어요, 근데 선희 씨는...”이런 생각에 신세희는 더없이 슬펐다.그리고 그녀처럼 슬퍼하고 있는 엄선희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신세희, 부소경, 엄선우 그리고 염선의는 모두 엄위민과 나금희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우리 선희, 이번 생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선의야, 어떻게 그렇게 독한 마음으로 나와 네 아빠만 두고 떠날 수 있어?”나금희는 엄위민의 품에서 울다 지쳐 쓰러질 지경이었다.염선의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엄선희를 직접 본 적 없었고 그저 사진만 본 적 있었다. 사진 속의 엄선희는 작은 태양처럼 확실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방금 신혼부부가 된 그들은 엄위민과 나금희를 부축해
걱정이 가득하던 엄선우의 표정이 더욱 심상치 않아졌다.“준명 씨가 집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어.”그는 핸드폰을 걸어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서준명은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술집은 그와 엄선희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곳이었다.엄선희와 서준명이 첫 키스를 나눈 곳이기도 했다. 남자의 갑작스러운 키스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줬고 바로 이 위의 스위트룸에서 엄선희를 서준명의 여자로 만들었던 것이다,그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엄선희가 빨간 토마토처럼 부끄러워했던 모습을.그녀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다. 처음에는 흐느끼다가 나중에는 낑낑거리다가 또 나중에는 두 팔로 그를 끌어안은 채 헝클어진 머리를 그의 목에 기대며 선포했다.“준명 씨, 준명 씨는 앞으로 내 거야! 내 거라고!”서준명이 웃으며 말했다.“당돌하네요!”엄선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네, 저 당돌해요!”“아까 낑낑거릴 때는 당돌한 모습이 하나도 없던 데요!”서준명이 피식거리며 비웃었다.“미워요! 비웃지 마세요, 준명 씨는 그럴 권리 없어요, 앞으로 저만 준명 씨를 비웃을 수 있어요, 준명 씨는 뭐든 제 말을 들어야 하고 돈을 벌어 꽃을 사줘야 하고요, 밥도 해먹여야 해요, 옷도 씻어주고, 그리고...”“그리고 침대에서...”“준... 준명 씨 왜 이렇게 나빠요!”엄선희의 볼은 또다시 새빨개져서 토마토가 되어있었다.“선희 씨야말로 나쁜 사람이에요, 작은 악마!”서준명은 사랑 가득한 목소리로 엄선희를 불렀다.지금 이 순간,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서준명은 술병을 끌어안고 부드럽게 웃으며 소리 질렀다.“작은 악마, 작은 악마, 작은 악마...”이렇게 외치던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다 큰 성인 남자가 술집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슬프기 그지없었다.“내가 바로 당신의 작은 악마에요, 저 좀 봐요, 준명 씨, 내가 바로 작은 악마잖아요.”마주 앉아있던 여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고 그녀는 그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 얼마나 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깨어났을 때 해는 밝았고 바깥의 햇빛은 따뜻할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허름한 단층집이었다.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둘러보니 작은 집이었지만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크기만 작을 뿐.하지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침대 옆 캐비닛에는 신선한 꽃이 놓여 있어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꽃들을 보며 몇 초 동안 정신을 차리던 서준명은 갑자기 무언가 깨닫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아무것도 안 입었잖아!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머리를 제외한 모든 곳이 알몸이었다.어떡해!순간, 서준명의 뇌는 정지하는 것 같았다.이때 문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미루나는 물 한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서준명을 보며 그녀는 잠깐 당황해하더니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쉬어있었다.“일어났어요? 머리는 안 아파요? 따뜻한 물 좀 받아왔어요,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씻겨드릴게요.”서준명은 말문이 막혔다.“......”서준명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미루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수건을 쥐어짰다. 그러고는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자연스러운 손길로 서준명의 이마를 닦아주었다.서준명은 침묵에 잠겼다.“......”그는 벙어리가 된 것만 같았고 그저 멍 때리기만 했다! 할 줄 아는 게 멍 때리는 것 밖에 없었다!그는 심지어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미루나는 그의 이마며 얼굴이나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게 서준명을 보살폈다. 얼굴까지 닦은 뒤 그녀는 한 손으로 서준명의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닦아주었다.그는 몸이 건장한 남자였기에 겨드랑이 밑의 땀샘이 발달해있었다. 그의 겨드랑이를 닦아줄 때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지만 여전히 열심히 닦아주었다.그다음은 가슴과 등을 닦아주었다.그러고는 이불을 젖혀 그의 아래 몸을 닦았다.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난 아내가 있어! 내 아내가 죽었더라도 나는 아내와 저승에 함께 갈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당신은 왜 이렇게 비천해? 왜 이렇게 비천하냐고! 내가 당신이랑 자고 나면 데리고 살면서 보호해 주고 애인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죽어버려!”서준명은 발을 드니 또 발길질을 하고 싶었다.그냥 죽여버릴까?이 빌어먹을 여자를 발로 차서 죽여버리고 나면 그는 자수를 할 생각이었다, 즉시 사형을 집행했으면 하는 바였다.그렇게 되며 그도 해방이니까!발을 드는 순간,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루나야, 안에 있어? 너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서 그러는데 괜찮아? 무슨 일인데 그래, 괜찮아?”여자의 목소리였다.미루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괜... 해영 언니, 저... 저 괜찮아요, 세숫대야가 떨어진 소리예요, 전 괜찮으니 들어올 필요 없어요. 제가 지금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조금 불편하거든요.”“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나 불러, 난 아침 좀 먹고 올게.”“네, 해영 언니, 고마워요.”미루나는 힘겹게 문틈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았다. 옆집 이웃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허약한 눈빛으로 서준명을 바라보았다.“서씨 도련님, 저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저는 도련님을 정말 사랑해요,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는걸요. 지금 저를 때려죽인다 해도 저는 기뻐요, 정말 정말 기뻐요. 서씨 도련님은 제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모를 거예요, 도련님은 모르겠지만 저는 맞아죽어도 도련님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화를 내지 마세요, 그러면 몸이 상해요.”미루나는 서준명의 발을 향해 기어가더니 그의 발을 끌어안았다.그녀가 서준명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평생 모신 신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서준명은 말문이 막혔다.“......”“당신 혹시 마조히스트야?”그는 이미 화가 많이 나있었다.“아니에요, 도련님, 저는 진짜 도련님을 사랑하는 것뿐이에요.”“하지만 난 내 아내만 사랑해, 내 아내만 사랑한
미루나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아프지도 않고 정말 괜찮아요.”서준명은 미루나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 그녀에게 손이 닿으려던 순간 자신이 옷을 입지 않았다는 걸 발견한 그는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화가 나 방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개자식! 나쁜 놈! 서준명 너는 정말 개자식이야!”그의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이, 이렇게 자해하지 말아요, 준명 씨. 준명 씨, 자해하면 안 돼요,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해요.”미루나는 서준명의 다리를 껴안고 애원했다.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지 않자 그녀는 황급히 말했다.“저... 제가 나가서 옷을 가져다 드릴 게요, 나가서...”그녀는 일어나고 싶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문 손잡이를 한참 동안이나 잡아당겨서야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서도 잊지 않고 고개를 돌려 서준명을 바라보며 웃었다.“도련님... 일단 침대에 누우세요, 얼른 누워서 이불도 덮어요.”서준명은 침묵에 잠겼다.“......”그는 정말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이 여자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미루나는 기어서 밖으로 나가 벽을 짚고 조금씩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밖에 넣어놓은 옷을 가지러 갔다.양복, 정장 바지, 셔츠, 넥타이, 그리고 속옷.서준명은 어젯밤 토해서 괜찮은 옷이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서준명을 침대에 눕히고 힘들어 바닥에 앉아서는 그를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저를 그렇게 그리워한다면서 왜 아직도 살이 안 빠진 거예요, 당신을 부축하는 건 여전히 힘드네요! 하마터면 손목이 부러질 뻔했어요, 당신이야말로 양심도 없는 사람이지!”말을 이어가던 미루나는 갑자기 서준명이 누워있는 침대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준명 씨, 당신이... 당신이 나를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여자와 재혼해서 잘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저도 이렇게까지 당신을 그리워하고 매달리지 않아도 됐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서준명의 모습에 미루다는 그만 참지 못하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이불로 자기의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당신, 아직도 입에서 피 나요!” 그의 말투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별일 아니에요.” 미루나는 연거푸 말을 쏟아내더니, 잠시 멈칫했다. 곧이어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날 믿어 줘요. 어제는 그냥 준명 씨 옷만 바꿔줬을 뿐이에요. 나,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취했는데 무슨 짓을 하겠어요. 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준명 씨를 더럽히지 않았어요.”“알아요!” 그 말에 서준명은 차갑게 말했다. “아니라면 당신도 이렇게 살아있지 못했을 거예요!”“헤헤헤.” 미루나가 웃었다.서준명은 빠르게 옷을 입더니 허리를 숙여 미루나를 단번에 안아 올렸다.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미루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러지 말아요.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나… 준명 씨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지금쯤이면 사람들도 다 출근했을 거예요. 9시 넘도록 기다렸다가 사람들 없을 때 그때 나가요. 그럼 아무도 못 볼 거예요.”그 말에 서준명은 조금 멍해졌다. “내 걱정도 할 줄 아네요?”“당연하죠. 난 꼭 준명 씨를 위해 살거예요. 준명 씨를 아껴주고, 사랑하고, 준명 씨 목숨을 내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예요.” 미루나가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에 서준명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일은 내 잘못이에요. 어제 내가 술집에서 취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당신 집에 올 일은 없었을 텐데. 다 내 잘못이에요. 내 잘못이니 마땅히 책임을 져야겠죠.”“당신 갈비뼈 부러진 것도 내가 책임질게요.”“대신 분명히 말할게요. 우리는 가능성 없어요.”“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내가 당신이랑 잠자리를 가진다고 해